요새 IT 쪽에서 가장 Hot한 분야는 단연 모바일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되었고, 과거 웹이 태동하던 시대와 비교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로 몇 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 기업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되기도 하였고 어떤 기업에게는 큰 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큰 변화에 따른 여러 모바일 관련 기업들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에 다루게 될 분야는 1) 모바일 플랫폼 2) 모바일 제조업 시장입니다. 먼저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모바일 OS 플랫폼, 시장 헤게모니의 중심이 되다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등장할 때만해도 시장의 강자는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RIM이었습니다. 노키아는 심비안 플랫폼으로, 마이크로 소프트는 윈도모바일로, RIM은 블랙베리 OS로 시장을 호령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67%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노키아는 그 누구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이 보였습니다. 2006년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한 눈에 보실 수 있을 겁니다.이제 2011년 1분기의 자료를 보겠습니다.
2006년의 자료와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아,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아직도 심비안이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67%의 점유율에서 25.9%의 점유율로 하락한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윈도모바일도 2.7%의 시장 점유율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면서 PC 시대의 경쟁력을 모바일 시대에서는 이어나가고 있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RIM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에 비해서 조금 늘어보이지만, 최근 3년간의 추이를 보았을 때는 계속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안드로이드와 iOS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하고 완전 개방을 내세운건 2008년 말이었습니다(참고기사: http://www.itworld.co.kr/news/51603). 구글이 고작 3년만에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최초로 발표했을 때가 2007년이니, 4년 만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연 무엇이 이런 급격한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이렇게 시장이 급변한 이유는 산업을 지배하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시장은 크게 3개의 Player – 1. 이동 통신사(SKT, KT, LG U+) 2. 휴대폰 제조사(삼성, LG, HTC, 팬텍, 모토롤라, 애플 등) 3. OS 플랫폼 개발사(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가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통사 > 휴대폰 제조사 > OS 플랫폼 개발사의 순으로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통사는 휴대폰 제조사의 단말을 선택적으로 택하여 자신의 통신사 전용으로 팔 수 있도록 하였고, 휴대폰 제조사는 선택적으로 OS플랫폼을 택해 휴대폰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대한민국 모바일 희대의 역작(!!)인 WIPI가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요). 따라서 갑-을의 관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러한 권력 구조를 깨뜨린 것이 애플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때 노키아나 RIM처럼 자체 OS 플랫폼을 바탕으로 스스로 단말을 제작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지만, 아이팟의 성공을 통해 얻은 엄청난 애플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쌓아온 OS 개발 능력과 UX에 중점을 둔 소비자 지향적 기업 문화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애플 제품의 절대적인 Selling Power를 바탕으로 단말 제조사가 이통사로부터 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애플은 단말 자체의 매력도와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AT&T와 독점적인 공급 계약을 맺고 애플에게 극도로 유리한 조항을 달아 아이폰을 출시합니다.
이통사의 기술적 차별화가 힘들어져 대부분의 통신사가 비슷한 품질을 보였고, 이러한 상황 하에 소비자가 현명해져 하드웨어 보다는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었습니다. 또한 애플은 엄청난 충성 고객과 제품 자체의 어마어마한 경쟁력, 그리고 경영진의 뛰어난 협상력을 바탕으로 기존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 내용은 아래 Slide에서 40~60 페이지를 보시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
Industry norm의 붕괴와 소비자들의 이동
한 번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하자, 기존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역전되었습니다. 뛰어난 OS 플랫폼은 단말 제조사에게 갑이 되었고, 엄청나게 매력적인 단말을 가진 제조사는 이통사에게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이통사가 단말 제조사에 비해 갑인 것은 사실이지만요. ^^;)
애플은 iOS를 개방하지 않았고, 나머지 단말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OS로는 승부를 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되니 많은 단말 제조사는 구글에 굉장히 의존적이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industry norm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입니다. (industry norm에 대한 글은 다윗,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관습을 버리다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07 – 2008년까지의 1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industry norm이 무너지자 기존의 기득권 층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채 급격히 무너져갔습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노키아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시장의 표준’이라고 주장했지만 소비자들에겐 공허한 외침과 같았습니다. 심비안 보다 훨씬 User Friendly한 iOS와 안드로이드를 접한 소비자들은 노키아의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다신 노키아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PC OS를 그대로 모바일에 박아놓은 듯한 윈도모바일도 최악의 UX와 함께 급격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미래 내다보기에 실패한 기업들의 추락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뿐만이 아닙니다. 노키아는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마케팅 정책에서도 실패하였습니다. 계속적으로 커가는 아시아와 신흥시장을 외면하고 미국과 유럽 쪽에서만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 많은 시장 점유율을 경쟁자에게 빼았기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기업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오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포기하지 못한채 서서히 가라앉아가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대처하는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한 순간에 침몰하고 있습니다. 노키아는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진 그 미래가 불투명해 보입니다.
극명히 갈린 휴대폰 제조기업의 운명
휴대폰 제조업 쪽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의 모바일 OS플랫폼과 마찬가지로 5년 전만 해도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던 기업은 노키아였습니다. 굉장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죠. 하지만 현재 시점에는 엄청난 주가 하락을 맛보며 전체 핀란드 경제마저 흔들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OS 플랫폼 시장 점유율과 일맥 상통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요 기업들의 주가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얼마나 큰 시가 총액의 손실을 맞았는지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많은 전자 회사들이 휴대폰 사업부를 제외하고도 많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2007년 이후로는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분석을 하였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이끄는 제조사들
1. 애플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휴대폰 제조사는 단연 애플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애플은 휴대폰 제조 기업으로는 말도 안될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 중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독보적인 위용을 떨치고 있습니다.
2. 삼성전자
삼성은 사실 조금 뒤쳐진 출발을 보였습니다. 다른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 전선에 뛰어들 때 뒤늦은 출발을 보였지만 Fast Follower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습니다.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를 보냈지만, 재빨리 그 상황을 극복하고 갤럭시 S 이후로는 스마트폰 시대의 강력한 선두 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탄력을 받았으나 잠시 주춤하고 있는 기업
1. HTC
HTC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공개되었을 때, 이를 재빨리 받아들여 시장 초기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경쟁사를 위협하며 성장했습니다. 경쟁자들이 안드로이드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장고를 하고 있을 때, 변하게될 패러다임을 감지하고 한 발 빠르게 치고 나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브랜드를 달고 나온 최초의 핸드폰인 넥서스원을 생산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강자 탄생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시장 초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던 경쟁자들이 빠른 속도로 뒤쫓아옴에 따라 스마트폰 시기 초창기에 보여주었던 강력함을 많이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뚜렷한 메가 히트 제품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한 악재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업들
1. 노키아
노키아는 급격히 몰락하며 핀란드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GDP의 1/4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몰락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뼈아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키아 몰락 원인에 대해서는 위에서 다루었기에 생략합니다.
2. LG전자
피처폰 시대의 절대적 강자 중 하나였던 LG전자도 스마트폰 시대의 쓰나미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되는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등은 그나마 선전을 하고 있지만,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에서의 타격은 기업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각주:1] ‘스마트폰 시대는 훨씬 뒤에 올 것이다!’라는 내부적인 판단과 경영진의 순간적인 의사결정 실수는 뼈아픈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3. RIM
과거 RIM은 편한 쿼티 자판을 바탕으로 이메일과 메신저에 최적화된 기능을 선보여 비즈니스맨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Cool한 비즈니스맨의 상징이었지요.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개방되면서 많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의 손을 들어주었고, 애플의 아이폰 또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특유의 Cool함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업무용으로 대부분 블랙베리를 도입했었지만, 근래에는 많은 기업들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며 계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4. Motorola Mobile
모토로라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올해 8월 구글에 인수되었습니다. 모토로라의 첫 안드로이드 폰이었던 드로이드는 상당한 관심을 모았지만, 그 뒤로는 변변찮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결국 다른 기업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죠. 모토로라는 올해 초부터 솔루션 부문과 모바일 부문으로 회사를 분사시키면서 모바일 쪽을 포기 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구글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1편(뒤바뀐 SNS 최강자의 운명, 페이스북 VS 마이스페이스) 도입부에서 언급했지만 IT 산업의 전통 강호였던 모토로라가 고작 14년밖에 되지 않은 구글에 매각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상황을 읽는 눈과 위기에 닥쳤을 때의 실행력
모바일 제조사들도 역시 시대를 읽는 눈과 뒤늦게 위기를 감지했을 때 얼마나 빠른 실행력으로 그 위기를 극복했느냐가 운명을 갈랐습니다.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린 애플은 단숨에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고, HTC는 새롭게 다가오는 스마트폰 시대를 빠르게 감지하고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세계 모바일 업계의 강자로 떨올랐습니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기업들은 경쟁자들이 뒤쳐져 있을 때 먼저 시장을 차지하여 비교적 쉽게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대응이 늦었던 나머지 기업들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삼성입니다. 삼성은 자신들이 왜 최고의 Fast Follower인지 보여주며 몇 번의 시행착오만을 거치고 갤럭시 S라는 엄청난 히트작을 탄생시킵니다.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빠르게 안드로이드를 도입하였고, 우왕좌왕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뚝심있게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또한 가공할만한 하드웨어 경쟁력으로 비교적 약한 소프트웨어적 역량을 극복하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지도 못했고, 위기에 빠졌을 때의 실행력 또한 보여주지 못한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노키아, LG전자, RIM은 가야할 길이 요원해 보입니다.
소프트웨어 시대로의 변화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헤게모니는 하드웨어 쪽에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단말기 보다는 OS가, 단순 유통 채널보다는 콘텐츠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변화의 큰 그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역량을 빠르게 키워야 할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에서는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에 발빠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기업이 급격하게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시리즈의 2번째 이야기는 요새 가장 뜨거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근래 들어 가장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시장이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아마도 마지막 편이 될 다음 글은 스마트폰에 의해 큰 타격을 받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저희 VCNC의 차기 서비스인 Between이 10월 중에 출시될 예정인데, 그 전에 마지막 편을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글 : 박재욱[VCNC]
출처 : http://blog.vcnc.co.kr/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