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꽂혀 있는 단어가 ‘큐레이션’이라고 했지요?
큐레이션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콘텐츠 큐레이터 선언문Manifesto for The Content Curator’을 만든 로힛 바르가바는 머지않아 온라인 콘텐츠가 72시간마다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토록 폭발적인 데이터 증가로 인해 지금까지의 검색 알고리즘과 검색 방법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콘텐츠 소비자들은 더 이상 텍스트 링크나 불확실한 추천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든 주제에 대해 타당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요구하면서 늘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 결과 콘텐츠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큐레이터들은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시작하더라도 점점 큐레이션을 통해 제공하는 가치가 커지면서 관심을 끌게 되고, 이러한 관심은 곧 금전적 가치로 전환될 것이다.
또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콘텐츠 옹호자들은 디맨드 미디어의 사업 모델에는 오로지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금전적 동기밖에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검색은 이제 단순한 정보 발견보다는 정보 생성 쪽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검색의 시대는 끝났고, 구제 불능이며, 조만간 인간과 컴퓨터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처음에는 이메일이나 IRC 등 소통의 도구였지요. 그리고 나서 자료 교환이 일어납니다. FTP 같은 것이 있었구요. 의견 교환을 위해 뉴스그룹을 하기도 했지요. 그러더니 사람들은 어느 장소에 정보를 쌓아두고 그것을 찾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웹이 등장해서 페이지를 서로 연결시키는 구조로 만들지요. 이것이 HTML 문법이고 이를 통해 홈페이지라는 가상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게시판과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정보’와 ‘의견’이 쌓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 홈페이지를 찾습니다. 어떤 것이 어떤 정보를 다루고 있는지 가이드해주길 바랍니다.
야후는 홈페이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이후에 더 많은 페이지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이제는 홈페이지를 찾아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찾는 그 정보를 담은 페이지’를 찾기를 원합니다. 야후는 구글이라는 무명의 웹크롤링 방식의 웹페이지 검색엔진을 웹페이지 찾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검색엔진의 역사는 이렇게 진행돼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페이지’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페이지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양태가 나타나고 그 페이지는 동적으로 구성되어 보여지는 상황이 나타납니다. 동적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이는 ‘신뢰성 있는 정보를 맨 위로 보여주겠어’라는 검색엔진의 사명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페이지와 그 안에 있는 ‘신뢰성’이란 것을 측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은 결국 ‘시간의 누적’이 있어야 하고 이는 사회적인 일정 정도의 평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실시간 데이터들은 이런 ‘시간의 누적’ 개념을 추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사람의 역할에 주목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통찰력과 판단력에 기대는 ‘큐레이션’이 바로 그런 조류를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검색 다음의 세상이 왜 ‘소셜 미디어’ 세상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소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아우르는 개념적 지향점이 결국 인간의 통찰력과 판단, 그리고 참여에 기대는 큐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술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그래서 다시 사람이 된 겁니다.
검색의 끝은 큐레이션, 그러나 우리나라는 큐레이션부터
그런데, IT의 조류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검색은 거의 처음부터 ‘큐레이션’이었습니다.
해외의 검색이 ‘폭증하는 전세계 데이터’의 분류와 정리, 그리고 실시간 수집에 공을 들이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 검색은 ‘빈약하고 신뢰성 낮은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것을 포기하고 ‘DB 통으로 사오기, DB 내부에 쌓아두고 돌리기’ 작전에 돌입합니다.
그래서 해외의 검색이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을 정리해주는 사람의 통찰력에 기대는 상황에서 큐레이션을 찾지만 우리나라는 빈약한 데이터 수집 분류 능력을 그나마 사람들에 수작업에 기대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큐레이션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약간씩의 데이터 마이닝과 실시간 데이터 수용자 반응도를 반영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구글의 유니버셜 검색이 우리나라 통합검색을 따라했다고 말하는 것이 절반만 맞다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오늘 디지털데일리의 블로그매체인 딜라이트넷에 재미있는 우리나라 검색 플레이어들의 이야기가 기획으로 나왔습니다.
디지털데일리 2011.10.04
[기획/포털의 검색철학] 네이버“검색엔진은 철학의 산물”… 무슨 사연이?
[기획/포털의 검색철학] 다음, 웹의 공정성에 초점
[기획/포털의 검색철학] 구글, 완벽한 검색 꿈꾸지만 여전히 난해한 한국시장
[기획/포털의 검색철학] 야후, 최적화된 디지털경험 전달이 목표
[기획/포털의 검색철학] 파란, 모바일 검색에선 강점 살린다
[기획/포털의 검색철학] 네이트, 시맨틱 검색으로 지속적인 차별화
한번씩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 다 읽었으니 ‘검색철학’을 이제 보여주세요… –;
여기서 몇 가지 발언을 뽑아 볼까요?
NHN이 인수한 ‘첫눈’은 구글을 지향했습니다. 웹문서를 긁어와서 기계적으로 배치, 노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죠. 그러나 아무래도 기계적인 배치다보니 사용자 만족도나 완벽성은 다소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체제작을 통한 콘텐츠 배치입니다. 자체제작이라는 것은 특정 콘텐츠나 검색결과를 사용자들이 보기 쉽게 디자인한다는 의미입니다 – 네이버 이태호 검색팀장
내외부 데이터에 대한 ‘공평’이나 ‘원본’의 중요성은 다 필요없이 ‘사용자들이 만족하면 된다’의 개념입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때문에 네이버가 국내 웹 콘텐츠 생태계를 상당부분 왜곡시켜버린 것이죠.
다음은 여기서 하나 더 나아가는군요.
원본을 찾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찾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본보다는 ‘최신글’을 보고싶어 하는 성향이 강해서 조율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A라는 게시물이 2002년에 올라왔습니다. A라는 게시물을 베이스로 추가적인 코멘트를 달았다면 기자님은 어떤 것을 상단 배치하실겁니까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고민이 됐습니다. 원본글도 중요하지만 해당 원본글에 최근에 추가된 새로운 팩트가 들어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원본에 대한 중요성과 그것을 최우선으로 올려놓는다는 것과의 관계를 마치 수용자가 최신성을 좋아해서 최신 데이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출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네요.
기자는 더 재미있습니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죠. 2002년 데이터와 현재 코멘트가 붙어 있는 데이터를 놓고 비교하니 그런 겁니다. 2002년 데이터가 원본이었고 그것을 펌질해서 코멘트를 달아놓은 페이지를 놓고 판정하는 것은 A와 B를 판단하는 것이죠. 사실 질문은 ‘중복’에 대한 것입니다. A와 이것을 펌질한 A’, 그리고 A” 가 있을 때 무엇이 원본인지 검색이 알고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질문과 대답이 따로 노는데 거기에 다시 말려서 엉뚱하게 독자들에게 대답을 요청하는 기자는 뭡니까요? –;
‘철학’은 애초에 없었고 UGC는 이제 쓸모를 다 했으니 버려질 운명
‘철학’이라고 거창하게 달아놓은 제목 때문에 다 읽어보았지만 ‘철학’은 보이지 않고 그냥 ‘홍보’만 보이네요. 재미있게 읽고 나서 실망했다고 하면 좀 서운할까요?
어쨌든 ‘철학’ 이야기는 히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왜’ 이래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방향성일텐데 아무도 ‘철학’을 보여주진 않는군요. 다만 ‘사용자 클릭이 그 사람들의 마음일 거야’로 추정할 뿐이네요.
이게 검색 기술 회사들의 현재입니다. 자신들의 전략이나 행위를 좀더 근사하게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할만도 한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이지요.
야후가 ABC와 제휴하고 네이버가 CJ와 제휴를 했습니다. 느끼십니까? 이제 자신들을 성장시켜주었던, 그리고 검색 꺼리를 제공해주었으나 리스크도 동시에 안겨주었던 카페, 게시판, 블로그 사용자들을 외면하고 오로지 대다수의 만족을 위한 경제적 행위에만 몰입돼 있군요.
요즘 포털의 카페와 게시판, 블로그 플랫폼은 왜 업데이트도 잘 안 되고 노출도 안 되고 자꾸 장애가 생기고 그럴까요? 왜 요즘은 오프라인에서 블로거들을 부르지도 않을까요? 그만큼 리소스가 배정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더불어 기업 내 우선순위에서 저 멀리 보이지도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털은 이렇게 다시 유저들을 대다수 ‘멍청한 군중’으로 규격화시켜놓고 있습니다.
글 : 그만
출처 : http://ringblog.net/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