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일이다. 별다른 생산기반이 없는 금융의 나라 미국에서 금융에 대한 비판이 인다는 것은.
미국을 거대한 껍데기의 나라로 묘사하는 <빅원>의 감독 마이클 무어가 미국의 과도한 금융 자본에 대한 탐욕을 빈정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에서 지금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주제가 “월가를 점령하라”다.
<美 월가시위>① `미국의 가을’ 시작(?) [연합뉴스]
<美 월가시위>② 도화선은 `서민 분노’ [연합뉴스]
<美 월가시위>③ 부자 공격 버핏에 `눈길’(끝) [연합뉴스]
매우 흥미로운 이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지난 2002년 우리나라의 월드컵 응원과 2008년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그리고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과 이집트 혁명 등과도 연결돼 있다. 프랑스 68혁명과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무엇일까. 이들의 힘은.
* 플리커에서 현장 사진을 더 보세요.
1. 전통적인 게릴라, 점조직 형태다. 하지만 리더가 없거나 희미하다. 나중에는 누가 주창자였는지조차 모른다. 복잡계에서 바라보는 임계점에 다달았을 때 ‘양의 되먹임’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정 노드들이 이 운동을 집결시키고 있지만 다수가 그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지 특정인의 큐레이션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까칠하다.
2. 리더에 의한 선동이 아니라 상호 소통을 통해 주장을 강화하고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참여자들에게 수동적이 아닌 적극성을 띄게 만든다. 좀더 강하게, 좀더 자극적으로, 좀더 치밀하게 움직이기 위한 수단을 강구한다. 이러한 자극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내 친구와 함께 쓰는 SNS’이다. 친목의 도구가 혁명의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3. 이들에게는 지향점이 분명하다. ‘반대’다. 따라서 뭔가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순서가 아니라 현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은 가려진 사회에 대한 반동이다. 사람들은 ‘꺼내어놓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고민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것을 현명하게 해결해줄 사람이 나타나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도 같은 의미다.
4. 아마도 이들에게 절정은 다양한 형태로 제시될 것이다. 이집트 혁명 처럼 자칫 억누르다가 더 큰 반동을 불러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기존 체계의 붕괴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6월 항쟁 역시 그러했다.
5. 하지만 이러한 네트워크 사상의 함정은 용두사미일 경우가 있다는 단점이다. 프랑스 68혁명이나 우리나라 4.19혁명 등은 미완의 혁명으로 기록돼 있다. 어쩌면 2002년 월드컵 열기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영국의 생뚱맞은 청소년 난동 사건 등 역시 ‘뭔가 일어났다’, ‘뭔가 변해야 한다’, ‘지금으로는 안 된다’는 식의 문제제기만 넘쳐날 경우가 많다. 그리고 치밀한 기존 체계의 대반동이 시작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들이 대부분 미봉책이지만 사람들은 지속되는 변화 요구의 피로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 월가를 비롯한 탐욕스런 금융과의 한판, 어쩌면 다시 미완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이 현장에서 매스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다시 한번 SNS에 의존하여 세상에 더 많은 주장을 펼쳐 보이고 확산시키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매스미디어와 기존 체계에 충격을 줄 것이란 것은 확실해 보인다.
네트워크 민주주의, 그 혼돈 속으로 세계는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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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0 복잡계 이론 曰, 주어진 대로 살지 마라
글 : 그만
출처 : http://ringblog.net/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