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 창업 컨퍼런스 ‘스타트업포럼 2011(Starup Forum 2011)’의 <패널 토의1>은 “종자투자/Angel투자”를 화두로 시작됐습니다. 특별히, 행사의 전체 진행을 맡았던, 벤처스퀘어의 필진이기도 한 Music Shake의 배기홍님의 활약이 돋보였는데요.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자들이 말하는 “종자 투자 & 엔젤 투자” 확인해보시죠.
패널 토의 참석자
배기홍(Music Shake, 통역), David Lee 대표 (Seoul Space), 장병규 대표 (본엔젤스), John Nahm 대표 (Strong Ventures, 사회)
John Nahm : 종자 투자가 뭐고 액수는 얼마나 되나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느 정도의 투자 금액을 종자 투자라고 하나요?David Lee : 먼저 종자투자를 설명하면 Seed Fund로 한 사람, 혹은 여러 명의 그룹으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가족이 가장 친하니까 돈 많은 삼촌, 고모같은 가족한테 많이 받았는데 요즘엔 투자자나 엔젤투자자들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환율을 천원으로 계산했을 때, 실리콘밸리에서는 만불(천만원)에서 오만불(오천만원) 사이의 금액을 씨드 머니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20만불에서 30만불 사이의 금액을 투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John Nam : 그렇다면, 한국의 엔젤 투자 문화는 어떤가요?
장병규 : 실리콘밸리에 비해 한국 벤처의 역사가 짧다보니 실리콘밸리보다는 엔젤 투자나 씨드 머니가 약한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창업자 본인들이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동창업자들이 월급을 포기하고 지분만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실리콘밸리의 초기와 비슷하게 가족, 친구, 등이 투자를 하죠. 하지만, 한국에서도 엑싯하는 창업가들이 나오고 늘어나면서 엔젤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John Nam : 장병규 대표님은 프라이머 LP(Limited Partner)로 참여하시고 본엔젤스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으신데 프라이머와 본엔젤스의 차이점은 뭔가요? 본엔젤스는 어떻게 시작하셨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자할 스타트업을 결정하고 있나요?
장병규 : 본엔젤스는 얼리스테이지 벤처캐피탈에 가깝구요. 2억을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최소 벤처 캐피탈 투자는 5억 정도인데… 이 이전 단계에서 투자를 필요로하는 벤처들이 힘들어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1억에서 3억 사이 금액을 투자하고 다음 VC 투자를 받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서 본 엔젤스를 시작했습니다. 20억 이상을 투자하는 관계가 되면 제품도 나오고 결과도 볼 수 있고 사업이나 비전을 볼 수 있는데 반해 본엔젤스는 초기투자기 때문에 팀을 보고 투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팀의 비전이나 시장은 코파운더(Co-founder)를 믿고 가죠. 어떻게 보면 투자는 코파운더의 믿음을 바잉(buying)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John Nam : 투자자이자 인큐베이터인 David은 서울 스페이스의 대표인데… 서울 스페이스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David Lee : 실리콘밸리에서는 해외 기회를 중국에서 주로 찾습니다. 시장이 크고 많은 기술이 있어서 그런데요. 구글코리아 설립하는데 참여하면서 한국과 비즈니스를 해보니까 한국 또한 중국처럼 비즈니스가 일어날 붐이 보였습니다. 그 빈자리를 메꾸고 싶어서 서울 스페이스를 시작했고요. 한국에 있는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들을 돕고, 한국 회사가 해외 파트너와 손을 잡고 싶어할 때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John Nam : 좀전에 장병규 대표님도 말씀 하셨지만 한국에서는 5억 이상 투자하는 회사는 많은데 이보다 적은 투자를 하는 회사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장병규 대표와 David Lee 대표가 이전 스테이지를 리드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Strong Ventures도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을 도와주고 싶어서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실리콘밸리도 2005년 이전에는 따로 엔젤 투자 펀드 없이 삼촌, 이모 같은 아는 지인, 개인들이 투자하는 게 다 였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부터 공식적인 펀드가 만들어지고 여러 벤처들이 씨드 투자를 시작했는데요. 왜 씨드 펀드 회사들이 2005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나요?
David Lee :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안드로이드가 나온 2005년도부터 창업을 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비용이 싸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비용 창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는 단가도 싸져서 적은 금액으로 씨드 투자가 가능해서 씨드 펀드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장병규 : 창업을 하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투자를 받는 게 좋은데 개인적으로 Exit한 창업가에게 투자를 받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Exit한 창업가(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이택경 대표,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 등)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 중 5천만원 전후로 투자를 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아직 한국은 실리콘밸리처럼 조직화되거나 형태를 갖추지는 않아서 개인들이 알음알음 투자를 하고 주주로 들어가고 하는 움직임이 이제 막 시작 됐습니다. 투자 해서 Exit할 때 까지 10년 정도로 보면 90년대 후반에 하신 분들이 이제 Exit하고 있거든요. 계속해서 이런 분들이 나올테니 형태를 갖춰서 조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John Nam : David은 서울 스페이스뿐 아니라 Y-combinator의 LP로 투자를 직접 했는데 Y-Combinator에 투자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그리고 Y-Combinatior는 투자를 어떻게 하나요?
David Lee : Y-combinator는 실리콘밸리 최초의 인큐베이터 중 하나인데요.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지 도와주기 위한 고민으로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 Y-combinator는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투자자들 앞에서 피치하고 투자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인큐베이터인데요. 인큐베이터가 창투사와 가장 다른 점은 금전적인 도움뿐 아니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겁니다. 실제로 Y-combinator의 가장 큰 장점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하거나 이 프로그램에 있는 창업가들이 많아 축적된 DB와 노하우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안에서 서로 경쟁 하면서도 동문, 졸업생으로 교류도 많이 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John Nam : 프라이머가 한국의 Y-combinator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장병규 : 프라이머에서 지향하는 바도 Y-combinator처럼 인큐베이션이 우선입니다. 인큐베이션 하는 회사에 상당히 많은 대화를 하며 조언을 하고 있는데요. 인큐베이션 한다는 관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적인 문화를 반영한 인큐베이터라고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한국의 창업자들은 회사가 자기 소유라는 생각을 미국보다는 더 합니다. 이 마인드의 좋은 점은 오너십이나 주인의식을 가져서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는 거고 안 좋은 점은 회사의 성장과 매각 부분을 고려해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는 싸이클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건데요. 젊은 세대를 필두로 많이 변하고는 있지만 프라이머는 회사의 소유에 대한 인식 같은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한국형 인큐베이터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John Nam : 앞으로 5~10년 후, 스타트업에서의 엔젤 & 씨드 투자가 어떻게 바뀌는 것이 좋을까요?
장병규 : 한국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고요. 향후에는 엔젤 투자자들이 모양과 형태를 갖추어서 투자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고 실제로 곧 생길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머 같은 조직도 그 예고요. 이렇게 되면 첫 투자부터 가족이나 친구들 외에 실투자자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본엔젤스가 씨드 투자를 하고 수익 내는 것을 사회에 보여주는 게 첫번째 목표입니다. 저희가 보여주면 본엔젤스 같은 회사도 많이 생길꺼고, 엔젤투자자들도 많이 모일 겁니다. 엔젤 투자부터 시작해서 벤처캐피탈 투자까지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게 본엔젤스의 더 큰 목표이고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투자를 하면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다보면 지분 욕심을 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당연한 얘긴데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Exit한 창업가들이 줄 수 있는 게 더 큽니다. 한번 Exit을 했다는 건 창업이라는 싸이클을 한바퀴 돌았다는 얘기잖아요. 이들 입장에서 지금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부분 본인들의 과거 모습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걸 넘어서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합니다. 어차피 실패하면 지분은 의미가 없어지니 지분에 너무 욕심 내지 마시고 성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힘이 되는 엔젤투자자라면 어떻게든 인바이트하고 같이 간다면 성공확률도 커질 겁니다.
David Lee : 4년 동안 적극 투자 경험을 봤을 때, 투자 패턴의 유형이 보입니다. 압축해서 말하면 이노베이션을 빨리 가속화시키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빨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느냐,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느냐 하는 고민도 많이 합니다. 실제로 구글에서 인수한 팀이 구글플러스를 만들었고 페이스북에서도 자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인수한 경우도 있고요.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이런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생기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John Nam : 한국에서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기분 좋고 흥분 됩니다. 이 기업들이 미국에 있었으면 노출도 많이 되고 홍보도 잘 됐을 텐데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으니 기회는 더 많다고 봅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미래를 믿고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고요. 여기 계시는 본엔젤스의 장병규 대표, 서울 스페이스의 David Lee에게 투자, 인큐베이션, 멘토링에서 도움을 받아 해외로 진출할 수 있으면 좋겠고 저 또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David Lee의 통역에 배기홍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정리 : 벤처스퀘어 조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