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외로워진 것이 아니라 집단이라는 익명성속에서 걸어나온 것이다 에 이은 내용입니다.
재즈 뮤지션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궁연 씨는 테크플러스 포럼을 통해서 지금의 이 시대의 본질을 @ME(앳미)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이전을 ‘Me@Portal’의 시대로 규정했다. 즉, 나는 어딘가에 속해 있는 무언가이며 누군가로 구분되어지는 존재였다. Me@COMPANY.com, Me@Naver.com과 같이 나라는 존재는 어딘가에 속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Digital + Analog = Dialog
포털 사이트는 나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용자에게 일괄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나는 포털이 지정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로그인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포털은 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이것저것 유치한 문구들로 마치 나를 위한 서비스인 양 수많은 광고들을 쏟아 보낸다. 소위 웹2.0이라고 불리는 소통/개방/참여의 슬로건은 시늉에 불과했다. 나는 포털 안에서 익명으로 존재할 뿐이다. 소비자들은 신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아니 무시한 채 말이다. 이 틈을 타서 어느 순간 혜성처럼 SNS라는 것이 등장했다. 트위터는 불과 1년 만에 사용자 수 5000만을 돌파하고, 페이스북은 6개월 만에 1억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끝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쇼핑몰을 비롯한 많은 포털 서비스들은 이미 매출 정체 또는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말이다. 현재는 수없이 많은 SNS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지고 있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다.
@Me(앳미)
바로 모든 것의 중심이 나라는 것이다. SNS는 나와 연관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공하며,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된다. 모든 것은 나를 위한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SNS의 성패 여부는 나의 욕구를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고, 이것을 기반으로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화의 빅뱅,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맞이한 변화된 세상의 핵심인 것이다.
점 대 면의 소통이 시작되다
개인화의 극단은 곧 개인의 다양성과 맥을 같이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게 되고 나에게는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되며, 반대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가 어느 때보다도 커진다. SNS의 탄생은 그저 우연히 생겨난 게 아니다. 기존의 우리가 사회적으로 맺고 있는 물리적 인간관계, 각종 메신저 서비스들, 그리고 싸이월드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들은 점 대 점, 즉 1:1의 연결이었다. 기존에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기본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나와 유사한 생각이나 욕구를 가진, 아직 관계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과도 닿고 싶어 하게 되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본질은 지금 닿아 있지 않은 사람들과 쉽게 닿을 수 있는 점 대 면(1:N)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인프라가 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완전히 하나의 인프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제 인터넷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되었다. 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가상의 세상이 아니다. 현실 자체가 완전히 가상 세계와 통합되고 있다. 첨단 산업의 모든 서비스와 제품들은 그 자체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네트워킹이란 개념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상세계를 통해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다. 속도가 느려서 인터넷을 못 하겠다, 업무를 못 하겠다는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현실세계와 디지털세계를 끊김 없이 이어주는 매개체다.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개인은 그것이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고 믿는다. 어느새 디지털은 손끝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사람이 원할 때 디지털에 접속하는 형태가 아니라, 세상 자체가 디지털과 완전히 융합되어 현실 세계에 디지털이 입혀진 형태를 띠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가상 세계의 모습이 현실에 그대로 동기화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SNS를 통해 연결되며, 삶이 그대로 기록되고 즉시 공유되는 ‘라이프 로그’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펼쳐질 새로운 소통의 세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들 간의 소통 비용은 계속해서 급감하고 있고 사람들은 언제나 필요에 따라 누구와도 쉽게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상 개인이 가장 자유롭게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세상, 내가 어떤 조직이나 그룹에 속해 있는 형태가 아니라 전 인류가 나 자신에게 연결되어 있는 세상, 그것이 지금 세상의 모습이다. 바로 ‘소셜 웹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그 자체로 ‘인프라’가 되었다. 전기 없이 현재의 세상이 존립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각종 스마트 기기 역시 그런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사람들이 이제 인터넷 서비스의 종류가 무엇인지, 스마트 기기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상대가 갤럭시S를 가지고 있는지, 옵티머스를 가지고 있는지,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스마트 기기를 구입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이유는 제품의 속도를 포함한 스펙이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의 소통의 인프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이다. 안드로이드 기기를 살 것인지 아이OS 기기를 살 것인지는 ‘앱’이 충분히 제공되느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며 앱의 수준이 ‘충분하냐’에 좌우된다. 그리고 그러한 앱이 어느 기기에서나 충분히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그 역시 구입의 요소로서 차별화된 우위를 가지기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진짜 소비자가 부여하는 가치는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작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IT회사나 서비스 회사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술이 인프라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회사다. 이들은 사람들이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연결되기를 바라는지, 사람들이 연결된 상태에서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아닌지가 바로 새로운 시대의 성공의 열쇠다. 애플의 아이패드 광고를 보면 그들이 이러한 인프라 전략을 바탕으로 자사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우리는 믿습니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더 빠르고, 더 얇고, 더 가볍다는 것. 모두 좋지만, 기술이 한발 물러나 있을 때 모든 게 더 즐거워지고 비로소 놀라워지는 것이라고. 그것이 곧 진보이고,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바로 이런 것처럼”
여기서 기술이 한발 물러선다는 의미는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절대 아니라 사람들이 더 즐겁고 더 놀랍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본질이라는 이야기다.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화면이 얼마나 깨끗하냐가 강조해야 할 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앱들을 보여주며 이런 것을 담는 그릇이 바로 우리, 애플의 제품이라는 것을 내세운다. 이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이 ‘소름 돋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변화하는 현대 소비자의 욕구라는 핵심을 찔렀기 때문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아니라 소셜 유틸리티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하는 ‘멍석’ 즉,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어떤가.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적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나 자신은 물론 우리 조직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진열을 정비하고 있는가.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