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구하는 것은 기업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인재 전쟁이라고 할 만큼 좋은 사람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함께 할 사람을 구하는 것부터 벽에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스타트업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
처음 창업을 할 때 뜻이 맞는 사람이 있어서 함께 시작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을 수 있다. 어렵든 쉽든 아무튼 여기까지는 온 상황이다. 문제는 새로 사람을 공채로 뽑아야 하는 때부터 시작된다. 온라인 리쿠르팅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내지만 들어오는 이력서가 몇 장 되지 않는다. 그렇게 들어온 이력서도 ‘과연 우리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보낸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합하지 않은 이력서들이 들어온다. 막상 면접 일정을 잡는다 하더라도 지원자가 면접 당일 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면접을 보고 간 지원자가 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함께 일할 사람을 공개 채용으로 뽑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너무 눈이 높아져서 그런가? 그런 면도 있다. 갈수록 사람 찾기가 어려운 것을 보니…)
구직자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본인은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규모는 작더라도 비전이 괜찮으면 입사할 생각도 있다. 그런데 막상 면접을 가 보면 대략 난감이다. 지난 번 다녔던 회사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곳은 사무실 규모도 그렇지만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몇 사람 되지 않아 보인다. 회사의 틀도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사무실에 책상, 의자도 불편해 보인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진행할 인터뷰어인 대표이사는 며칠 동안 집에 못 들어갔는지 수염이 덥수룩하다. ‘아! 이거, 여기 맨날 밤새는 회사인가?’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제 시작하는 회사가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도 많다. 그 질문들에 대답을 하다보면 회사 업무는 본인이 다 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스타트업이니까 이것저것 다 해야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본인은 능력자이일 뿐이지, 수퍼맨은 아닌데 말이다. 앞으로 파란만장한 일들이 기다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 일 복이 터질 것 같은데, 연봉은 지난 회사보다도 30%나 낮은 수준이다. 거기다 복지 혜택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4대 보험이 되는 것만해도 감사해야 하나. 계산이 안 나오다. 아니, 계산은 되는데 답이 안 나온다. 이 회사가 앞으로 잘 될 수도 있겠지만 연봉은 30%나 낮고, 할 일은 무척 많을 것 같다. 잘 되면 보상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 말은 지난 회사 사장님한테서도 연봉 협상할 때마다 들어왔다. 하지만 끝끝내 회사 잘 된다는 소리는 못 듣고 몇 년 간의 회사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런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면 연봉을 이전 회사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도 더 해야 하고, 복지 혜택도 없고, 회사도 불안정하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구직자들은 스타트업과 어울리지 않는다)
스타트업 기업에게 있어서 사람 뽑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스타트업보다 나아보일 것 같은 기업들의 상황을 들어보자.
얼마 전 한 신문에 코스닥 상장 기업의 CEO가 젊은 구직자에게 쓰는 편지가 실렸다. 그 회사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현대식 사옥도 있고 사원 복지도 꽤 괜찮은 기업에 속한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특히 연구개발(R&D) 부서와 영업직의 경우가 더 심해서 힘들게 뽑아놓아도 1개월이 채 안되 슬그머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닭머리론‘을 들어 젊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어주길 희망했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의 임금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서는 대기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업무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창업을 하기에도 유리합니다. ‘소꼬리 보다는 닭머리가 낫다’는 속담이 있지요. 중소/중견기업에서 젊음의 열정을 불태운다면 미래에 더 큰 보람과 과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략)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도 처음 시작할 때는 기업이라 하기엔 너무 초라한 작은 가게 수준의 가내기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갖춰진 곳에서 일하는 것도 나름 안락하고 편한 출발이 되겠으나,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일하는 보람과 더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공감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청년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요즘같은 때 능력있는 젊은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어 중소기업에도 입사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쓴 글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고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구직자들이 생각하는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댓글들을 보면서 구직자들이 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첫째, 대기업의 근무 조건은 중소기업에 비해 좋다. 일단 대기업의 연봉 수준은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초봉을 기준으로 매년 임금 인상률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리 효과까지 더하면 대기업에서의 급여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거기다 여러 가지 복리후생 조건들을 포함하면 대기업에서의 근로 환경이 훨씬 좋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둘째, 대기업의 고용안정성이 훨씬 높다. 대기업도 구조조정을 하며 인원 감축을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소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업이 창업하며 10년을 생존할 확률이 1% 미만이라고 하는 통계를 보더라도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셋째, 대기업 입사 기회는 한두번 뿐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다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대기업 공채 입사는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 다음으로 의미있는 경력이 될 수 있다.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 대기업에서는 체계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향후 중소기업으로 옮겨갈 때도 큰 도움이 된다. 대기업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받아줄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넷째, 너무 열악한 중소기업이 많다. 중소기업도 여러 종류의 회사들이 있다. 직원수가 몇 백명에 연간 매출액이 수백억에 달하는 중견기업같은 중소기업이 있고, 직원 수 서너명에 겨우 입에 풀칠을 해가는 중소기업도 있다. 더 열악한 곳은 몇 년 째 적자를 내며 빛에 허덕이고 있는 곳일 것이다. 그나마 성장해 나가는 견실한 중소기업은 그나마 나은데 이런 기업은 그나마 많지 않고, 또 현재 기업 상태가 어떠한 지를 알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생존을 담보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런 곳에 들어가면 장기적인 비전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또 처음 받게 되는 연봉 수준이 지금까지 부모님께 편안히 받아왔던 용돈을 받으면서 자유롭게 지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차라리 집에서 노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다섯째, 우리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 먹고 살기가 막막하지만 않다면 더 좋은 직장의 입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공무원을 하거나 학교 선생님을 했던 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힘든 공장일을 한다. 자국에서의 벌이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더 이상 이렇게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당장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먹고 살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굶어죽을 걱정을 해야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지만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더 좋은 직장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부모들도 하나 혹은 둘 뿐인 자식이 힘든 일 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런 구직자들의 생각에 대해 맞고 틀리고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략 이런 인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단지 구직자들의 상황 인식 때문이라고만 이야기해서도 곤란해 보인다.
사실 중소기업에 입사 지원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소기업도 자사의 역량이나 근무 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좋은 인재가 와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앞 선 기고글의 CEO도 연구 개발인력이나 영업 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했는데, 그냥 연구 개발인력이나 영업 인력이 아니라, 기대 수준만큼의 혹은 기대 수준 이상의 연구개발인력, 영업인력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뛰어난 수준의 연구개발인력이나 영업인력이라면 더 좋은 곳에 입사할 것이니, 당연히 기대에 미치지 못해 보이는 구직자들이 응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중소기업도 변화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에 달랑 구인 공고를 올려놓는다든지, 구인 공고를 올려도 자기 회사에 대한 소개나 근무 조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없이 내용을 올린다든지 하는 경우 어느 우수한 인재가 그 회사에 지원을 하겠는가. 더군다나 중소기업의 경우에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도 알기 힘든데 어떻게 지원을 하겠는가?
또 앞선 기고글의 내용을 보면 ‘힘들게 뽑아놓아도 1개월이 채 안되 슬그머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우수 인재라고 해서 뽑아놓은 사람이 1개월이 안되 슬그머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한 두건 있다면 모르겠지만 비일비재하다면 자사의 인사 관리 정책이나 기업 문화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일류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 전자는 우수 인재를 쉽게 구하고 있을까?
물론 국내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몇 백대 일의 입사 경쟁률 등을 보면 쉽게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 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의 인재 경영론을 대표하는 한마디는 ‘바둑 1급 10명이 바둑 1단 1명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한 명의 천재가 1만명 아니 10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경쟁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갈만한 최고의 인재를 찾아내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최근에야 삼성이 글로벌 브랜드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은 코리아라는 곳에 있는 그저그런 기업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기업이 최고 수준의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고 하면 어떻겠는가? 대기업 들어갈 사람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듯이 유명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려던 사람이 삼성에 들어올 생각이나 했겠는가? 삼성은 해외 채용시 인재가 있는 나라에 가서 면접을 실시한다. 미국의 석박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테스크포스를 구성 학교를 방문하며 1년에 두 차례식 설명회를 개최한다. 미국, 일본, 중국 같은 지역에는 아예 임원급의 핵심 인재 스카웃만을 전담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전용 비행기는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날아가서 태워온다. 태우고 들어오는 기내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통해 ‘인재’를 대우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데리고 온 인재들은 상상 이상의 대우를 해 준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의 평가에는 최우수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해왔는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유명 중소기업도 고민이고, 글로벌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인재 확보 전쟁이다. 사람 찾기 어렵다고 구인 공고 하나 달랑 올려놓고 투덜될 시간이 없다.
중소기업, 대기업의 인재 확보가 이런 상황인데, 스타트업은 어쩌란 말인가?
글 : 조성주
출처 : http://blog.naver.com/sungjucho/130118515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