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인 SoundJam MP 인수와 관련된 뒷얘기
디지털 음악 ‘산업혁명’의 시발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거슬러 Napster를 빼놓고 디지털 음악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iTunes의 탄생이 없었다면 Napster의 승승장구도 디지털음악 역사서의 한 귀퉁이 정도에 짤막하게 언급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01년 1월 발표된 iTunes는 이후 10월 출시되는 iPod과 결합되면서 음악 산업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음악 CD 시장의 활황으로 전 세계 레이블은 막대한 수익을 거머지고 있을 때, iTunes는 음악 앨범을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앨범 단위의 소비에서 곡 단위의 소비로 합법적으로 전환시키는데 iTunes는 혁혁한 공로를 세웠죠.
그럼 지금부터는 iTunes 탄생 시점으로 되돌아가볼까 합니다. iTunes의 전신은 SoundJam이었습니다. 들어본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99년 P2P 네트워크 서비스인 Napster이 음악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자 레이블들이 심기는 상당히 불편해져있던 때였죠. 2000년 4월, 미국 법원은 MP3.com이 미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온라인 음악 유통 산업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당연히 Napster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었습니다. Metallica가 Napster를 상대로 “Mission: Impossible II” 앨범에 담긴 “I Disappear”가 유출됐다며 소송을 걸었죠. Napster에 불법으로 음원이 돌았던 겁니다. 이 때가 2000년입니다.
스티브 잡스도 유심히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그는 Napster의 혁명을 이어받아 합법적인 서비스, 혹은 킬러 앱을 만들 수 없을까 구상했던 듯 보입니다. Audion, SoundApp과 같은 오디오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Quick Time과 접목하기엔 부적절했고, 처음부터 솔루션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Audion에 퇴짜 맞은 애플 SoundJam으로 눈돌려
애플은 한 차례 퇴짜를 맞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Steven Frank, Cabel Sasser의 Panic이 개발한 Audion을 애플이 인수(코드 사용권)하려 했지만 이미 AOL과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죠. 이런 즈음에 스티브 잡스는 SoundJam을 개발한 Casady & Greene의 공동 창업자 Robin Casady과 Michael Greene을 접촉합니다. 그리곤 내놓고 “팔아라”고 제안합니다.
SoundJam은 보시면 알겠지만 Quick Time과 룩이 닮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오히려 윈앰프와 닮았더군요. 둘 간의 협상은 원만하게 진행됐습니다. 마침내 Robin Casady과 Michael Greene은 SoundJam의 권리를 애플에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iTunes의 전신이 iTunes화하는 기점입니다.
Casady & Greene은 1984년 Robin Casady이 창업했고 이후 Michael Greene이 결합하면서 1987년 게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합니다. 맥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회사였습니다.
당시 SoundJam과 Panic의 Audion은 경쟁 상품이었습니다. Jeff Robbin, Bill Kincaid, and Dave Heller 세 명이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SoundJam을 퍼블리싱한 기업은 Casady & Greene이 맞지만, 정작 코드 소유권은 이들 세 명의 개발자들에게 있었습니다. 애플이 이 세명을 동시에 영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Latimes 참조 )
애플은 기술적인 면에서 Audion에 좀더 높은 점수를 줬던 듯 보입니다. 2000년 초 먼저 찾아간 곳이 Panic이었거든요. 하지만 AOL과의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걸 확인하고 Casady & Greene의 SoundJam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애플은 2년 보안 조항이 담긴 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iTunes로 SoundJam을 접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iTunes가 본격 탄생하는 시점입니다. SoundJam은 iTunes가 발표된 2001년 1월 이후인 6월 1일까지 서비스가 계속됩니다. iTunes와 그 전신인 SoundJam이 공존한 기간이 무려 6개월이나 되는 셈입니다.
SoundJam 어떤 기능이 돋보였나
당시 SoundJam은 몇 가지 탁월한 기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MP3 중독자들이 빠져들었던 기능들인데요. 대표적으로는 My favorite이라는 기능인데요. 오디오를 곧바로 디스크에 MP3 포맷으로 저장시켜주는 기능입니다. 게다가 맥의 마이크 인풋 잭과 스트레오 시스템을 연결하면 오래된 레코드나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을 MP3 포맷으로 전환시켜주기도 했습니다. Live365처럼 실시간 라이브 방송도 가능했죠.
애플은 SoundJam을 완전히 뜯어서 해부하고 뒤집어놓는데 그리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던 듯합니다. 비주얼라이저, 플러그인, 앨범 데이터 검색, 드래그&드롭 플레이리스트 생성 기능까지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버렸습니다. 바로 스킨입니다.
당시 macrumors.com에 따르면 SoundJam의 코드 70%를 iTunes로 그래도 이식시켰지만 룩만큼은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나와있습니다. 아마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철학’이 이 과정에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더군요. 만약 SoundJam의 룩까지 그대로 적용했다면 애플은 여러 비난과 힐난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겁니다.
애플은 1999년 Napster의 탄생 이후 혁신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작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스티브 잡스가 iTunes를 통해 무엇을 바꿔놓고 싶어했는지는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자료를 좀더 뒤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순서엔 Napster를 좀더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기다려주세요.
P.S.
SoundJam MP를 개발한 Jeff Robbin은 현재 애플에서 애플 TV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보폭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상당히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이죠.
Jeff Robbin. 그는 iTunes의 아버지다. iTunes의 모태인 SoundJam MP를 손수 만들었고, 2000년 애플로 다시 넘어와선 SoundJam MP의 코드를 이용해 iTunes를 창조해냈다.
사실 그는 애플맨이었다. 1990년대 애플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Copland’가 좌초되면서 애플을 떠났다. 그러기를 몇 년. 애플이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SoundJam MP에 대한 권리를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그가 몸담고 있던 Casady & Greene은 SoundJam MP 코드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와 그의 동료는 이렇게 다시 애플을 위해 열정을 쏟아붓게 된다. 그는 애플로 돌아와서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iTunes와 iPod 개발이 오자마자 맡게 된 그의 미션이었다.
Jeff Robbin은 잡스가 총애하는 엔지니어다. 잡스의 전기를 보면, 타임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Jeff Robbin 이름을 적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2005년 10월의 일이다. 자칫 다른 기업에서 그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는 iTunes의 윈도 버전을 만들자고 수없이 잡스를 설득했고 결국 이뤄냈다. 윈도에 대한 반감이 누구보다도 컸던 스티브 잡스. OS의 GUI를 도둑 맞았다며 빌 게이츠와는 동석조차도 거부했던 스티브 잡스였기에 그의 주장은 무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잡스가 아꼈기에 가능했다.
현재 그는 애플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지금은 애플TV를 총 책임지고 있다. 당분간 애플의 미래는 그의 손에 달린 셈이다.
글 : 몽양부활
출처 : http://blog.muzalive.com/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