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대한민국 벤처스토리 (11)] 천억 벤처와 글로벌 벤처 포럼

1000억 벤처, 95년 1개->2010년 315개
벤처운동, 국가 신성장동력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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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버블 붕괴로 벤처생태계는 망가졌지만 벤처들은 끈질기게 살아 남아 한국 산업경쟁력의 근간으로 성장했다. 벤처기업협회 설립 당시 메디슨 1개에 불과했던 매출 1천억원 벤처가 2010년에는 315개가 됐다.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벤처천억기업 시상식 모습.

벤처1.0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의 히든 챔피언인 매출 1천억원 벤처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봄 이장우 경북대 교수와 새로운 벤처 정책을 구상하면서 중견 벤처의 역할에 주목하고 글로벌 벤처 연구를 시작했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할 때 메디슨 하나에 불과했던 1천억 벤처는 2007년 말 100개를 돌파했고 이후에도 급속히 증가해 2010년에는 315개가 됐다. 고용과 성장의 확실한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기업 혹은 학교, 연구소 등 모태조직에서 기술 사업화 아이디어를 잉태하고 꿈을 키우는 사내 벤처 단계를 거쳐 창업 벤처들이 1만개 이상 탄생했다. 기술사업화에 성공해 국내시장에 뿌리내리는 성장 벤처(이노비즈 기업) 단계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벤처들도 등장했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1천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과 같은 강소기업의 특성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벤처 재도약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세계적 틈새시장을 확보한 1천억 벤처들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창조경제에서는 시장 효율성과 기술 혁신의 결합이 성공이 핵심이다. 연구를 통해 분야별 틈새시장을 확보한 선도 벤처들이 창업 벤처의 혁신 기술을 세계로 확산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개별 창업 벤처들이 각개 약진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의 낭비였다. 선도 벤처와 창업 벤처가 융합해야 벤처 소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래야 벤처 발전이 지속가능할 수 있었다. 벤처 소생태계의 주춧돌 역할을 1천억 벤처들이 담당하도록 하자는 목표로 ‘강소기업 연구’라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2008년 한국기술투자(KTIC)의 서갑수 회장과 박병건 부장의 지원으로 25개의 강소기업 연구를 완성했다. 넥슨, 휴맥스, 오스템, 임플란트 등 벤처기업들을 분석하면서 한국 벤처의 뿌리가 건재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2001년 미국 IT버블 붕괴로 벤처생태계가 망가졌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아 한국 산업경쟁력의 근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단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 벤처가 한국의 신성장 동력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선도 벤처가 몸을 사리면서 청년 창업의 롤 모델 제시가 힘들게 된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2009년부터는 정부에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예산지원을 해주어 연간 50개 기업을 연구할 수 있었다. 삼일회계법인 박정학 변리사 등 막강한 팀을 결성해 심층 연구를 수행했다. 한국의 강소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 권고를 하는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벤처 2.0 정책도 도출됐다. ‘강소기업 연구’ 라는 제목으로 논문이 나오고 책이 출판되자 많은 기업들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감사의 글을 보내왔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석 삼조 이상의 성과를 올린 연구라고 자부한다.


강소기업 연구 발표 이후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홍석우 중소기업청장과 글로벌 벤처인들이 만나 글로벌벤처포럼 결성을 결의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2010년 1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한 글로벌 중견벤처포럼이 출범하게 된다. 벤처 생태계의 연결 고리 하나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글로벌 벤처는 이후 황 회장이 벤처기업협회장으로 당선되면서 남민우 다산 네트워크 사장이 2대 회장을 맡아 벤처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1995년 12월 출범한 벤처 운동은 15년 만에 연간 250조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업 활성화를 통한 벤처 중흥이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며 연재를 마친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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