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는 어째서 엉터리 정보로 가득차지 않는가

‘백과사전’하면 브리태니커?

사용자 삽입 이미지브리태니커는 백과사전에 관한한 명실공히 절대적 위치를 점하는 존재입니다. 1768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출판된 이래 공식적으로 15판이 발행되었고, 2007년 인쇄본을 기준으로 총 228,274개의 글(topics)과 474,675개의 하위 주제의 글(subentries)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브리태니커의 글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4000여명이 기고한 것입니다. 15판 기준으로 인쇄비를 제외한 편집 제작비만 3200만 달러(우리 돈으로 약 400억 정도)가 들었을 정도로 굉장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현재는 온라인 버전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참여가 이끌어내는 선순환의 혁명 – WIKIPEDIA

그러나 몇년 전부터는 브리태니커의 절대적인 명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성의 빛이 바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위키피디아 덕분이었죠. 위키피디아는 명실공히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온라인 백과사전입니다. 현재의 위키피디아는 2001년 위키위키라는 플랫폼을 도입한 이래 무려 250여개의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무려 160,000명의 자발적 공헌자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으며, 무려 1억개가 넘는 글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영어 버전의 경우엔 2백 6십만개 정도의 정의가 존재합니다. 한국어 버전의 위키피디아는 2002년 10월에 시작, 이 글을 쓰는 현재 시각 2008년 11월 19일 79,728 개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자료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Special:Statistics)

위키피디아의 핵심은 역시 ‘누구나 마음대로 수정하고 추가하고 삭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여러분이 위키피디아 내의 어디에 있든 현재 보고 있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화면 상단의 ‘edit this page’만 눌러 수정할 수가 있죠. 이것이 위키의 장점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죠. 그러니 글을 보고 오류라던가 개선해야겠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그 즉시 슬쩍 수정할 수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성장

브리태니커처럼 소수의 전문가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그들이 생산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전체적으로 보면 선형적(linear)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 해내는 양이나 몇사람이 해 내는 양이나 그게 그거인거죠. 게다가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는 수만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달려들어 내용을 편집합니다. 때문에 그 성장의 속도는 괴물 수준인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참여자의 숫자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그 생산성은 선형적으로 향상되지 않습니다. 보통은 사람이 많아지면 생산성이 약화되는게 사실이지만 (할일은 정해져 있고 사람만 많이 투입하는 꼴이니까요), 자발적으로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환경에서는 Birthday Paradox처럼 기하급수적으로 Activity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의 유명한 말처럼 “MORE is DIFFERENT“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위키피디아가 딱 그렇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위키피디아에 새로이 추가되는 정의들의 규모 변화 추이입니다,윗쪽은 로그 함수로 나타낸 그래프이고, 아래는 실제적으로 추가되는 갯수의 변화 추이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로그 그래프’의 푸른선을 보면 증가폭이 선형(linear)을 이루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로그 그래프가 선형성을 나타낸다라는 말은? 가속도가 일정하다와 같은 말입니다. 어렵나요? ^^ 그러면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아래 그래프는 전체 글의 갯수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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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위키피디아의 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득 위키피디아의 글이 어느 정도로 업데이트 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수정을 포함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 위키피디아의 글을 갱신해 주고 있을까요.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장난 아닙니다. 영어 버전의 경우 2006년 5월달 조사한게 마지막으로 되어 있는데, 한달에 무려 360만개의 글이 갱신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10만개 이상의 글이 수정되고 있는 꼴이죠. 글 하나당 평균 수정 횟수는 17.35회입니다. 우아… 굉장합니다.

한달에 무려 백만개가 넘는 글. 새로이 추가되기도, 수정되기도, 심지어는 삭제되기도 합니다. 백만개의 글이 매일 업데이트 되는 사전. 상상이나 한적이 있던 존재였나요.


WIKIPEDIA의 글은 어째서 엉터리 정보로 가득하지 않을까?

누구나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의 정의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오늘날 위키피디아의 정보는 공신력을 가집니다. 요즘에는 드물찮게 위키피디아의 정의를 인용하는 문서들을 보는 것이 낯설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안 드세요?



  • 저 많은 내용들 중에 틀린 정보들도 굉장히 많지 않을까?

  • 장난이나 악의적인 목적으로 특정 페이지를 지워 버리거나 왜곡할 수도 있을 가능성도 대단히 많은데 어째서 그렇지 않은걸까? (예: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논쟁과 관련된 주제들, 낙태찬반, 자살찬반)

  • 누구나 수정할 수 있다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은어나 대화체 (했져~ 했어여? 캬캬 쀍! 안습! 이런 표현들) 로 작성된 글들, 장난투의 말들도 많을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위키피디아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정의를 찾아봐도 상당히 신뢰할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비밀은 뭘까요?

IBM의 연구원 마틴 와텐버그Martin Wattenberg와 페르난다 비에가스Fernanda Viegas의 위키피디아 연구 내용을 보면 낙태나 회교처럼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제의 글에 대해 추적한 결과, 논란의 여자기 있는 글이 올라오거나 악의적으로 삭제가 될 경우, 2분 이내에 복구가 된다고 합니다. 익명의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서 말이죠. 결과적으로는 두 입장을 모두 반영하는 내용들로 채워지는 형태가 된다고 합니다. 내가 임의로 글을 바꿔 버려도, 그 내용이 정정의 여지가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정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변화의 정도가 많은 내용을 담은 아티클은 평균 1000회 이상의 수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무려 1000회 이상의 수정…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1. 위키피디아는 자율적 협업의 작품이자 끝없는 논쟁의 산물이다

위키피디아는 여러 사람의 자발적 노력으로 만든 ‘공동 협업 작품’임과 동시에 ‘끝없는 논쟁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도 그 글을 수정한 사람에게 너 잘못됐어! 라고 면박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우리의 생각에 첨언할 것은 첨언하고, 반대하는 내용은 수정을 가합니다. 해당 주제의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려졌을 때 비로소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Birthday Paradox, 통제를 배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복잡성의 산물인 것입니다. 모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플랫폼.

2. 극소수의 절대기여자와 다수의 일부기여자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매우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드물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많은 양의 내용을 수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은 양이지만 매우 중요하고 임팩트 있는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적인 분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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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ats.wikimedia.org/EN/TablesWikipediaEN.htm
보시면, Bluebot이라는 사람은 무려 32만개의 글을 업데이트 했고, 2위도 22만개나 작성했습니다. 반면에 딱 한개를 쓴 사람도 제법 많습니다. 잼있는 점은 팔레토 그래프로 구분을 해 보면, 20%의 사람이 전체 업데이트의 95%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80%의 사람은 단 5% 정도의 업데이트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면, 이 20%의 소수가 위피피디아의 핵심 인물들일까요?

NEVER.

수십개의 글을 업데이트 했다 하더라도, 문법 오류나 모양을 예쁘게 만든 사람이 있는가하면, 글 한개를 써도 정말 유용한 정보를 담은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팔레토의 상위 20% 나 롱테일 영역의 80%의 사람 모두가 위키피디아를 살아있게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글의 5%라 할지라도 무려 백만개가 넘는 페이지입니다. 두 영역 모두가 의미있다는 점.

오늘날 대부분의 시스템이 팔레토의 상위 20%에만 치중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3. LIVE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위키피디아는 완성본이라는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언제든 사람들이 손을 댈테니까요. 어떤 의미에선 완결된 의미를 갖지 못해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계속 반영된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는 존재, 즉 LIVE ARTICLE 이라는 말입니다. 유기체처럼 실시간으로 세상의 모습을 반영하는 미디어. 멋지지 않나요?

4. 백과사전이라는 플랫폼

만약 위키피디아가 백과 사전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우리가 지금 와 대단하다 하는 이 존재 자체가 없었을 것입니다. 위키피디아가 엉망진창이 되지 않는 핵심적 이유, 바로 백과사전이라는 ‘플랫폼’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대 백과사전이라는 ‘틀’을 의식하기 때문에 그 틀을 지켜주는 선에서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악의적인 내용을 올리거나 장난을 치더라도, 얼른 그것을 복구하는 형태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장난 하지만, 수만명의 사람이 위키피디아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인 거죠.
통제가 아닌 모양을 가진 놀이터. 그것이 핵심이었던 거죠.

5. 존재 가치가 있는가?

어떤 조직의 흥망성쇄는 그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조직에 대한 ‘애정’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이 조직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가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위키피디아는 어떤가요. 사람들이 왁자지껄 자기네들끼리 만들어 나가는 라이브 백과사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 주인이 없는 동시에 모두가 주인인 유기적인 존재. 위키피디아는 그런 면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무리 악의적으로 지워도 2분 이내에 복구가 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그런 존재. 그래서 위키피디아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집단 지성의 산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아, 멋집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지금까지 위키피디아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속에서도 엉터리 정보로 채워져 망가지기는 커녕 살아있는 실시간 백과사전으로서의 위용을 키워가는 위키피디아. 훌륭합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의 입장과, 또 조직을 구성하고 키워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입장, 그 조직안에 있는 구성원 개개인들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오갈 수 있는 플랫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지위를 막론하고 조직 구성원 간의 대화가 얼마나 원활한가가 조직 성장의 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조직은 지금 그런 모습일까요? ^^

2. 의견이나 주장이 ‘쉽게’ 소통될 수 있는 방법의 마련

‘쉬움’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컨셉입니다. 위키피디아가 만약 그 사용 방법이 조금이라도 더 어려웠더라면 지금처럼 사랑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조직이 지금 소통하고 있는 여러가지 도구나 수단들이 소통의 흐름을 증진시켜 주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의 주장이 막히지 않고 공유되고 전파될 수 있는 간편하고 쉬운 방법의 마련. 정말 중요합니다.

3. 컨트롤이 아닌 소통의 복잡함을 허용하는 문화

대부분의 조직은 조직의 딜레마에 시달립니다. 효율성을 위해 조직을 관리하게 되고, 관리하다보니 또 효율성을 가로막는 악순환에 빠져 버리고 맙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함에서겠죠. 그러나 소통이 이루어질 때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소통으로 인한 복잡함을 허용할 수 있는 문화나 시스템의 마련. 이런것을 많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4.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역시 의미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문화

우리는 너무나도 ‘결과’ 내지 ‘결과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처럼 어떤 완성된 버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방식이었다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제를 붙들고 늘어지는 꼴이었을 것입니다. 뭔가를 만들어 나가는 현재의 순간이 시장이나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나 아이템이 될 수 있도록 머리를 더 굴려보면 좋지 않을까요?

5. 조직의 이윤이나 성장에 큰 영향력을 일으키는 사람도 매우 필요하지만 작은 기여를 하는 사람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마인드.

끝으로 조직의 핵심은 역시 ‘사람’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의 모습에서도 보았듯이 어떤 조직의 활동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조직에게 굉장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하나의 기준만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다보면 다른 기준에서의 가치를 스스로 버려버리는 꼴을 나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조직을 구성하는데 피와 살이 된다는 사실을 늘 마음에 담아두고 살자구요.

어떻습니까. 우리가 배워야 하는 점들을 마지막으로 오늘은 이까지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위키피디아의 이야기가 아무쪼록 함께 생각해 볼만한 거리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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