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를 읽다보면 대한항공 괌 사고를 분석한 장이 나온다. 괌 추락 사고의 원인이 일차적으로 기기 결함에 기인하지만, 그 상황을 적절히 대처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왜 그렇지 못했을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부기장이 기장에게 보고했지만, 기장은 부기장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한다. 선후배 관계였기 때문에 부기장은 더 이상 선배 기장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었고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선후배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의 서열문화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이런 선후배나 직장상사 후배의 관계에 따라서 일이 처리되는 게 나쁘지 않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일을 지시하는 선배나 직장상사가 매우 뛰어나서 말도 안 되는 지시사항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정말로 빛의 속도로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을 인지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정도의 인사이트가 직장상사나 선배에게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창업국가란 책을 읽어보면, 이스라엘이 가장 벤처 정신이 뛰어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가 나온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는데, 우선은 실패에 관대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잘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권위가 있는 상사나 선배더라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면 부하나 후배가 그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는 태도를 장려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를 몇 년 전의 대한민국의 문화로 해석하자면, 위아래도 없는 근본이 부실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혁신에 매우 필요하다. 관계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이고 뛰어난 아이디어에 의해서 조직이 돌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PM이라고 해서 많은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팀원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권한이 PM에게 주어진다. 사실 프로젝트에서 PM과 팀원이 수평관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이유로 PM이 팀원보다 권력 관계에서 조금 더 높은 위치다. 팀원들이 반발을 할 때도 있지만, 대개 PM에게 있는 다양한 권한으로 그 의견을 저지할 수 있다. 이런 게 몇 번 반복된다면 팀원들이 권위의 한계를 느끼고 대개 순종하는 척 한다.
이런 행동은 진심일 수도 있고 그냥 방어기제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에서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건전한 토론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까’라면 ‘까’라는 문화가 PM입장에서 편하다. 일단 말이 많지가 않고 PM으로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아픔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는 지도자와 사는 데 있듯이, 우리의 프로젝트가 불행해지는 이유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권위로 찍으려는 PM에게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팀에서 뭔가 창의적인 것을 만들고 싶다면, PM이 팀원들에게 ‘까’일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나쁜 의미로 ‘까’임이 아니다. 좋은 의미로 ‘까’임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