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무기력의 공포

1967년 마틴 셀리그만은 개를 통한 일련의 자극 인센티브 실험이 자칫 개를 ‘학습된 무기력’에 빠뜨릴 수 있음을 발견했다. 실험자들은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준 다음 전기 자극을 가하는 행위를 반복하여,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개가 회피를 시도하는 회피학습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개는 일련의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도 고통스러운 전기 자극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곧 아무리 전기 자극을 가해도 그것을 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실험의 목적이 무엇이든 어떤 개체가 부정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에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연구자들은 처음에는 전기 자극을 피하던 개들이 더 이상 반응이 없자 개가 보이는 비일관성에 대해 불평했지만 유년시절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아왔던 셀리그만은 이 현상을 목격하는 순간 단번에 개가 무기력에 빠졌음을 간파했고, 이는 그가 평생을 ‘사람’의 학습된 무기력과 우울증 연구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낙관주의의 비밀을 밝히는 선구자가 된다.

참고도서: 학습된 낙관주의 :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학습된 무기력을 단순히 조직 내 임직원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에 대한 문제점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임직원들이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가 다름 아닌 조직의 시스템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직의 인사 담당자들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왜 열정과 패기로 넘치던 신입사원들이 입사 한 달만 되면 동태눈처럼 눈빛이 흐리멍텅해지고 의욕을 잃는 걸까?’ 그래서 회사는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지, 어떤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회사 내의 여러 가지 제도나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오히려 이런 방법들이 임직원들을 더욱 무기력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내적 동기와 열정은 학습을 통해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학습된 무기력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경험이 아닌 말이나 상황의 힘만으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은 그에게 훨씬 과장되고 왜곡된 형태의 공포를 심어주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릇된 공포의 바이러스가 조직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기력은 조직 바깥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무기력에 빠진 사람은 삶의 전반에 대해서도 의욕을 상실하게 되어 가족관계는 물론 사회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초래한다. 한마디로 생활이 피곤해지고 삶 자체에 의미를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지부조화 작용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즉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회사는 물론 사회 전반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그야말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대부분 조금씩은 일상에서 이러한 경험을 해왔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화난 원숭이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으며,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유발하는 부분으로 사실 사회적으로 모든 구성원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 본 내용은 화난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중의 본문입니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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