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retail업체들이 연중 가장 큰 할인을 진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의 다음날인 금요일로, 거의 모든 미국의 retail업체들이 이날 50%는 기본으로 생각할 만큼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한다. 블랙이라는 어감이 프라이데이와 결합되면서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데, (마치, 1987년 뉴욕증권시장의 주가 대폭락 사건이 블랙먼데이인 것처럼) 블랙이라는 의미는 이날을 기점으로 상점들이 적자(red ink)에서 흑자(blank ink)로 돌아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날 전미 retail의 매출을 척도로 실물경기의 활황 정도를 가늠하기도 하며, 사실상 추수감사절부터 시작하는 연말 쇼핑 특수 시즌의 매출을 예상해보기도 한다. 더불어 이 시즌의 경기가 다음년도 초반의 경기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할 정도로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는 큰 행사이자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전날인 추수감사절 저녁부터 미국 사람들은 주요 retail업체들 문 앞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상점들이 문을 열자마자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어가서 물건을 집어 계산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여러가지 생소한 것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블랙프라이데이이다. 대체 왜 상점들이 이렇게 높은 할인율을 감수하면서까지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에 나서는 것일까?
사실, 표면적인 할인율은 높지만 ‘유효할인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retail이 매우 발달해 있는 나라로, 수많은segment와 tier의 retail 업체들이 연중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연중 내내 세일을 계속한다고 보면 된다. 신년맞이, 발렌타인데이, 부활절, 어머니날, 아버지날, 독립기념일, 노동절, 할로윈,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명목은 다양하다. 이 외에도 각 업체별로 friends&family세일, 계절세일 등 특별 세일도 항상 있다. 평소에 세일 없이 물건을 사는 것이 손해인 느낌이 들 정도이다. 바꾸어 말하면, 세일 때 물건을 싸게 산다기 보다는, 정가로 사면 비싸게 사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오히려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에 50%씩 세일을 한다고 해도, 평시 세일에 비해 20% 정도 할인을 더 해준다고 보면, 표면적인 할인율만큼 유효할인률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retail업체는 충동구매를 유발한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주변 모든 사람들이 상점으로 가서 무엇인가를 ‘파격적인 할인율’에 구매하기 때문에, 나도 뭔가 꼭 사야할 것만 같고, 그렇지 않으면 ‘현명한 소비 기회’를 놓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단 상점으로 가보게 되고, 수 많은 인파가 양손에 하나 가득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음이 급해지게 된다. 결국 정말 필요하지는 않은 물건을 몇개씩 사게 되고 만다.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이 낮은 고객을 향해 가격차별화를 실제로 구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entire in-store purchase XX% discount’라는 식으로 어느 물건을 사든, 무조건 XX%씩 할인해주는 상점도 있지만, 대폭할인품목을 한정하고 나머지는 정상가로 팔거나 할인율을 적게 해서 파는 경우도 많다. 당연하게도, 인기 있는 브랜드일 수록, 인기 있는 상품일 수록 할인율은 적다. 결국 블랙프라이데이의 대폭할인상품은 이런 상점들에서는 미끼상품(loss leader)이 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사소한 목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지금부터 연말 쇼핑 시즌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이다.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로부터 연말까지 한달 남짓의 기간동안 retail 업체들 연 매출의 20% 정도가 발생한다고 한다. ‘지금부터 연말 선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를 실제 소비를 통해 보냄으로서, 연말 쇼핑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ps. 본인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아울렛에 들러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좋은’ 물건 몇가지를 샀다.
글 : M
출처 : http://mbablogger.net/?p=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