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 중에 하나가 바로 “빨리빨리”이다.
경제성장도 빨리빨리, 길을 갈때도 빨리빨리, 밥먹을 때도 빨리빨리. 우리는 근대로 들어오면서 서양에 뒤쳐진 시간을 만회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잡힌 사람들처럼, 서구가 이룬, 일본이 이룬 많은 것들을 더 짧은 시간안에 이룩하려고 노력했고, 또 많은 부분에서 그렇게 해 왔다.
최근에 사망한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그리고 그의 창조적인 행위와 IT산업에 대한 공헌을 생각하면서, 늘 효율성만 추구하는 우리들은 “왜 우리는 아이폰을 못 만드냐?”, “왜 한국에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없냐?” 등의 질문이 곳곳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근원적 해답은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 으로 귀결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훌륭한 한, 두개의 기업이 전체를 먹여 살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는 그런 생태계(ecosystem)의 근본에는 기업가 정신이 있다는 것이 요즈음 우리의 믿음이다.
그리고 그 모델로 늘 제시되는 것이 실리콘 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기업가 집단과 그 곳에 훌륭한 인재를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도전정신을 고취하는 스탠포드 같은 훌륭한 대학,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도록 총알($)을 지급해 주는 벤처 캐피탈(VC) 등이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왜 이런 것들을 갖지 못하냐고 자조섞인 질문을 많이 듣는데, 그 가운데는 “우리는 구조적으로 글렀다’ 라는 시각도 꽤 눈에 띈다. 즉, 우리는 시장도 작고, 어쩌고 하면서 애초에 재벌과 같이 한두사람에게 모든 기회를 몰아주는 방식이 더 맞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토마스 에디슨이 GE의 창업자라고?
얼마전에 한 컨퍼런스에서 GE의 프리젠테이션을 볼 기회가 있었다.
프리젠테이션의 첫장이 토마스 에디슨의 사진이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몇몇은 GE 의 창업자가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했다. 우리에게는 잭 웰치의 GE로만 알려져 있던 그 General Electric의 창업자가 늘 위인전에서만 보던 에디슨이라니… 라며 놀라워했다.
나도 어렸을적에 토마스 에디슨의 위인전기를 읽고 자랐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에디슨에 대한 전기에는 그가 GE 라는 기업의 창업자라는 이야기가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혹은 강조되어있지 않아서 기억이 안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우리는 단순히 에디슨을 ‘발명왕’ 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훌륭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우리의 위인전기에는 이런 ‘기업가 에디슨’을 빼먹은 것일까?
(참고로 시중에는 이런 에디슨의 기업가적 측면을 다룬 책들이 나와 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보시길…)
아무튼 토마스 에디슨과 GE 를 보면서 내가 깨다는 것은 미국의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 미국의 기업정신이라는 것은 정말 그 뿌리가 깊고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하루이틀에 카피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욕심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위인전기?
또 얼마전 일이다. 조카들이 스티브 잡스의 위인전기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세대에는 위인전에 독립운동가, 과학자, 발명가, 구국영웅 등이 등장하기는 했어도 기업가가 등장하는 것이 드물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우리나라의 창업 1세대인 정주영, 이병철 같은 분들의 위인전도 내 조카들의 책꽂이에서는 찾을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기업가들, 창업가들의 위인전을 읽으면서 어릴때부터 꿈을 키우는 것 또한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리때와는 다른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다. 참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환경이 여러방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켈로그에서의 어떤 강연
켈로그에서 Groupon초기에 투자한 어떤 투자가가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80년대부터 여러 기업에 투자를 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기업을 창업을 하기도 했던 사람이었는데, 최근에 앤드류 매이슨을 만나면서 Groupon에 투자한 것이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난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도 70년대까지, 그리고 80년대 중반까지도 대기업 중심의 기업문화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MBA 졸업생들은 IBM, GE, P&G, J&G, Boeing 등 미국의 Corporate America 애 들어가서 기업의 중역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이런 트랜드를 바꾼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몇몇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일정 수준의 tipping point가 있었던 것 처럼 순식간에 그 에너지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폭발했고, 이제는 보스톤, 시카고, 뉴욕 등지에서도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샘솟듯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MBA졸업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에도 Google, Facebook, Twitter 같은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비록 미국에도 에디슨, 록펠러, 카네기, JP 모건 과 같은 창업 1세대들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IT 혁명과 창업가 정신이 발현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었다.
우리들이 지금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뿐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이미 훌륭한 창업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창업가 정신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 조금 늦어질 뿐. 나는 우리에게 구조적인 문제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