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도 그렇고 홍보에서도 그렇지만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메시지들이 이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 커뮤니케이터에게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며, 중요한 일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이런 류의 이해관계자 미디어 소비 패턴에 대한 공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본적인 질문을 몇 개 던져보자는 거다.
“얼마 전 전국단위로 갑작스러운 정전이 되었을 때 당신은 그 상황에 대한 첫번째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습니까?”
“최초 상황과 관련된 정보 취득 이후 어디에서 세부적인 원인들과 여러 조치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까?”
“해당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설명과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상황인식을 규정하게 영향을 준 곳은 어디입니까?”
최근 모 지인이 이야기해 준 상황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그는 저녁 송년 모임에서 1차를 끝내고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정일 사망이 발표된 당일이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크린 골프장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 폰을 동시에 켜 트위터와 페이스북등을 체크했다고 한다. 무언가 일이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속보성(?) 매체를 소비한 경우다.
10년 전만 해도 동일한 상황에서 이들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 공간에서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 졌다.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도 아직 많고, 소위 말하는 속보성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위기 시에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들은 대부분 새로운 미디어 소비에 익숙한 인구들을 의지하게 된다. 그들이 전해 주는 구전 속보에 의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는 뉴스 수요의 격차에 관한 이야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주목해야 하는 인사이트가 아닌가 한다.
단순하게 말해서 일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들에게는 그렇게 큰 관심도 없을뿐더러 미디어나 뉴스 소비에 있어 그리 적극적인 니즈를 품지 않기 마련이다. 위기시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 된다. 훨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과 부정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적극적으로 미디어와 뉴스 소비에 나서게 된다는 게 기업에게는 문제다.
기업이 왜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보다 빨리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기 있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게 직접 사실(facts)을 듣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프레임 된 설명(framed explanation)을 듣고 해당 상황을 규정해 버린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당 상황에 대한 미디어의 프레임에 기업의 보이스를 반영시키는 것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업무였다. 극단적으로 우리 기업의 프레임을 그대로 투영하기 힘들다면, 프레임 속에서 우리 기업의 목소리가 균형적으로 자리잡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도래한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은 이런 프레임을 정하는 미디어가 더욱 다양화 되었다는 부분이고, 기업 스스로가 통제가능 한 미디어를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이런 환경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행태는 계속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단순하게 빨라야 했던 예전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더해, 이제는 통합적으로 여러 창구를 통해 한가지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내부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기업 스스로 통제 가능한 기업 SNS를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전환(convert)시키는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전처럼 위기 시 단순 언론 브리핑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은 이제 장례를 치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