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LG전자의 한 선임 연구원이 퇴사를 하면서 CEO에게 보낸 메일이 한때 인터넷에 공유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는 본인 소속과 본명을 당당히 밝히고 담백하게 LG전자가 좀 더 나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 2가지에 대해 언급을 했다.
하나는 혁신(innovation)을 독려하는 연구환경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부재하는 기업문화이다.
사실 이 둘은 개별적으로 존재 할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메일 내용 그 자체라기 보다, 그 메일에 대한 방대한 양의 댓글 내용이었다. 폭발적인 반응을 대변하듯, 댓글을 읽는데만 족히 3~4시간은 걸릴 정도로 많은 양의 댓글이 이어졌고, 댓글의 글쓴이들의 나이나 사회경험 또한 다양했다. 격려와 질책, 혹은 다른 각도의 비판적인 글 외에 댓글의 방향성을 크게 정리해 보자면,
1) 글쓴이가 언급한 LG전자에 대한 아쉬움은 비단 LG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2) LG전자 (크게는 국내 주요 대기업)의 業의 본질은 IT회사가 아니라 제조업이고, 제조업 운영의 바탕은 command and contro이다.
따라서, 업의 특성상 제기된 2가지 사안은 변화하거나 수정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상기 2가지 사안이 국내 대기업들이 직면한 새로운 이슈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불어 주요 국내 대기업들의 業을 IT회사나 Technology-Driven기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와 같이 명백한 현상을 그대로 좌시할 것인가 하는 점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첫째, 제조업의 운영 메커니즘이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속적인 기업의 성과를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고객의 니즈에 따라 비지니스 모델이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기업의 life cycle이 선순환되기에), 더불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 필요로 하는 성과환경에 대해서는 물론 임직원들에게 새롭게 기대되는 행동양식이나 그들의 변화된 조직에 대한 니즈에 대해서도 시기적절한 선대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제조업만을 지속적인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인가도 생각해 봄직한 문제이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현재 하고 있는 주요 산업들도 단순 제조업이 아닐지인데 말이다.
지난 1년반 동안 회사를 떠나 인사(HR)라는 공부를 하면서 혁신과 창의성이라는 키워드가 과연 우리나라 기업환경에 정말 필요한가라는 우문을 종종해 왔다. 혁신과 창의라는 것이 국내 기업에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의 혁신과 창의라는 것이 너무나 기술혁신, 비용절감, 신속한 실행과 업무기강 확립 등에 맞추어져 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fast-follower전략에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매우 짧은 기간에 세계가 놀랄만한 압축성장을 하면서 fast-follower의 역량을 여과없이 보여준 한국이기에, 과감하게 기존 역량을 버리고 risk-taking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토대(기업문화)가 마련되어 있는지, 더불어 top management들은 그 토대를 마련한 필요를 간절하게 느끼는지 나 또한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적어도 인터넷에 댓글을 줄 이어 단 사람들은 새로운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상당히 갈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편 대단히 시사점이 큰 사안이기도 하다. 기업문화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자연스럽게 조직 내 보이지 않는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제도를 비롯한 조직내 각종 시스템이나 합의사항들이 이 기업문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기업의 색깔 자체가 바뀐다는 뜻이며, 기업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의식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혁신과 새로운 기업문화라는 논하기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수년 간 관리혁신(Management innovation)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의 의견을 인용해 본다. (ChosunBiz 참조)
“문제는 지금 세상이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데, 현재의 관리 시스템은 100년전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이전 세대의 경영 파이오니어들은 사람을 고용해 할당받은 일을 정확히, 또 성실히 이행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왔죠.
그러나 지금의 딜레마는, 진짜 가치란 것이 창의적인 것, 창조적인 것에서도 나온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화사는 지금도 비용절감, 효율성, 기강과 같은 것을 DNA로 갖고 있습니다. 실험하고 혁신하고 창조하는 DNA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 이것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 자체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 : HKlee
출처 : http://mbablogger.net/?p=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