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Search, 시장에서 이뤄지는가? 도원결의로 이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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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jobs23116/6264419556/
MBA에 온지 정말 엊그제 같은데 6개월 후면 졸업이다.
 
이제 주변에 슬슬 job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미국에서 직장을 잡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잡는 사람들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한국의 기업들과 미국의 기업들 간의 태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연봉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job market이라는 것이 보다 ‘시장의 논리’에 가깝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시장의 자격
 
market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외에 정부규제나 경제상황 등 다양한 외생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 과정에서 물론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협상 과정이 발생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협상과정’ 이라는 것이 다른 변수들로 인해서 무시되거나 혹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컨대 미국에서 직장을 잡는 친구들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형성되어 있는 특정 job과 position에 대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회사 이름이 아니라 position이나 function 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MBA 졸업생들의 연봉은 일반적으로 80,000 ~ 120,000달러 수준을 기준으로 그 위아래로 더 올라가거나 내려가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기본급 이외에도 signing bonus, stock option, 그 외에도 기타 family benefit과 관련된 패키지에 따라서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이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얼만큼 가져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지원자가 얼마나 능력이 있고, 회사가 얼마나 그/그녀에게 그러한 투자를 할 용의가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한마디로 협상이다.
 
MBA뿐 아니라,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이다. 며친 전에 Ph D.를 마치고 job searching을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경영학 전공이었는데, 전공 분야가 현재 미국에서 수요가 매우 많은 분야였다. 그래서 그 친구는 굉장히 높은 연봉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같은 경영학과 교수를 뽑는 임용과정에서도 연봉이 거의 2-3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초짜 교수가 같은 학부내에서 2-3배의 차이가 나는 연봉을 받는 현상은, 아마도 한국의 교수사회에서는 아마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도원결의가 일어나는 시장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패키지가 거의 정해져 있고, 회사는 구직자에게 ‘take it or leave it’ 한국말로 하자면 ‘싫음 말고’ 라는 자세로 임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훨씬 인재가 많고, 한국은 맨날 인재가 없어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job market에서의 bargaining power는 반대로 나타나는 것이 흥미롭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실제로는 ‘인재중심’을 외치지만, 대부분의 경제적 성장, 기업의 성공이 창업자의 카리스마, 조직력 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혹은 적어도 그렇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실제로 지원자 들에게 요구되는 가치는 ‘능력’ 보다는 ‘충성도’ 이다. 그리고 이러한 충성도를 판단하는 도구중에 하나가 바로 ‘take it or leave it’ 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고용구조상의 ‘충성도’에 대한 한국 기업의 집착은 사실 고용단계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회사를 다녀본 분들이라면 이러한 ‘충성도’가 뜻하는 바가 무슨 뜻인지 잘 아실 것이다. ‘이 회사에 뼈를 뭍겠습니다’ 라는 말은 대부분의 국내 기업에서는 대단한 이점으로 작용하는 점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 가끔 생각해보면 한국의 job search는 시장이라는 곳에서 이뤄지기 보다는 ‘도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이유들…
 
또 다른 이유는 지원자들의 job market에서의 다이내믹 자체가 미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한 회사를 나와서 다른 회사를 간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문화에서도 요즘은 ‘종신고용’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고, 한국에서도 job 을 옮기는 frequency가 짧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으로 판단해보면 작은 한국의 인력시장에서는 직장을 옮겨도 기존에 일하던 곳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기존에 알던 사람들과 계속 봐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계약과정상에서부터 ‘까다롭게’ 굴면, 좋을게 없다고 생각하는 (혹은 기업이 그렇게 협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른 한가지 가정은 미국의 경우 고용 담당자가 처리할 수 있는, 혹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비교적 넓은 반면에 한국의 경우에는 고용담당자가 개개인의 지원자에 따라서 다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MBA에서 미국회사들의 리크루팅 프로세스를 보면, 한국의 기업과는 사뭇 다른데, 고용 프로세스 자체가 단순히 인터뷰 보고 계약서를 쓰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터뷰를 보기 이전부터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이고 지원자와 interaction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기업에서 HR 혹은 고용부서가 하는 업무의 영역 자체도 넓고, 고용 후에 그 사람이 제대로 retention이 될 수 있도록 힘쓰는 역할도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들고 싶은 이유는 한국에서의 고용 패키지가 균일한데는 기업들의 카르텔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에서 임금과 그 외의 혜택 수준을 맞춰 놓는다. 결과적으로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경쟁에서 돈을 떼어놓고 다른 것으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지원자들도 돈 보다는 다른 것에 의미를 두고 구직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

 
맺음말
 
항상 어느 한 쪽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job market의 유동성이 훨씬 떨어지는 것은, 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motivation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보수를 받고 일하는 샐러리맨이 얼마나 있겠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처음에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요구를 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시쳇말로 ‘닥치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 대비 자신의 원하는 바를 회사에 말하고 협상해 볼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티베이션의 차이가 있는게 당연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나 인력운용에 대해서 80-90년대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현대, 삼성 등을 필두로 많은 국내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면서 이러한 비판에 대한 효력이 많이 둔화되었다.
 
기업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통해서 주주들에게 기여하고, 채권자들에게 의무를 다하고, 고용인들에게 월급을 주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 해야 할 역할을 모두 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말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장사 잘하는 기업을 비판하기 어렵다” 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지는 의문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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