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CES의 한켠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던져진 의미있는 아젠다가 있다. Inventing TV 3.0! 3.0 과 같은 버전은 붙이기 나름이다. 필자의 블로그가 TV 2.0 이니 벌써 구닥다리가 된건가!
TV 3.0의 핵심은 “이용자 데이터 (Customer data will drive TV 3.0)이다.
이 컨퍼런스에서 주장하는 바는 TV 셋톱박스를 통해 이용자의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광고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TV의 잠재력은 이러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에서 시작될 수 있는데 실시간 채널의 이용 데이터 기반의 Sync App등으로 스마트TV가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과 차별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주장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로 보인다. 미국의 케이블 방송국들은 수년간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를 통해 이러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케이블 방송국들끼리 연합해서 만든 카누 프로젝트는 셋톱박스 기반의 광고 플랫폼으로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 데이터로 지역 기반의 광고 사업 등을 추진코저 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문은 바로 “데이터”
한발 더 나아간 주장도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이슈 보고서에 조영신박사는 “스마트 미디어 시장의 진화 : 소셜TV의 등장 배경 및 함의” (이 보고서는 아직 외부 공개가 되어 있지 않아 언급만 하기로 하자) 에서 “데이터로서의 방송” 을 주장한다.
전통적인 방송이 PUSH 형, 즉 공급자가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이용자는 단방향으로 이용하는 경향성이 강한 반면 최근 방송 (또는 미래의 방송)은 PULL 형 이라는 것이다. VOD가 대표적 사례인데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결정하는 PULL 형 방식으로는 기존의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편성 방식은 의미가 없어진다.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최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정보, 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논문 인용)
이 논문은 “데이터로서의 방송”은 방송 사업자가 단순히 콘텐츠를 대량 수집하는 역할 즉, Aggregator 에서 진정한 플랫폼 으로 진화하는 가늠자라고 역설한다.
데이터 기반의 방송이 TV의 미래일까? 필자는 이 주장에 총론적으로 동의한다. 데이터 기반의 방송이 가지는 가장 큰 함의는 실시간 중심의 기존 방송이 ON DEMAND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미래 인식에 기인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방송의 제공 방식이 변화했지만 실시간 방송의 편성 방식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나 이용자들 모두 과거 방식에 익숙해있다. 이러한 선형(Linear) 방식은 방송 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부치기는 결과를 낳았다. 채널의 재핑 행위를 통해 일부 채널들이 시청률을 챙겨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 콘텐츠 소비는 롱테일이 아니라 소위 ‘헤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ON DEMAND 방식으로의 전환은 이용자의 소비를 분산시키면서 실시간 방송 처럼 동시간대의 시청 행위 (시청률로 집계되는 수치)가 불가능하다. ON DEMAND 방식이 되더라도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이 가장 잘 팔릴테지만 전체적인 이용자들의 미디어 소비 시간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ON DEMAND 소비는 롱테일 콘텐츠의 이용 촉진이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조영신박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데이터로서의 방송” 이라는 틀이 중요해진다. 방송의 질서가 인터넷 공간 (통신 영역) 의 서비스 흐름으로 전면 변화가 필요한 것 이다.
롱테일 소비로 미디어 사업을 새롭게 재 정의한 유투브나 넷플릭스 사례 처럼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미 “데이터로서의 영상 소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추천 엔진은 결국 고객의 데이터 흐름을 이용 동선에 활용한 사례이다.
TV의 미래가 “이용자 데이터” 에 달렸다고 보자. 그렇다면 어떤 데이터가 유용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집결하고 활용할 것인가?
조영신 박사는 소셜TV의 중요성과 빅데이터의 연계성을 설명한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콘텐츠 사용 관련 정보가 증가하고 특히 소셜 네트워킹 을 통한 비정형 데이터의 폭증으로 빅 데이터의 보관과 분석 그리고 활용이 중요한 IT 화두가 되었다.
기존의 가족 단위 미디어 소비 단말인 TV가 점차 개인화 되면서 1인 소비가 촉진되고 소셜 TV 등 SNS 트렌드로 교류되는 콘텐츠 소비 데이터는 ‘나’와 ‘친구’의 성향이 연결되는 소셜그래프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빅데이터는 ‘방송의 미래’에 필요한 씨앗이다.
아직은 개념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데이터로서의 방송’ 과 빅데이터와 소셜TV의 연계성은 매우 중요한 통찰이다. 하지만 주장과 현실의 간극이 아직은 너무 크다.
빅데이터와 미디어 간의 연계성을 논하기 까지에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미이다. 콘텐츠의 경험데이터를 빅데이터화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일 것이다.
그리고 이용자들의 경험 데이터들에 대한 질(Quality)는 어떠한가? 사업자들이 보관하고 있는 미디어 소비자 로서의 개인에 대한 소비 경험 데이터는 매우 단순하다. 소비 시간 등 시점에 관련된 데이터 위주이며 개인이 소비하는 장르를 교차하여 신규 수요를 만들어낼 추천 데이터도 구조화되어 있지 못하다. 소셜TV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등 독립 SNS에 의존하여 이곳에서 교류되는 콘텐츠 소비 정보나 데이터를 가공 없이 보여주는 수준이다. 독립적인 소셜TV 서비스는 소비자의 기호를 장악하기에는 아직 섹시하지 못하다.
주장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고 하지만 “TV의 미래는 이용자 데이터” 라는 함의는 ON DEMAND로 변화하는 미디어의 미래를 앞당기는 중요한 주장이다. 유투브가 방송 채널을 개인화 페이지로 만들고 훌루가 페이스북 연동을 플레이어 창에 붙이는 등의 글로벌한 움직임들은 동일한 미래인식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들이 기존 질서를 고수하는 사업자들이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다소 파괴적 (disruptive) 인 시도들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세력들에 의해 주도되기 마련이다.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케이블, IPTV, 스마트TV, 티빙과 같은 OTT 서비스등 콘텐츠 소비를 매개로한 미디어 사업자들 모두는 고객의 경험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노력이 솔루션의 준비인지, 소셜TV와 같은 서비스의 고도화 인지,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UX의 포장인지는 사업자의 전술적 판단에 달렸다. 미디어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은 TV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화두이다.
글 : 제레미
출처 : http://jeremy68.tistory.com/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