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슬슬 대선 레이스가 시동을 걸고 있지만, 미국도 지금 공화당 경선이 한창이다.
현재 Mitt Romney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Ron Pual, Santorum 등이 뒤를 쫓고 있다. (John Huntsman 은 어제부로 경선 레이스에서 사퇴했다.)
공화당 경선내에서는 1등을 달리는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데 지금 1위를 달리는 Mitt Romney에 대한 비난은 그의 과거 경력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Mitt Romney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는 예전에 내가 올린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PE(Private Equity), 그들이 원하는 것
간단히 정리하면 Mitt Romney는 Bain Capital 이라는 투자회사를 세우고 CEO를 역임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이 베인 캐피탈에서 그는 Private Equity, Venture Capital 등의 서비스를 수행했기 때문에 당연히 기업들을 사고파는 역할을 해 왔다.
당연이 그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인수해서 턴어라운드 한 다음에 다시 판 곳들도 있고, 투자한 후에 퍼포먼스가 신통치 않아서 파산신청을 한 회사들도 있다. 모든 투자에서 성공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참고로 Private Equity 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보시면 되겠다.
네이버 백과사전 설명: http://100.naver.com/100.nhn?docid=744716
좀 더 자세한 위키피디아 설명: http://en.wikipedia.org/wiki/Private_equity
베인 캐피탈에서 대표적으로 투자에 성공을 했던 회사들은 아래와 같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회사들이 많다. 이런 회사들도 한때 어려웠거나, 저평가되어 있었는데, 베인 캐피탈에서 사서 고쳐서 팔거나, 더 크게 키운 경우들이다.
- 던킨 도넛츠
- Staples (미국의 사무용품 전문 판매 리테일)
- Weather Channel (날씨 전문 채널, 참고로 미국에서는 날씨확인의 중요성이 굉장히 크다)
- 도미노 피자
- Sports
- Authorities (운동용품 판매 체인)
- 버거킹
- 짐보리
대충 봐도 레스토랑과 같이 비즈니스가 굉장히 안정적이고, 운영만 잘 하면 Cash Flow가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이 PE에서 선호하는 회사들이다. 인터넷 기업이나 고성장 기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부침이 큰 회사들은 위험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 80년생 이전 공감 가능: 베인 캐피탈은 최근에 일본의 레스토랑 체인인 스카이락을 샀다고 한다. 혹시 스카이락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아무튼 9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잠시 진출했더랬다. (다 어디갔어? 스카이락 어디갔어?)
PE는 일자리를 창출하나? 롬니의 10만 고용창출설
Mitt Romney는 비즈니스맨으로서 굉장히 성공한 사람으로써, 이런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자신이 베인 캐피탈을 통해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위의 기업들이 베인 캐피탈이 인수한 후에 안정적으로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들은 그의 이러한 경력을 거꾸로 이용하고 있다. 즉, 1) PE들이 처음에 기업을 인수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보다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였고, 2) Bain Capital에서 투자한 후에 오히려 실패한 기업들 중에 파산한 기업도 많기 때문에, 베인 캐피탈을 포함한 경영진들이 제대로 경영을 못해서 오히려 일자리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더 자극하는 것은 롬니가 이렇게 많은 회사들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는 점이다. Occupy Wall street 처럼 1%의 자본가들을 상대로한 ‘증오’가 점점 고조되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딱 공격받기 좋은 경력이 아닐 수 없다.
자본에 대한 부정, 혹은 감정적 대응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Romney에 대한 비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이 무너져가는 기업을 인수해서 투자를 할 때는 자신들 또한 위험을 감수한 투자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축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후에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턴어라운드를 해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냉혈한처럼 보인다. 사람을 자른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그들에 딸려 있는 사람들의 인생, 그리고 그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 PE 들은 사람을 자르는 것에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1) 인수한 회사의 오퍼레이션을 제대로 하려면 원래 그 비즈니스를 잘 알고 운영하던 사람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고, 2) 사람을 자르게 되면 (지금처럼) 나중에 정치적, 인도적 비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런 일이 피곤해서라도 되도록이면 사람을 내보내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이다.
오히려 PE에서 기업을 인수하면 몇년만 지나면 말도 안될 정도로 기존의 기업에서 받는 금액보다 많은 돈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팔릴 경우에, 특히나 경쟁사가 아니라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금융사에서 인수할 때에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마인드 컨트롤이 그렇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기업을 인수한다고해도 너무 해고를 많이 하게 되면 밤길도 무섭고, 그 사람들에 대해서 불쌍한 생각도 들고, 또 나중에 어떤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게 될 것도 두렵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인력감축이 최소화되는 선에서 운영이 가능한 옵션을 택하게 된다.
투자라는 것은 실패할 수 있다. 기업의 M&A의 80% 이상은 실패라고 한다. 동종업계에 있거나, 오랫동안 경쟁을 하던 기업을 인수해서 운영하는데도 실패 확률이 그렇게 높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기업을 인수해서 제대로 운영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어느정도의 실패 케이스를 가지고 인도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롬니같은 사람이 하필이면 정치판에 나와서 비판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기업에서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에게 “너에게는 ‘실패 케이스’들이 몇개 있었다”라고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 1% 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치솟아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굳이 사람들의 감정적인 분노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 ’10만 고용창출’ 같은 이야기는 좀 억지스런 면이 있다. 지금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과거에 금융산업에 종사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에 대해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맺음말… 지금 공화당 대선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담론
롬니의 PE경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CNN 뉴스 클립
http://money.cnn.com/video/news/2012/01/11/n_romney_bain.cnnmoney/
이번 공화당 경선에서 이 이슈가 제기된 의미는 물론 1위를 달리는 롬니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격이기 떄문이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현황을 보여주는 단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E는 흔히들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돈을 운용한다고 할 정도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이러한 PE의 역할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미국식” 자본주의를 부정한다고 생각한다. 자본가들이 돈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무능력한 노동자를 해고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미국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고용보장 같은 주제는 진보진영인 민주당에서 더 주장해야 할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행적에 대해서 갑자기 맹렬한 비판을 가하나?
그것은 미국 경제가 성장을 멈추었다는 현실에 대한 반증이기도 한 것 같다. 미국 경제에서 job security에 대한 논의가 지금처럼 뜨거운 적도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100년 이상 지속되어 왔던 ‘기업의 성장 = 고용의 창출, GDP 성장 = 고용기회의 확대’ 라는 공식이 금융산업, IT산업, Biotech 산업과 같이 몇몇 사람만으로도 수백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에는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현실에 반영된 것이 바로 Occupy Wall Street 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롬니의 과거 경력이 아무리 미국적 자본주의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한더라도, 롬니 개인에 대해서,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이 하필이면 정치를, 그것도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 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요즘 공화당 내에서는 롬니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 거의 확정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슬슬 롬니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민주당 측, 즉 오바마와 붙었을 경우에 민주당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 좋은 토픽을 미리 알아서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반성(?)이 조금씩 나오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당시) 후보를 BBK관련해서 공격했다가 결국에는 민주당쪽에 좋은 빌미를 제공해 준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다른 질문은 과연 롬니가 오바마를 이길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로는 “이길 수 있다”고 나오지만, 사실 많은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가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80년 이후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아빠 부시 밖에 없다. 레이건, 클린턴, 아들 부시 모두 재선에 성공했고, 미국 내에서도 정책의 일관성 (continuity) 차원에서라도 8년은 대통령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다.
공화당 내에서도 일치단결해야 겨우 정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텐데, 왜들 저렇게 이전투구를 하는지 조금은 의아하다.
** 한가지 주의할 점은 Bain & Company라는 컨설팅 회사와 베인 캐피탈은 다른 회사라는 점. 많은 신문과 뉴스에서 요즘 그냥 Bain 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두 회사는 완전 다르다. 아마도 Bain Capital 사람들은 Bain & Company로 자신들이 생각되면 기분 나빠할지도… ^^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