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누나는 딸이 둘이다. 6학년 4학년. 한창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쓸 때다.
하지만 항상 영어학원, 수학학원에다가 음악하나 체육하나 정도까지 하면서 바쁘게 사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누나에게 싫은 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돌아오는 답은 둘 중에 하나;
‘우리 애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별로 빡세게 하는 것도 아니야.’
‘너도 니 애 낳아서 키워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두렵긴 하다. 막상 대안이 뭐가 없을까 고민도 많이 하게 되지만, 아직 나에게 닥치지 않은 일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로 대안이 없는 것인지,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는 막상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렇지만 내 아이가 꼭 갖추었으면 하는 기술은 있다. 그것은 바로 읽고, 말하고, 듣고, 글쓰는 능력이다. 이 네가지 능력은 마치 습관처럼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의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습관처럼 달고 살아야 계속 그 능력이 유지되고 발전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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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경제학 Ph.D를 하시는 분을 만났다. 인터넷으로만 알고 지내다가 실제로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 분도 Econ Ph.D 유학일기 – Life on Dynamics 라는 경제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셔서, mbablogger.net 을 운영하는 나 자신과 공통점이 있고, 공감하는 바도 많이 있었다.
Econ Ph.D 유학일기 블로그: http://econphd.tistory.com
자연스럽게 블로그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나라 사람들, 그 중에서도 많이 배우고,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말하고 읽고 듣고 글쓰는 것에 인색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 분이 Econ Ph D를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MBA Blogger를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그 시작은 이 키워드를 아직 점유(occupy)하고 계신 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학문 분야중에서도 경제학이나 경영학처럼 세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드물건만 대부분 이런 공부를 하신 분들은
1) 매우 바쁘셔서 (학술지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하는 블로그에 글을 쓰실 시간이 없거나,
2) 조중동 처럼 ‘급’이 되는 곳에만 글을 쓰시거나,
3) 돈을 안주면 글을 안쓰시거나 이다.
1)번 이유라면 그래도 이해가 좀 되지만, 아직도 2), 3)번의 이유로만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은 시대와의 교류를 이해하고 계시지 못한 것은 아니신지 걱정도 된다. 사실 내가 이런 얄팍한 지식과 경험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나보다 더 경력과 경험이 풍부하신 많은 MBA 졸업생들이 블로그를 운영해 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그런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http://mbastory.tistory.com), 오라클 조성문의 실리콘 밸리 이야기(http://sungmooncho.com), 구글의 김현유씨 블로그 (mickeykim.com) 등 내가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좋은 블로그들이 많이 있다. 우리 사회의 생각을 이끄는 리더분들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아직은 시대와 소통하는 부분이 부족한 점을 한탄하는 것 뿐이다.
예컨대 우리 경제계를 이끄는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 혹은 그들의 자녀 분들이 읽기/듣기에는 적극적이신지는 모르겠으나, 말하고 글쓰시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신비감에 쌓여 있기만 하다. 그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많은 루머와 오해가 있으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마치 중세에 평민들이 귀족의 삶에 대해서 상상하듯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어색할 뿐이다.
예전에 안철수 교수가 일주일에 한번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것을 시작하고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경영계의 리더분들은 말하고, 글쓰기에는 인색하시고, 읽고/ 듣기에는 집중하시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에 매우 열광하는 이유도, 우리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는데 능숙한 비즈니스 리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나도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서 부러운 것은 그가 젊은 대통령이거나 더 청렴한 대통령 혹은 더 학벌이 좋은 대통령이라는 점이 아니다. 가장 부러운 것은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의 책을 읽을 때 더욱 그렇고, 그의 연설을 들을 때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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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학하면서 미국인들이 읽고 말하고 듣고 글쓰기에 더 능숙한 이유가 서구의 문화 자체가 동양에 비해서 verbal communication 중심적이고, 나레이션 지향적이고, speech 를 숭상하고, interaction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그 다양성이 존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 교육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러한 능력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느낌이다.
미국의 이런 교육의 촛점이 전 세계의 스탠다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우리가 이런 부분에 부족함을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꾸만 아이들을 꽉만힌 독서실에서 국/영/수 중심의 공부를 하도록 혼자만의 세계에 몰아 넣기 보다는, 반대로 아이들을 자꾸만 광장으로 내보내서 서로 interaction을 하게 하고, 토론과 협상을 가르치고, 문학과 연설을 가르쳐서 더 상대방의 논리와 감정과 처지와 차이을 이해할 줄 아는 아이들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토크 콘서트’라는 형식이 한국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사실 토크 콘서트는 다름 아닌 프리젠테이션이다. 한국에서도 슬슬 말하기와 글쓰기의 능력이 존중받고, 소통을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으로 손꼽히는 것 같아서 반갑다. (TEDxSeoul의 오거나이저의 한사람으로써, 이러한 경향이 TED.com 으로 인해서 생겨난 경향이라고 믿고 싶다.) 아직은 ‘토크 콘서트’라는 정체불명의 말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런 소통의 문화 자체는 앞으로는 더 발전되기를 바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님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경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꺼리는 것인지, 혹은 못하는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치계에서는 리더들이 책을 내서 자신의 정책이나 노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이제는 매우 일반화 되고 있는 것 같다. 2011년 베스트셀러만 봐도 ‘닥치고 정치’, ‘문재인의 운명’, ‘달려라 정봉주’, ‘조국현상을 말하다’ 등 정치가나 혹은 정치에 관련된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지 선거가 임박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결론적으로 나는 미래에 태어날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나라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촛점이 읽고, 말하고, 듣고, 쓰기에 더 맞춰져서 더 많은 학습기법이 개발되고, 더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남 8학군의 학원가에서 온갖 신기한 학습방법이 유행하는 것 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의 쏠림현상은 무서운 힘이 있기에, 언젠가 이런 가치들이 더 조명받으면, 그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러면 또 너무 발란스를 잃을까봐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