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 있었다. 편의상 이분을 달인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OOO분야의 달인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그 분야에 정통하셨고 능력을 발휘하셨기 때문이다. 어느정도로 정통하셨냐, 그분이 출근하지 않으면 해당 업무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분이 보이지 않았다. 달인을 아는 동료에게 행방을 물으니 회사를 관두셨다고 한다. 헉 달인이 회사를 관두셨다니 좀 난감했다.
동료에게 달인이 왜 출근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달인이 맡은 업무를 자동화하는 프로젝트가 끝났데요. 그래서 달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왜 회사에서 달인에게 다른 업무를 주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사의 뒷사정은 참 복잡하기에… 다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BPR을 주장한 마이클 해머 교수의 유명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기사인 “리엔지니어링:자동화하지 말고, 제거하라”가 생각났다. 달인의 사례 같은 걸 접하면, 해머 교수의 표현과 달리 현실에서는 자동화하고 제거하는 경우가 더 흔한 것 같다.
달인이 된다는 것은 기회 비용을 엄청나게 많이 들였다는 뜻이다. 달인이 되기 수십 년 전의 달인은 마치 줄기세포와 같았다. 다양한 직업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무척 많았단 의미다. 그런 가능성을 하나 씩 제거하고 경력을 쌓아서 달인이 되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고 달인이 되어 버리면, 자동화하고 제거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 난 이걸 편의상 달인의 함정이라 하겠다. 일종의 스스로 판 함정? 물론 달인을 시킨 조직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연대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달인이 되기로 결심했다면 시대를 보는 눈도 필요하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 약 7년전의 사례다. 오랜 전 이야기인데도, 기억이 선하다. 달인이 관둔 게 당시에 충격이었나 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