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저희 서비스를 수익화시키는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이 버티컬 서비스만을 바라보며 사업을 진행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서비스는 유지만 하고 다른 아이템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서비스를 계속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투자유치 활동도 하고 외부에 발표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지금에 와서 다른 것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특히 저를 쳐다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많이 염려됩니다.
국내 포털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후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 CEO의 이야기다. 내가 만나본 웹 서비스 기획자 중에 ‘무엇을 해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몇 안 되는 인재였다. 그런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으니 주위의 기대와 시선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큰 틀의 방향 전환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비즈니스는 현실이다. 만약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대기업에서 더 좋은 제품을 비슷한 시기에 출시했다면 어떻게 될까? 알고보니 이미 그 시장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는 강자가 있었음을 알게된 경우는 어떨까? 그래도 밀고 나가야할까? 제품이나 서비스가 차별화되어 있고, 그래도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면 밀고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힘들겠다.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라는 판단이 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밀고 나가야할까?
가끔 판단을 잘못 하거나, 판단과 무관하게 시장이 움직여서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다. 이 때 ‘오히려 좋은 기회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해 나가면 된다. 반면,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신속히 철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어차피 계속 해봐야 안 될 사업이라면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라. 지금은 철판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나중에는 금판, 은판으로도 넘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 다음 아이템마저 잘 못되면 어차피 첫번째 것도 안될 상황이었으니 밑져야 본전이고, 다음 아이템이 성공하면 이번 의사결정은 아주 잘 한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에피소드로 남게 될 것이다.
정말 그런 에피소드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라.
제가 전에 오데오(Odeo)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팟캐스트(podcast)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가 에반 윌리암스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시에는 애플이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이었죠. 저는 에반을 믿었고, 팟캐스트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주일 후에 애플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발표했지요. 몇 달 후에 에반이 돈을 돌려주겠다며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에 뭐하든지 신경 안쓸테니, 그냥 그 사업에 쓰세요.“. 그러자 에반이 말했습니다. “사실, 요즘 재미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요. 트위터라고…”. “트위터? 이름 재밌는데요? 거기 투자할게요.”
전설적인 엔젤 투자자 론 콘웨이(Ron Conway)와 마이크 메이플스(Mike Maples)의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마이크가 했던 이야기다.
2006년 3월 오픈한 트위터는 2007년 4월 오데오로부터 분리되어 오늘날 1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에반 윌리암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팟캐스팅 서비스 회사를 계속 키워나가고자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애플과 좋은 경쟁자가 되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빠른 판단을 통해 트위터라는 서비스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에반도 이 의사결정을 할 때 여러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 투자를 받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비전을 투자자에게 제시하였을까하는 생각된다. 그런데 다른 곳이 시작해서 이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그러니 남은 투자금을 돌려드리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트위터가 성공하면서 이전 실패 경험은 단지 흥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만약 트위터 역시 실패했다면 모두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주위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안 되는 것을 쥐고 고민해 봤자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이번의 일을 교훈삼아 좀 더 겸손한 자세로 다음 일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일을 성공시키면 사람들은 그 이전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주위 사람들은 지금도 별 관심없을 지도 모른다.
마이크는 이 말을 덧붙였다.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겁니다. 저는 그것을 개인적인 잘못으로 생각 안해요. 뭐든지 다 성공하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플랜A가 아니라면 플랜B를 실행해 보자.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