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가능한 일이란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란 뛰어 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가면서 나가면 된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말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면서 가라는 말은 불도저같은 기업가 정신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농 쌈채소를 바탕으로 기업형 농장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의 일화를 들어보자.
어느 저녁 시간에 주부들로 붐비는 대형 마트에 가봤다. 가장 복잡한 길목에 사람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브로콜리를 구입하려고 하는 줄이었다. 브로콜리를 사는 줄이 왜 긴가 봤더니 브로콜리마다 무게를 달고 각 무게에 따라서 가격표를 붙이느라 줄이 길어졌던 것이다. 류사장은 그 모습을 보고 브로콜리도 공산품처럼 규격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 일일이 무게를 달아 바코드를 찍어 소비자, 판매자 모두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했더니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사장님, 브로콜리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표준화합니까?”
“맞습니다. 채소라는게 공산품도 아니고, 일일이 규격에 맞춘다는 게…”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같다. 브로콜리가 어떻게 똑같은 크기로 자라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이 친구들아, 왜 안 된다는 생각부터 먼저 하는거야?”
“브로콜리를 표준화하는 게 비용이 들고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안 한 거겠지요. 다른 데서도 못 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세요.”
이것도 맞는 말이다. 어렵고 상업화되기 어려우니까 다른 곳도 안 했겠지.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을 골치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류대표의 생각은 달랐다.“쉬운 일이었으면 우리한테까지 차례가 왔겠어? 쉬우면 남들이 다했겠지.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한테 차례가 돌아온 거 아니야?”
그리고 브로콜리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제 각각 크기의 브로콜리들. 당연히 무게도 제 각각이다. 그래서 류대표는 브로콜리를 모아놓고 전체 무게를 재고, 평균 중량을 도출했다. 이것을 표준 중량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표준 중량보다 큰 브로콜리는 조금씩 베어내어 표준 중량을 맞추었다. 그리고 잘라내고 남은 브로콜리는 알뜰형이라는 이름으로 새상품이 되어 시장에 내보냈다. 새로운 상품이 생긴 것이다. 이 신상품은 시장과 마트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전문 용어로 ‘고객 가치 혁신’, ‘고객 가치 창조’인 것이다.
브로콜리를 보다 규격화했다는 일화지만 결국 여기에는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할 요점들이 모두 들어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트에 줄지어 있는 주부들의 모습, 무게를 달아 일일이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 마트 직원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사람은 자기가 관심있는 것부터 보이게 마련이다. 류사장의 경우 유기농 쌈채소업을 하고 있으니 특별히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 상황은 류사장이 처음 본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브로콜리 재배업자도 보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마트 직원도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런 마트 직원이 전국 마트에 다 있었을 테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 대부분은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일부는 개선 방안을 생각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실제 실행하고 개선한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에게 일단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두 번째,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은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그렇다-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보수적인 사람이 많은 것 같다라는 것도 고정관념이기를. 이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론에 막혀 스스로를 한정짓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재 처해진 환경이 아쉬움없이 풍족할수록 더하다.
“채소는 자연 그대로 자라는 것인데, 어떻게 이것을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처럼 표준화할 수 있단 말입니까?”
“조금 불편하긴 했어도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지 않았습니까?”
맞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선 방법을 찾는다면 이들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조직에서 이런 고정관념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계속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방법을 찾지 못할 때도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방법을 찾으면 성공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깊이 생각하다보면 의외로 간단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주위에서는 결과만 보기 때문에 별 것 아닌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방법이 나와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고정 관념 때문인데, 이 고정관념이 게으름 또는 귀차니즘과 연결되면 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지금도 바쁜데 언제 일일이 브로콜리를 잘라내고 표준화시킵니까? 손이 너무 많이 갑니다.”
“사람을 더 뽑아 주셔야 합니다.”
사실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문제를 개선했을 때 돌아올 효용과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투입 자원에 대해 고려하여 적절한 대책도 함께 마련할 것이다. 또한 합리적인 직원이라면 당연히 문제 개선의 효용이 생기면 합리적인 자원이 뒤따를 것이고, 그것이 회사와 임직원 모두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긴 하다. 그런데 대부분은 생각도 안 해보고, 실행도 안 해보고 무조건 안되는 이유만,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만 이야기한다. 안되는 이유는 되는 이유를 찾으면 되고,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은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창업자가 사업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면 돌아오는 부정적인 반응과는 비슷하다. 안 되는 이유가 천 가지도 넘는 것이다.
넷째, 가격이 아닌 제품을 차별화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브로콜리를 재배하여 납품하였을 때 어디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브로콜리가 다 똑같은 브로콜리 아니냔 말이다. 브로콜리가 다 똑같은 브로콜리가 되는 한 남은 것은 가격 차별화밖에 없다. 다 똑같으니 가격이라도 싸야하는 것 이다. 제품에 대한 시장 인식이 이렇게 되면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귀찮게 생각하고, ‘안된다.’, ‘안될 것이다.’를 반복하다가는 오로지 가격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가진 게 무엇이 있는가? 편한 것을 추구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이미 다른 기업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안된다’라고 하는 사람에게까지 돌아올 몫은 없는 것이다.
장안농장에는 1.5kg에 15,000원에서 100,000원을 받고 파는 유기농 상추가 있다. 보통 슈퍼에서 파는 유기농 상추의 가격이 100g 당 2,000원 내외이다. 그런데 1.5kg에 100,000원에 파는 상추는 도대체 무엇인가? 상추에 금이라도 발라져 있다는 것인가?
“아니, 사장님. 어떻게 상추를 10만원이나 받아요? 무슨 수로요?”
“한 상추에서 최고로 맛있는 상추 2잎만 따서 최고 명품 상추를 만드는 거야.”
상추에도 명품이 있을까? 장안농장의 CEO인 류근모 대표가 수백 번 심어보고, 먹어보고,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가장 맛있는 상추를 찾았다. 바로 5월 6일 아침 10시 남쪽으로 자란 크기 8cm의 상추 잎으로 줄기는 두꺼운 것. 바로 그 상추의 두 잎이 명품 중의 최고 명품이라는 것이다. 기막힌 스토리텔링이다.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쌈이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