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과 팩커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쥬크버그, 더스틴 모르코비치, 숀파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들은 모두 창업 동료가 있었고, 시작하자마자 창업팀으로 함께 일할 사람들을 빠른 속도로 확보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창업 아이디어의 특성과 주어진 환경에 따라 획일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자영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창업팀으로의 창업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IT 분야의 경우 필요한 역량을 한 사람이 모두 갖기 힘들기 때문에 더더욱 팀의 힘이 필요하다. 창업팀으로서 창업할 때 홀로 창업에 비한 장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앞에서 잠시 돈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기업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돈은 피라고 할 수 있다. 피가 돌아야 사람이 움직이듯 돈이 있어야 기업이 움직일 수 있다. 사무실 임대료를 내야하고, 구성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급여가 있어야 하고, 일할 수 있는 컴퓨터, 책상, 의자, 하다못해 쓰레기 봉투도 사야한다. 그런데 역시 창업 기업의 초기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은 인건비이다. 창업팀으로 창업을 하게 될 경우 회사의 자금 상황에 맞추어 적정 수준의 급여를 책정하거나 최소한의 급여로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IT 기업의 경우 컴퓨터, 서버, 임대비만 있으면 된다(컴퓨터, 서버 가격도 얼마나 싸졌는가).
회사 경험이 5년 정도씩 된 창업팀 다섯명이 뭉쳐서 1년간 급여없이 일을 시작한다면 2~3억원의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초기에 어느 정도 투자를 유치하여 급여를 받았다 하더라도 회사가 어려워지면 급여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활용의 유연성이 커진다.
물론 창업팀 멤버들도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급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투자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홀로 창업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함께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급여를 책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급여는 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회사의 지분을 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초기 급여를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창업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멤버를 구성하게 되면 초기에 드는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2. 일정 수준의 멤버와 일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창업팀이라고 하면 각자의 전문 분야가 갖추어져 있는 경우이다. A는 기획을, B는 개발을, C는 디지인을, D는 마케팅을.. 이런 식이다. 그 분야를 실제로 잘 하든, 조금 부족하든 처음부터 서로를 알고, 서로를 인정하고 같이 일하게 된 멤버 구성이다. 즉, 창업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가진 사람들끼리 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인원 충원이 필요한 경우, 각자가 리딩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
홀로 창업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우선 창업자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창업을 할 정도라면 해당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공채로 뽑는 사람들이 눈에 차기가 어렵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이런 스타트업에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고 싶어하겠는가를 말이다. 스타트업은 위험 부담도 크고, 복지 혜택 이런 것도 없다. 거기다 급여도 적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물론 아무리 어려워도 노력해야 한다. 그 방법 밖에 없다).
3. 비전 공유가 명확하여 신속히 실행이 이루어진다.
창업팀 멤버들이 열정으로 뭉쳐져 있는 창업기업은 기업의 비전을 명확히 공유하고 있다. 비전이란 ‘ 미래를 글로 쓴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모두가 잘 될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고,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각자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잘 안다는 것의 정도가 단지 기업에서 월급을 받고 다니는 직장인으로서가 아니라, 그 사업의 주인으로서 잘 안다는 의미다. 차원이 다른 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주들의 사업을 일으키며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사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이 높을 수 밖에 없고, 비즈니스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힘든 일이라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 것이다.
특히 이런 창업팀으로 구성된 창업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여러가지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기도 한다. 최고 경영자라고 해서 마케팅, 개발, 디자인, 기획, 회계 이런 것들을 모두 다 잘 아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 때 각 직무 분야의 창업팀 멤버들, 다시 말해 우리 회사의 오너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제시하는 의견은 우리 조직이 현재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홀로 창업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새로 입사하는 멤버 하나부터 시작해서 비전을 공유시켜야 한다.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창업멤버처럼 일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배려해야 한다. 창업자가 업무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던 대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쉽지 않는 일이 된다. 하나부터 다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결론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같은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4.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까? 사업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할까? 물론 중요하다. 해당 비즈니스가 어떤 시장을 겨냥하는지, 향후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에서는 이게 아니다. 사실 창업자도 얼마나 큰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다. 하물며 그보다 해당 시장에 대해 공부를 덜한 투자자는 더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창업자 혹은 창업팀을 믿고 투자할 수 밖에 없다.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잘 될 것도 안되고, 안 될 것도 잘 되게 하는 것이 또한 사업이다.
이때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창업팀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떠한 비전으로 어떠한 이유로 모여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위의 1, 2, 3번과 같은 이유에서 그렇다. 초기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고, 멤버 구성이 안정되어 있으므로 사업을 지속성있게 꾸준히 할 수 있고, 핵심 멤버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내가 만난 초기 기업 투자자들도 창업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홀로 창업자의 경우는 이미 업계에서 뛰어난 평판이 있다든지, 이전에 창업하여 성공한 경험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가 아니면 투자를 유치하기가 창업팀보다 조금 더 어렵다는 점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5. 창업팀 멤버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회사란 망할 수도 있고 흥할 수도 있다. 창업팀 멤버는 흥하든 망하든 함께 하게 된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보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다른 모든 이유를 제외하고서라도 가장 좋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동료들과 같은 생각으로 이루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법인은 실체가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개인은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평생을 갈 수 있다. 회사가 흥하면 그 열매를 함께 나눌 수 있고, 회사가 망하면 툴툴 털고 다시 만날 수 있다. 많은 수의 창업팀이 열매를 나눌 때 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그만 두거나 의견 대립으로 헤어지거나. 열매를 나눌 때까지 함께 하는 창업팀 멤버라면 아마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의 친구가 될 것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