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대놓고 차별할 수 없으니 “당연히 가능하지. 너의 가능성을 믿는다. 근데 우리랑은 Focus가 안맞는것 같고. 하지만 관심이 있을 다른 투자자들이 많이 있으리라 믿어” 라고 애둘러 거절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거절 패턴이다.
“손가락 하나 더 만들어오면 투자해줄께” 라고 말하는 VC들도 있다. 정직한 거절이다. 물론 이것은 100% 거절은 아니고 99% 거절이다. 없는 손가락을 만들어 오는 기적을 보여준다면 당신의 가능성을 인정해주겠다라는 말이니.
때로는 손가락 4개로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참으로 웃긴 소리다. 가능성을 믿고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인데,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는걸 증명해오라니? 그러면 벤처캐피탈이 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위와 같은 비유를 들면, 미국에서 비지니스를 함에 있어 ‘한국인임’이 장애에까지 비유될만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이는 분명한 장애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한국인’이라는 정의는 분명하게 해야할 듯 하다. 미국에서 상당기간의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 Top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해 “native 영어 구사력 + 미국내 강력한 인맥” 을 이미 갖춘 케이스는 여기서 내가 말하는 ‘한국인’의 정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문지원 대표와 나는 서른이 넘는 나이에 미국에 대학원으로 유학을 간것이 미국물을 처음 먹어본 케이스이니 분명히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미국내 창업에 뛰어든 케이스이다.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미국인들에게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벤처캐피털리스트 1명이 1년에 1천개 넘는 투자제안서를 받아보는데 그중에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지는 건은 다섯손가락 이내라는 말도 있다. ‘정상인’들에게도 하늘에 별따기인 게임에 장애를 가진이들이 뛰어드는 것이 쉬울리 없다.
다음 Episode 에서는 부러운 나의 친구들 (Stanford MBA Classmates) 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써보고자 한다. 문지원 대표와 나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쉽게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해낸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글 : 호창성
출처 : http://startupdiary.net/2012/02/05/startupdiary-epis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