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직후, 미국에서는 The American Soldier -An Expository Review 라는 리서치가 행해졌다. 이 리서치는 2차 세계대전후에 미군에서 진행한 리서치로서 60만명 가량의 참전 군인을 조사했고, 300개 이상의 연구가 집대성된,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대규모의 리서치였다.
그 리서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 교육수준이 높았던 병사들이 교육수준이 낮았던 병사들에 비해서 전쟁 당시나 혹은 전후에 정신질환을 더 많이 겪었고, 군대 생활에서 교육수준이 낮은 병사들 대비 잘 적응하지 못했다.
- 도시출신의 병사들이 시골 출신의 병사들에 비해서 야전 생활에 더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 (날씨가 더운) 남부 출신의 병사들이 (비교적 날씨가 서늘한) 북부 출신의 병사들 대비 덥고 습한 아시아의 기후의 전장에서 더 잘 적응했다.
위의 세가지 결과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자.
그리고 1번의 이유에 대해서 한번 스스로 말해보자. 왜 그러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내가 생각해 본 것은 다음과 같다.
-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서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더 괴로웠을 것이다.
-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 수록 군대 바깥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더 많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더 커서 힘들어했을 것이다.
- 교육 수준이 높으면 사람을 죽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서 더 죄책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 교육 수준이 높으면 전쟁중에 일어나는 비합리적인 명령이나 작전에 대해서 더 불만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2번의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육체적 노동에 덜 익숙해서 아무래도 농촌 출신들이 더 군생활을 잘 했을 것이다.
- 농촌 출신들이 집단생활이나 협동 작업에 더 익숙해서 개인주의적 도시출신보다 더 군생활에 잘 적응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수많은 다른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다. 3번 결과에도 마찬가지로 우린 다양한 원인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결과에 대해서 왜 이렇게 대규모의 리서치를 수행했을까? 사실은 결과가 이렇게 당연하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위의 질문은 켈로그 MBA의 한 수업에서 교수가 직접 학생들에게 했던 질문들이다. 학생들도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처럼 각각의 리서치 결과에 대해서 다양한 이유를 들어서 원인을 유추해서 열심히 손을 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교수는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다. 놀랍게도 실제로 The American soldier 리서치의 결과는 앞서서 언급한 1, 2, 3번 결과 모두 반대로 나왔다는 것이다!
즉, 도시 출신이 농촌출신보다 더 잘 군대에 적응했고, 교육수준이 높은 병사들이 낮은 병사들대비 정신질환에 덜 시달렸으며, 남부출신의 병사들이 북부출신 병사들보다 아시아의 더운 날씨에 대해서 더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모두는 1,2,3번의 결과가 모두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에 대한 이유를 술술 잘 말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이 간단한 모의실험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보일 것이다. 즉, 자신의 직관과 일치하는 결과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논리를 생성해낸다.
다행히 위의 경우는 리서치를 통해서, 우리가 ‘그래야만 한다(why things are the case)’ 라고 생각한 것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실무에서 우리는 리서치나 서베이를 통해서 검증도 하지 않은채 단순히 ‘직관’에 의존해서 어떤 명제를 만들어 낸 후에,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합리화를 진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도 책상 앞에서 제안서를 작성하는 많은 실무자들이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실수를 많이 한 것 같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간단한 모의 실험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직관에 절대로 의존하지 마라!
우리의 뇌는 그럴듯한 이유들을 만들어내는 선수이다. 당신의 뇌가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을 경계하라!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