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4박자를 맞춰야한다. 이른바 2PM인데, 바로 People, Product, Market, Money 이다. 이 네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 사업을 해야하고, 맞지 않으면 재빨리 맞추던가 늦기 전에 바꾸는 편이 낫다. 하나 하나 얄팍하게 살펴보자.
1. Market
나는 시장 주의자다. 무슨 말인고 하면, 사업은 시장이 만들어 준다. 마크 안드리센이 이야기한 것 처럼, 그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드물게 영향력있는 경우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극히… 음 다시한번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는 시장의 needs/wants를 채우는 사업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의 needs/wants를 ‘문제(problem)’로 정의할 수 있다.
처음 사업할 때 많이들 착각하는게, 누군가가 ‘나에게 재밌는걸 만들었더니 성공하더라’ 혹은 ‘내가 필요한걸 만들었더니 성공했다’라는 말을 보고 자기도 그대로 한다. 이게 굉장히 위험한 함정이다. 저 말 뒤에는 ‘내가 필요한걸 만들었더니 (그게 하필 시장에서 필요로하던 것이어서) 성공했다’라는 문구가 숨겨져있다. 즉, 시장의 필요와 나의 필요가 일치한 ‘운’을 ‘원칙’이나 ‘방법론’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기업가는 비전을 제품(product)이 아닌 시장(market)에서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이 곧 해결해야할 문제이고 제품이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썩을 문제를 한번 제대로 해결해보자’가 곧 기업의 비전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된 건강한 음식’은 기존에 시장에 제대로된 건강한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비전이고, ‘패스트푸드’라는 것도 결국 기존에 시장에 음식이 빨리 먹기에 용이하게 나온게 없기 때문에 생긴 비전이다. 즉, 비전의 결정체가 제품이라 하더라도, 그 출발점은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꼭 비타민(vitamin)이 아니라 페인킬러(pain killer)를 필요로 하는 것을 찾는 것이 좋다. 누군가 말했듯 타이레놀 시장 하나가 모든 비타민 시장의 합보다 더 크다고 하듯(요즘처럼 웰빙시대에도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죽도록 아프면 누구나 페인킬러를 찾지만, 어지간해서는 비타민은 습관이 되기 전에는 잘 찾아 먹지 않는다. 시장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찾아내야한다. (그리고 이건 찾기 무지 어렵거나, 뻔해보이면 해결하기가 무지 어렵다.)
하지만 시장의 ‘일시적 유행(hype)’을 따라가는 건 곤란하다. 실리콘밸리의 블로그를 보다보면 대부분의 핫(hot)한 키워드는 딱 2년 간다. Web 2.0이 그랬고, 소셜 게임이 그랬고, 스마트폰은 계속 새롭게 재탄생하면서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각 마디 마디는 2년이 채 안된다. 이를 Hype Cycle이라고도 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Hype Cycle에 굉장히 민감하게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사업은 대부분 2년 이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보다는 이러한 것 이면에 숨겨진 본질과 흐름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시장의 ‘키워드’보다는 ‘문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과연 Dropbox가 ‘cloud’라는 hype를 좇았는지, 아니면 진짜 문제를 풀다가 우연히 이 유행에 맞아떨어진건지 고민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리저리하여 우리가 시장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줄 때 시장이 우리에게 비로소 성공이라는 것을 안겨준다.
2. Product
시장이라는 문제(problem)을 정의하였으면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할지(solution)를 답하는게 제품이다. 여기서 조심할 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타협이 누적되고,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원래 풀고자했던 문제를 자꾸 잊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정확하게 뭐지?’ 라는 질문을 자주자주 스스로에게 다시 묻지 않으면 어느 순간 출시 시점에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답을 들고 문을 나가게 될 거다. 그래서 ‘집중(focus)’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제품을 기술로 풀려하지 말고, 사람들의 사용 패턴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제품을 어떻게 쓸까? 이 제품을 어떻게 발견할까? 제품을 다 쓰고나면 어떻게 처분할까? 등.. 제품을 접하기 전부터 첫 사용, 반복 사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 (whole user experience)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어떤 광고를 보고 어떤 매장에서 어떠한 가격에 어떠한 패키지에 담겨 전달되며, 개봉시의 경험에서 사용을 거치는 일련의 경험을 설계할 수가 있다.
요런거 잘하는 곳이 아마존, 애플 이런 기업들이다. 심지어 아우디는 ‘냄새’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어서 차량이 오래 되어도 눅눅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설계한다고 한다. 이게 제품을 둘러싼 사용자 경험을 아우르는 관점이다.
3. People
너무나도 중요한 게 사람인데, 시장 못지 않게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시장은 안 보여서 어렵다지만, 사람은 보여도 알 수 없어서 더 어렵다. 시장을 정의 하는 것도, 그에 맞는 답을 내리는 것도 사람이다. 결국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의 질, 포기하지 않고 가는 실행력 등이 모두 사람에게 달려있다.
사업에서의 사람은 조직 전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주로 초기에는 최고경영진(top management, 혹은 founding team)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사람의 성향이라는게 사업이라는 긴 마라톤에서는 꽤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책임과 지분의 n빵(균등분할)은 열에 아홉, 아니 백에 구십구는 실패한다. 이는 사람이 감성적인 존재이고(이성적이지 않다는 말임), 그리고 사업이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n빵은 주로 또래 친구들 사이에 창업한 경우에 많이 하는데, 빠른 시일 (한 3년 미만) 내에 사업이 매각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문제로 붉어진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공동대표도 도시락싸들고 말리는 편이다.
누가 리더를 하면 되나? 간단히 말해서 제일 많이 희생하고, 잘 못되면 제일 크게 망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이건 돈 뿐만 아니라 신용 등을 포함한다. 물론 리더를 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리더십(책임감에 비중이 높음)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책임은 단순히 누가 최종 책임자인가에 대한 의미도 있지만, 업무 역할상에서의 책임과 역할 구분(Roles & Responsibilities)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의미도 있다. 친구 세명이 모여서 공동창업자가 된 경우에 모두 함께 논의하여 조직이나 제품, 사업 방향등에 대하여 결정하자는 ‘그럴싸한’ 말은 실제론 전혀 그럴싸하지 않다. 사업을 몇달만 하다보면 금새 가치관과 습관, 그리고 여러가지 크고 작은 관점에서의 미묘한 이격들이 발견되는데, 이게 누적되면 감정적으로 쌓이게 되기 쉽다. 반드시 역할을 나눠야 한다. 기술 및 제품에 대하여는 누가 결정한다, 조직 문화나 체계에 대하여는 누가 결정한다 등이다. 그리고 대표이사는 최종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마지막에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안으로 규율이 서고, 밖에서 봐도 믿음직하다.
n빵은 투자자 관점에서는 무척이나 아마추어스럽다. 명확하게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4. Money
돈. 물론 이게 아예 없으면 시작도 못한다. 요즘 IT쪽은 좀 사정이 나아져서 직장생활하다가 모은 적금으로도 창업할 정도는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CAPEX가 낮아졌다. 그래서 시작은 그나마 좀 쉽다. 위에 말한 시장-제품-사람이 잘 맞아떨어지면 (사업쪽을 담당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있지만 않다면) 일단 투자까지는 어케든 갈 수 있다.
그리고 멋지게 출항한 (사실은 밑바닥에 구멍이 나있는) 우리의 배가 해안가를 떠나 만약에 투자 자금이 바닥 나기전에 반대편 땅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게 곧 가라앉는 섬일 지라도) 일단은 두어달 정도는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적어도 VC(벤처캐피탈) 투자자금은 펀드만기가 있고, 또 일반적으로 1년~2년 정도의 투자집행계획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 기간내에 승부를 내야한다. 물론 중간에 잘 안되면 (혹은 너무잘되면) 투자를 이어서 더 받기도 한다.
끝에는 결국 매출 – 비용 = 이익이고 이익을 내기 전까지는 ‘사업’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익을 내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하여’이다. 누군가는 이익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건 마치 ‘똥을 싸는 것’이 ‘밥을 먹는 이유’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돈은 결과여야하지 목표이면 안된다.
물론 돈이 없으면 망한다. 이익을 내야한다. 그리고 이익이 있어야 이를 가지고 재투자하여 더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이러한 여정에 위험을 함께 감내한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누기도 하는거다. (그게 배당이던 유동화던, 상환이 되었건 간에)
잊지 말아야할 점은 돈은 사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으로 간단하게 사업의 4박자를 살펴보았다. 이제 당신도 사업 마스터! (응?)
글 : 김동신
출처 : http://dotty.org/2699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