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수많은 닷컴 벤쳐들이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고 있을 때 전에 없던 존재감으로 매니악한 사랑을 받았던 브랜드가 있었다. 안티조선, 민족정론지를 외치며 기존 미디어에선 결코 다루지 못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신랄하게 까발렸으며 특히 영화 ‘왕의 남자’에서 봤던 광대놀이마냥 해학적 즐거움으로 무장, 마냥 낮은 자세로 가볍고 유쾌하게 웃겨댔던 ‘딴지일보’가 있다. 물론 그 중심에 ‘김어준’이라는 걸출한 선동가이자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있었고, 그와 유사한 코드를 가진 필진들이 함께 ‘딴지일보’다운 문화코드를 창작해내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98-99년 ‘딴지일보’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주목 받으며 동명의 책이 베스트셀러급 판매고를 올린 시기에 1차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2002년엔 한국 축구에 대한 해외 각국 미디어 반응과 현지인들의 반응, 그리고 다분히 선동적인 글들로 여름에 한 방!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 겨울에 한 방! 그렇게 2차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1999년~2002년 닷컴 버블은 터졌고, 수익모델을 증명하지 못한 수많은 기업들과 함께 딴지일보 역시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는데… 그나마 2002년에는 월드컵관련 티셔츠 판매로 잠시 숨을 돌리지만 금새 자금 줄이 막히며 많은 멤버들을 떠나 보냈고,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들의 홍수 속에 급 잊혀지기 시작했다.
근데 그렇게 단물 다 빠진 줄 알았던 그들이 돌아왔다. 인터넷 미디어로써? 아니 모바일 미디어로써! 국내 유일의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란 지극히 딴지다운 컨텐츠를 만들었고, 한국은 불모지로 여겨지던 팟캐스트라는 모바일,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의 컨텐츠 유통망을 통해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시작한다. 이제는 iOS-안드로이드, PC웹-모바일을 가릴 것 없이 큰 사랑을 받으며 3차 정점을 찍고 있는데.. 1일 평균 다운로드 1백만 건, 동시 접속자 최대치가 약 50만 이라고 하며,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2011년 말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 대비 27.1%(약 1천만명)가 청취했고, 나꼼수의 인지도는 약 82%(약 4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딴지일보’라는 브랜드가 이렇게 부활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2010년 깐느 광고제 대상을 받은 ‘올드스파이스(Old spice)’라는 브랜드의 캠페인이 있다. 그들 역시 한때 대중적인 사랑을 받던 남성 바디워시/화장품 브랜드였으나 지나치게 ‘남성다움’에 몰입하다보니 언젠가부터 ‘아저씨’브랜드로 향은 ‘아저씨 냄새’가 되어버린 것. 그래서 그들은 ‘아저씨 냄새’를 다시 ‘남자의 향’으로 되돌리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선 브랜드 페르소나로 이 시대에 맞는 (느끼하지만) 위트 있고 남자다운 ‘무스타파’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었고, 남자의 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유쾌함이 대중적으로 먹혔다. (TV광고는 24시간만에 600만 이상 플레이) 게다가 TV광고란 1차 컨텐츠 뿐만 아니라 유튜브란 쌍방향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는데, 고객들의 댓글에 무스타파가 직접 영상으로 화답하는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다. 무스타파의 매력이 녹아있는 유튜브에 올라온 깨알 같은 화답영상(백개가 넘는다고 함)이 보여지고/퍼 날라지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각종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내며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딴지의 ‘나꼼수’ 역시 다르지 않다. 4명의 출연진 모두 각기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메인스트림에서 할 수 없는 자유로운 이야기를 낄낄거리며 풀어내는 통렬한 컨텐츠를 만들었고, 전에 없던 심도 있는 비판을 담은 컨텐츠에 유쾌함이 더해져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 게다가 빠르게 보급을 넓혀가고 있는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팟캐스트 방송으로써 국내 첫 대박 사례를 만들어 더욱 큰 관심을 받는다. 게다가 전국 각지, 아니 미국까지 날아가 콘서트를 열며 2차 파급을 만들었고, 그 영상과 내용들이 깨알같이 퍼지고 다양한 패러디와 자발적인 참여형 컨텐츠가 확대 재생산되며 그들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은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위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
즉 한물간 브랜드가 매머드급 컴백을 하기 위해선 이런 요소가 필요하다.
1. 결국은 매력적인 컨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전편 보다 나은 속편 블록버스터 무비는 좀 더 매력적인 영웅과 좀 더 대담한 액션이 필요하다. (추가한다면 좀 더 악랄한 악당? ㅋ) 흔한 예고편 멘트처럼 ‘무엇을 기대했던 그 이상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다시 봐줄 것.
2. 그리고 기왕이면 주목 받는 곳에서 새롭게 하라.
TV광고 모델이 대중에게 일일이 피드백을 날린다는 발상 자체가 시도될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란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은 더 어려웠겠지만 나꼼수가 세계 1위 등의 타이틀을 달며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팟캐스트란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에겐 새로운 것이 더 쉽게 화제가 된다.
3. 확대 재생산이 용이하면 좋다.
올드 스파이스는 영상을 퍼나르기 가장 좋은 플랫폼을 활용했고, 나꼼수는 mp3 파일로써 기존 방송컨텐츠와 달리 마음대로 뿌릴 수 있었다. 컨텐츠에 마음을 뺏긴 사람들은 소비 할 뿐만 아니라 쉽게 블로그, 카페, SNS를 통해 컨텐츠를 퍼나르며 짧은 시간 빠르게 확산시킨다.
‘리브랜드’라고 하는 이 작업이 어려운 것은 컨텐츠만 잘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인데, 기업이 지나치게 부유하거나 살벌한 경쟁을 하고 있는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저물어가는 브랜드에 큰 돈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돈은 컨텐츠에 투자하되 매체는 위와 같은 관심과 자발적인 확산을 고려해 전략을 짜야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딴지일보, 올드스파이스 두 브랜드 모두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시대에 맞게 자신을 새롭게 포장하고 새로운 곳에서 유쾌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며 브랜드를 부활시켰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들의 성공이유는 닮아있다. 부활하고 싶은가? 그럼 닮아보자.
글 : Gomting
출처 : http://theothers.tistory.com/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