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비밀일기 Ep.4] 실리콘밸리에서의 첫 투자유치

문지원 대표와 나는 이때까지 개인 앤젤 펀딩을 제외하고 총 4차례의 해외 투자 유치 과정을 겪었는데, literally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복잡한 계약서가 필요했던 2, 3, 4번째 투자 유치에 비해서 첫번째 투자 유치의 legal process는 놀랍도록 간단하고 빨랐다.
 
이 첫 투자는 2008년 2월 미국 벤처캐피탈 Charles River Ventures 로 부터였다. 액수는 25만불이었는데, 이는 미국 기준으로서는 큰 액수가 아니어서, 또 우선주 지분 투자가 아닌 Convertible Note 형식의 투자인지라 Series A Round 라고 하지 않고 seed round 라고 표현하겠다.
 
2008년 초는 다행히 벤처 투자 경기가 비교적 좋은 시점이었다. 2006년말 Youtube가 Google 에 $1.65 Biliion 에 인수된 이후 실리콘 밸리 벤처 업계는 주욱 흥분 상태였다. 2007년에는 상당수의 VC 들이 아주 초기 단계의 start-up 에 투자하는 seed 투자 프로그램 또는 유사한 incubation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일례로 2007년에 나를 포함한 Stanford 학생들이 앞다투어 지원했던 한 incubation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투자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Lightspeed Ventures 라는 한 유명 VC 에서는 여름 방학 동안에 실시하는 incubation 프로그램이었다. 팀 구성과 함께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VC 에서 심사하여 10팀 정도를 선정한 후, 방학 동안에 약간의 지원금과 함께 VC 오피스에 일하는 공간을 내어주고 멘토링도 같이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원에 대한 댓가는 전혀 받지 않았다. (단 1% 의 지분도 받지 않음.)  여기에 선정된 학생들은 summer intern 대신 (미국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여름방학 3개월간summer intern 을 하며 경력을 쌓는다) VC 의 mentoring 하에 자신의 start-up 을 test drive 하는 것이다. 물론 VC 도 노리는(?) 것이 있으니까 이런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인데 이 3개월간 get to know each other 하는 과정을 통해 좋은 팀이 보이면 침 발라두려고 하는 것이다. 나의 MBA Classmate 중에서도 2팀이나 여기에 선정되었었는데, 불행히도 우리 팀은 2007년 여름에 이 기회는 얻지 못하였다.
 
시간이 좀더 흘러 2008년 초가 되자 2007년부터 문지원 대표가 개발하기 시작한 running prototype 은 점점 흥미로운 모습으로 발전하여 드디어 남들한테 보여 주었을 때 Wow! 반응을 끌어 내기 시작하였다. 때 마침 우리의 눈에 띈 seed funding program 이 있었는데, 그것이 Charles River Ventures 에서 만든 Quick Start Program 이라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개요는 당시 이 VC 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홍보되었었는데, 아주 early stage 의 회사에 회사당 5만불~25만불 정도의 seed money 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계약 조건은 회사 마다 액수만 차이가 있고 다른 조건은정확히 동일하게 템플릿화 되어 있었다.  방식은 지분 투자를 하는 것 아니라 Convertible Note (전환 사채 개념) 으로 빌려주는 것이다.  이 채권은 나중에 회사가 더 성장하여 $1.5M 이상 규모의 Series A Round 지분 투자를 받게 될 때 같이 지분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지분으로  전환시의 valuation 은 Series A 투자자에게 적용되는valuation 보다 20%~25% 정도 낮게 전환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만불을 Convertible Note 으로 seed 투자를 받고, 나중에 Series A 투자자가 $4M valuation 으로 Series A 투자를 하게 되면 이 20만불은 $4M x 0.8 = $3.2M 의 valuation 으로 지분 전환이 되고, 이 Convertible Note 투자자는 $200K/$3.2M = 6.25% 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간단히 정리를 하면, Series A 투자자에 비해서 20% 좋은 조건으로 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째튼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maximum 금액인 25만불의 투자를 받게 되었는데 어떤 과정을 통하여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게 되었는지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이러한 Convertible Note 투자 방식에 대해 조금 더 부가 설명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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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리하면, Convertible Note 투자는 처음에는 채권이었다가, 이후의 equity financing 시에 (지분 투자 라운드) 지분으로 전환 (conversion)이 되는 방식의 투자이다. Conversion 시의 valuation 은 다음 지분 투자 라운드 (Series A 투자등) valuation 에 따라서 결정된다. 하지만 Convertible Note 투자자는 Series A 지분 투자자보다 훨씬 일찍 투자를 하는 것이라 Risk 가 훨씬 더 높으므로 같은 valuation 으로 전환이 되는 것은 말이 안되니 보통 15%~25% 의discount rate 이라는 것을 둔다. 지분으로 전환이 될때 discount rate 만큼 유리한 가격으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또, 이 정도의 discount 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보통 Cap (상한선) 이라 추가적인 안전 장치도 두어서 지분 투자 round 에서의 valuation 이 아무리 높아진다 하더라도 전환 valuation 이 어느 이상을 넘어갈 수 없도록 선을 그어 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Series A 지분투자자가 $50M valuation 으로 투자를 하더라도, $10M 으로 Cap 을 정해놓으면 20% discount rate 을 적용한 $40M 이 아니라 $10M valuation 으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Cap 을 정해 놓는 것은 Convertible Note 투자자 입장에서는 훨씬 초기 투자자로서의 Risk 를 감안했을 때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Cap 이 있는 Convertible Note 이 투자자나 Entrepreneur 모두에게 꽤 합리적인 seed money 투자 방법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고, 실제로 많은 seed stage 투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Convertible Note 이 Seed 투자 용으로 자주 애용되는 이유는 절차 및 법적 관계의 간편함도 한 몫한다. 우리의 경우도 투자 결정이 파트너 회의에서 내려지자 마자 1시간 뒤에 VC 에서 A4 지 한장짜리 계약서를 가져오더니 싸인하라고 내밀었다. 벤처 경험이 많은 classmate 친구에게 가져가서 10분간 같이 리뷰하며 싸인해도 될까? 라고 물어본 후 “당연” 이라는 답변을 듣고나서 싸인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통장에 25만불이 입금되었다.
 
헌데, 특이한 점은 CRV의 “Quick Start” Convertible Note 은 Cap 이 아예 없는 조건이었다. Cap 이 전혀 없다는 말은 극단적인 상황을 예를 든다면, 20만불을 투자 받은 후, 한동안 추가 투자를 받지 않고 회사가 너무너무 잘 되고 미친듯이 성장해서 그 후 Series A 펀딩을 $100M valuation 으로 받게 되면 이 Convertible Note 의 투자자는 20% 할인 가격인 $80M valuation 으로 전환되는 것이니 투자자는 단 0.25% (=200K/80M) 의 지분밖에 확보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CRV 와 같은 VC 에서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Quick Start Loan Program 이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고작 20% 의 discount rate 을 얻자고, super early stage 의 회사들에 돈을 이렇게 뿌려도 되는걸까?  이게 과연 남는 장사일까?  이번 편의 이야기가 다소 길어져 버렸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이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글 : 호창성
출처 : http://startupdiary.net/2012/02/21/startupdiary-episod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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