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링글스, 켈로그 품으로 며칠전에 프링글스가 켈로그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서 들려왔다. $2.7Billion, all cash deal 이었다.
그동안 P&G를 상대로 프링글스를 사기 위해서 협상을 진행했던 다이아몬드사(우리에게는 아몬드나 땅콩 등으로 친숙한)는 회사 내부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인해서 딜이 계속 delay 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Kellogg 로 가게 된 것이다.
Kellogg 는 Special K! 등의 시리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몇몇 과자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시리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고, 특히 미국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프링글스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서 세계 시장에 기존의 스낵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넓혀 보려는 의도로 이번 프링글스 딜이 성사가 되었다.
프링글스의 글로벌 매출은 $2.5B 정도이고, 현재 켈로그의 스낵 매출은 $1.5B 정도라서, 두 사업을 합치게 되면 $4 B이상의 큰 비즈니스가 나온다. 그리고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렇게 특정 카테고리에서 사이즈를 키우게 되면 마트 등의 리테일 업체들과 협상하는데 있어서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시너지를 가져올 수도 있고, 유통(distribution)상에서도 이점이 많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프링글스가 유통되고 있는 전 세계의 소매점들 중에서 많은 점포들에 켈로그의 스낵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
예컨대 일본의 프링글스의 유통은 일본의 제과업체인 메이지(Meiji)에서 맡고 있다. P&G에 남은 유일한 음식 브랜드가 프링글스였기 때문에, 이 브랜드만을 위해서 복잡한 일본의 스낵유통을 다시 구축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해서 애초에 일본 시장에서는 별도의 프링글스 유통망을 만들지 않고, 메이지에게 위탁한 것이다. 아마도 P&G 일본과 메이지와의 관계가 계속 좋게 유지되어 왔다면, 주인이 켈로그로 바뀐 뒤에도 일본에서 프링글스 유통을 메이지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켈로그는 자신들의 스낵을 더 얹어서 유통을 의뢰할 수도 있을 것이다.
My First Brand, Pringles
내가 P&G 마케팅 부서에 입사해서 받은 첫 브랜드는 프링글스였다. P&G 마케팅에서는 한 사람의 마케터가 한 브랜드를 1.5~2년 가량 맡아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는 의미가 크다. 게다가 첫 브랜드였으니, 프링글스가 내게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내 첫 임무는 프링글스 라이트를 한국 시장에 론칭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임무는 조금은 다른 형태의 트레이형 프링글스를 론칭하는 것이었는데, 후자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고, 전자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내가 처음 프링글스를 맡은 2000년대 중반은 스낵 브랜드에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커피 전문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점차 스낵을 먹는 Occasion(상황)이 줄고, 사람들이 커피숍에서 차와 케익과 빵을 먹는 습관으로 옮겨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만 보던 ‘direct competitor’ 가 아닌 ‘substitution’ 에 의해서 시장이 타격을 받은 상황.
한편 스낵 시장에서는 마켓오 같은 좀 덜 해로운 (혹은 좀 건강해 보이는) 스낵이 출현하던 시기였다. ‘드림 카카오’ 같은 초콜렛 브랜드들이 처음 등장해서, 아무리 어려운 스낵시장이지만,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다른 앵글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던 시기였다.
글로벌 프링글스에 있는 메뉴를 뒤진 끝에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던 프링글스 라이트 아로마 라는 라인업을 찾았다. 이 라인업 중에서 괜찮은 맛들을 가져다가 ‘프링글스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출시하게 되었다. 기존 프링글스 대비 30% 이상 지방이 낮은 프링글스였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원하던 저염분 프링글스는 아쉽게도 없었는데,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을 위해서 이런 제품을 따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프링글스가 내게 준 것
마케터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사실 나는 매우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이고, 또 과자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프링글스를 처음 맡았던 순간부터 내려놓던 순간까지 나와 프링글스는 뭔가 어색한 조합이었다.당시 P&G Korea의 사장님이 프링글스 담당자는 살쪄야 되는데, 나에게는 살이 안찐다면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부족한거 아니냐는 농담을 했던 기억이 있다.
좀 어색한 조합이었지만, 나는 프링글스를 운영하는 1년 반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서로 실수도 많이 하면서 사귀다가 결국은 상처투성이로 헤어진 첫사랑과 같은 느낌이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잘해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지만, ‘덕분에 많은걸 배웠어~’ 라면서 쿨하게 헤어졌다.
자랑할만한 것은 내가 프링글스를 맡았던 1.5년 동안 프링글스는 거의 6년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터넷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실험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매출규모가 작은 프링글스 같은 브랜드를 담당하면서 누릴 수 있는 자유였다.
결국 나는 P&G에서 인터넷 분야에서 이것저것 많은 마케팅을 해 본 사람으로 회사를 떠날때까지 이 경험을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당시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중계에 후원을 하기도 했다. (그 후에 곰TV로 넘어감) 프링글스 라이트를 론칭하면서는 처음으로 광고도 찍어보기도 했고,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인터넷 동영상 광고영상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스토리보드나 비주얼 등을 리뷰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배운게 많다.
P&G의 전략, 그리고 추가적인 브랜드 매각 가능성
현재 P&G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developed market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성장이 정체되어있고, 대부분의 성장과 Cash Flow가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에 시진핑 차기 중국의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Bob McDonald P&G의 CEO가 시진핑을 독대하기도 했다. 지금 P&G의 희망은 중국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최근에 P&G의 미국에서의 earning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기대감으로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하지만 P&G 주식과 같은 (담배회사나 술회사보다는 조금 더 risky 하지만) 매우 안정적인 주식의 주주들은 대부분 Dividend Income으로 생활하는 노인들 혹은 pension fund들이다. 중국에서는 이익이 나도, 미국으로 transfer 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 실제로 주주들에게 dividend payment가 얼마나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다.
P&G의 전략은 Core Category로 분류되는 세제, 면도기, 화장품, 샴푸 등의 제품군을 강화한다는 것이며, 특히 이들의 innovation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소비재에서 무슨 대단한 혁신이 나오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겠지만, 사실 이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재에서 혁신이 꽤 많이 나온다. 바로 며칠 후면 출시될 Tide Pods 같은 제품도 지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노베이션 중에 하나이다.
세탁 세제를 물이나 가루형태가 아니라 마치 식기세척기 세제처럼 하나의 pod (작은 주머니) 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만든 것이다. 론칭 광고의 최초 방송 시기도 모두가 고가의 광고비를 지르는 슈퍼볼 시즌이 아니라 비슷한 효과를 싼 가격에 낼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정했다고 한다. P&G 스럽다.
Tide Pods 케이스에서 보듯이 소비재에서의 제품 혁신은 소비재 중에서 다른 카테고리에서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형식으로 많이 이뤄진다. 식기 세제에서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을 샴푸로 가져온다든지, 전동 칫솔에서 성공적인 제품 컨셉을 전동이 되는 면도기로 가져온다든지 하는 예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것을 P&G내부에서는 search & reapply라고 하고, 얼마나 Search & Reapply를 많이 했으며 이를 통해서 매출을 추가로 발생시켰는지 등이 마케터들의 주요 KPI 이기도 하다.
아무튼 지난 몇년간 Folgers, Pringles 등에서 본 것과 같이, P&G의 비주류 카테고리에 대한 매각과 주류 카테고리에서의 제품 혁신이 계속 될 것이다. 밥 맥도날드 P&G CEO 도 프링글스를 매각하면서, 프링글스는 P&G의 제품혁신의 기여자였다기보다는 수혜자였다면서, 지난 몇년간 P&G의 이노베이션에 별로 기여를 못한 점을 가장 큰 매각 이유로 꼽기도 했다.
맺으며..
P&G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 Pringles를 첫 브랜드로 받았던 사람으로서 Pringles의 매각 소식은 내 인생에서도 뭔가 한 chapter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학교에 가장 contribution을 많이해서 이름도 Kellogg라고 정한 바로 그 회사로 간다니 참으로 우연의 일치이다.
나의 커리어도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기에 조금은 더 감정적으로 이 뉴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Adieu Pringles ~!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