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eSpoon 메뉴 중에 스무디가 있었다. 생과일과 요거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얼음을 믹서에 넣고 갈아 만들어주는 음료인데, 제대로 된 믹서를 사려고 한참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웬만한 믹서는 하루에 스무디 50잔 만들면 날이 닳거나, 모터와 얼음 가는 소음이 너무 커서 아무 제품이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타벅스와 커피빈에서 사용하고 있는 Blendtec 믹서를 거의 100만원 가까운 금액을 주고 하나 장만했던 기억이 난다.
Blendtec의 Will It Blend 광고 시리즈는 최근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잘했다” “쿨하다”는 정도의 반응만이 무성한 듯하여 간단하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Blendtec은 1975년에 Tom Dickson에 의해 설립된 아직도 그리 크지 않은 private company이다. 제품군도 매우 단조롭고 직원수도 200명 안팎인 요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평생 들어보지 못할 이름의 회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스타벅스, 커피빈 등 이름 있는 커피샵 매장에는 Blendtec 블렌더가 두세개씩 있고, 스타벅스가 금년에 인도에서 영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Blendtec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Blendtec의 매출이 늘어난 데에는 Will It Blend라는 viral marketing의 효과가 컸다.
Will It Blend는 2006년 Blendtec의 새로운 Marketing Director로 조인한 George Wright에 의해 시작되었다. (George Wright에 대해서는 참조) George가 입사 후 직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는 Blendtec이 제품은 좋은데 brand awareness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80년 역사의 Vitamix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고, 저렴한 브렌드들도 판치고 있었다. 그 때 George는 R&D팀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CEO인 Tom이 꼭 참석하며, 이 때 나무판을 갈아서 강도를 테스트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 장면을 광고에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처음 시작으로 2006년 11월, George는 100달러가 채 안되는 예산을 들여 하얀 연구소 가운, 대리석, 낙엽 빗자루, 맥도날드 Extra Value Meal, 훈제 닭과 콜라를 산다. 그리고 비디오 촬영기사를 불러 Tom이 이 재료들을 Blendtec제품으로 갈아버리는 장면을 찍어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린다. 이 비디오는 올린지 5일만에 6백만 뷰를 달성했고, George는 임팩트를 더하기 위해서 tagwords를 선별하여 Google(Adwords)과 Yahoo를 통해 광고를 한다.
지금까지 107개의 Will It Blend 비디오가 제작되었으며, 이는 YouTube 및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광고 및 회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유명세로 인하여 꾸준히 national TV 방송에서 노출되고, 다양한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초대되며, international media의 인터뷰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갈리는 제품의 회사들이 joint promotion을 제안하기까지 한다고 하니 노출과 브랜딩에 있어서는 대성공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Financial return과 관련해서는 private company라서 그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매출이 700%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2007년에만 5배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Will It Blend의 성공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홈페이지와 비디오를 계속 지켜보자니 “아… 이래서 잘 된건가?”하는 점들이 몇 가지 떠올랐다.
1. 제품과 마케팅 목표에 맞는 광고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Blendtec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비해 brand awareness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100개가 넘는 이 짧은 광고들의 메세지는 “Will it blend?”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Yes. It blends”로 끝나며, 그 중심에 Blendtec의 블렌더가 있다. 재미만을 강조한 일부 슈퍼볼 광고와는 사뭇 다르다.
2. Buzz 창출
2011년 여름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를 잠깐 했었는데, 기업들은 social media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buzz를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것이 buzz를 창출하느냐가 중요한 질문이 될텐데, 궁금증, 유머, 향수, 애국심, 쇼크 등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면 유효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Blendtec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궁금스러워하는 그래서 어릴 때 한두 번 장난하려다 혼날법한 일, 즉 믹서기에 음식이 아닌 것을 넣어 갈아버리는 것을 잘 공략하지 않았나 한다. 뿐만 아니라 패러디를 통해 유머를 더하고 있다.
3.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활용
Will It Blend에서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제품은 애플제품들이다. iPhone3, iPhone4, iPhone4s, iPad, iPad2.. 분명히 iPad3와 iPhone5도 갈아버릴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장미꽃을 갈아버리고, 저스틴 비버가 유명해지자 그의 씨디를 갈아버린다. Facebook이 뜨면 facebook이라는 책을 만들어 갈아버리고 슈퍼볼때는 슈퍼볼에만 판매되는 간식거리들을 갈아버린다.
4. CEO의 노출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사람들은 리더가 항상 얼굴을 드러내기를 바랬고 항상 일관된 열정, 일관된 순수함, 일관된 긍정을 보여주는 리더가 있는 회사에 대해 사람들은 좋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한국 재벌가 총수들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Blendtec의 107개 광고는 모두 Tom Dickson에 의해 진행된다. 그리고 모든 광고에서 Tom Dickson은 똑같은 웃음과 열정을 보여준다.
분명 Blendtec은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things를 갈아엎을 것이다. iPad3 뿐 아니라 갤럭시가 좀 더 뜨면 그 역시 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업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지금 Blendtec은 home market에도 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home market 마케팅과 세일즈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는 집에서 블렌더를 이용해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각종 레서피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Blendtec이 home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home 마켓을 위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현재 Blendtec의 기업용 제품은 7가지 카테고리에 56개의 제품이 있다. 반면에 Home product는 3가지 카테고리에 약 15개의 제품이 있다. 악세사리를 제외하면 고작 7개 제품이며, 제품 간에 디자인이나 functionality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포스팅 한 “20년 전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 Value Disciplines” (http://mbablogger.net/?p=2631)의 핵심 내용을 다시 인용하자면 Blendtec의 강점은 product leadership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믿음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이러한 momentum을 살리려면, 소음 없는 블렌더, 자동 세척 블렌더, 음성 인식 블렌더 등 user experience를 극대화하고 디자인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델이 기업시장에서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home market에 들어가려 했을 때 제품의 차별화가 별로 없어서, 제품의 innovation이 뒤쳐져서, 기업고객의 니즈가 개인고객의 니즈와 다르다는 사실을 크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힘들어 한 점, 그러는 사이에 애플이 PC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버린 점을 learning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은 조동규님의 블로그에서 소재를 얻어 작성하였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좋은 소재를 제공해 주신 조동규님께 감사드립니다. (소재 출처: http://www.ugandajo.org/2693976)
글 : Terry
출처 : http://mbablogger.net/?p=2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