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CES에서 유튜브의 컨텐트 담당 임원인 로버트 킨슬(Robert Kyncl)의 키노트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유튜브 채널(YouTube Channels)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이야 그전부터 있었던 것인데, 이런 걸 왜 굳이 키노트에 까지 들고 나왔을까요? 여기에는 유튜브의 미래 TV 전략이라는 거대한 포부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직도 유튜브가 UGC(user-generated content) 사이트라고만 생각하시는 분은 없겠죠. 유튜브는 현재보다 전문적인 오리지널 컨텐트들을 만들어내려는 ‘유튜브 채널’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킨슬의 CES 키노트 동영상을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뉴 요커(New Yorker)>지의 다음 기사를 보면 아주 자세한 배경 설명과 현황에 관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STREAMING DREAMS – YouTube turns pro. (New Yorker, 2012.1.16.)
유튜브 오리지널 채널은 웹 기반 대안 TV 전략
유튜브가 작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유튜브 채널 전략이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를 실제 담당 임원인 킨슬과 관련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놓은 아주 좋은 (아주 긴) 기사입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한마디로 이런 움직임은 유튜브가 UGC가 아닌 프로 컨텐트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날, 유튜브는 월 UV 8억 명, 하루 30억 편의 시청이 이뤄지고, 매분 48시간분의 새 비디오가 업로드 되는, 명실상부한 최초의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평균 미국인인 매일 TV에 4~5시간을 보내는 데 반해, 유튜브는 고작 15분을 봅니다. TV 프로 한편의 평균 시청 시간은 22분인데, 유튜브는 3분입니다.
구글의 추구하는 수익 모델은 광고입니다. 프리미엄 컨텐트를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컨텐트 오너들은 다른 곳에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굳이 구글에 더 좋은 조건을 줄 리가 없을뿐더러, 애초 검색으로 불법 컨텐트를 유통한다는 인식 때문에 구글을 믿지도 않습니다. 광고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시청 시간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유튜브의 젊은 CEO인 살라 카만가(Salar Kamangar)는 2010년 넷플릭스(Netflix)의 컨텐트 수급을 담당하던 임원인 로버트 킨슬을 영입합니다. 처음에 킨슬이 집중한 일은 유튜브의 영화 렌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프리미엄 컨텐트 수급 협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수익 모델은 어차피 컨텐트 오너들을 움직일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고, 뭔가 다른 방향의 시도가 필요했습니다.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해 유튜브의 UI도 대폭 개선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일 뿐, 중요한 전략은 바로 유튜브가 오리지널 컨텐트를 갖는 것입니다. 유튜브가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양한 매체-영화, TV, 음악, 잡지-의 컨텐트 전문가들로 하여금, 유튜브에 맞는 컨텐트를 만들어 새로운 유튜브 오리지널 채널을 통해 유통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각 채널에는 컨텐트 개발비로 몇백만 달러가, 향후 광고 수익 배분의 선입금 개념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컨텐트 업계의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킨슬은 천 개가 넘는 제안을 받았고, 오백 개 이상의 피치를 보았고, 그 중 선입금을 지급할 백여 개 채널을 솎아내어, ‘유튜브 오리지널 채널’이란 브랜드로 소개되었습니다.
수익 모델은 당연히 광고입니다. 하지만 그 옛날 메이저 네트워크들이 프라임 시간대 시청률의 85-90 퍼센트를 점유하며, 전국적 브랜드 광고를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케이블회사들이 등장하면서, 채널은 보다 틈새 적이 되었습니다. 옛날 “코스비 쇼(The Cosby Show)”의 시청률이 30%였다면, 현재 그 잘나간다는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도 9%를 넘지 못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유튜브는 그보다 더 틈새적입니다. 틈새 채널에서의 광고는 더 작은 시청자지만 더 몰입하고 더 정량화된 타게팅의 가치를 바탕으로 합니다. 유튜브는 그래서 TV 프로 단위가 아닌 시청자 단위로의 타게팅을 강조합니다. 시청 히스토리, 검색, 구매, 대략적 위치, 소셜 관계 등을 통해 누가 보는지를 마케터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컨텐트 제작자의 관점에서 보면, 유튜브 채널은 케이블회사의 새로운 또다른 이름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프리미엄 컨텐트 유통과 직접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양립하는 새로운 프로페셔널 컨텐트 유통 경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킨슬도 미디어 소비 시간 자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TV의 스크린 타임을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YouTube’가 ‘YouTV’가 되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본격적인 결과물들이 2012년 상반기에 차례로 출시될 것이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 각색을 하긴 했지만,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장문의 원 기사를 읽어 보시면 행간의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으실 터이니, 시간 되시면 꼭 일독하시기 바랍니다.
블록버스터 유통 구조를 깰 묘수는 오리지널 컨텐트 당분간-어쩌면 앞으로도 꽤 오랜동안- 메이저 CP들의 지역별/윈도우별 유통 전략은 계속될 것입니다. 시청자 매스는 바로 이 메이저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비디오 유통 업자가 가장 애를 태우는 부분입니다. 이 속박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말 볼 만한 컨텐트를 직접 만들어 유통하는 겁니다. 프리미엄 컨텐트 유통의 강자인 넷플릭스와 훌루가 최근 프리미엄급 오리지널 컨텐트에 투자를 했고, 포털 업체인 AOL이나 야후에서도 오리지널 컨텐트 제작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는 게임 업체인 소니도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고 있습니다. 다 이런 맥락입니다.
특히 지역별/윈도우별 홀드백을 없애는 것이 인터넷 비디오 사업에선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지역별로 지역 유통 업자의 손을 빌어야 하고, 그나마 TV 권리, 웹 권리, 모바일 권리가 다 다르게 적용되는 현재의 유통 구조하에선, 멀티/크로스 플랫폼 기반의 인터넷 비디오 유통을 하는 사업자 관점에서나, 그것을 시청하는 사용자 관점에서나 불완전한 불편한 경험을 만들 뿐입니다. 유튜브가 이번 채널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멀티 플랫폼 유통을 전제로 계약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럼 볼 만한 컨텐트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미 프로페셔널은 기존 메이저의 생태계에 다 묶여 있을 텐데요. 전체 시스템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실은 개개인의 전문가들 레벨로 내려오면 분위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의 대표적인 참여자로 소개되고 있는 C.S.I.의 제작자 앤터니 자이커(Anthony Zuiker)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충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C.S.I.같은 히트 프로조차도 부엌에 요리사가 많습니다. 거기에는 많은 간섭과 많은 룰이 있습니다. 유튜브와는 아주 작은 제작진을 가지고 한목소리에 집중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거기엔 어떤 룰도 없어요. 단지 아티스트, 컨텐트, 그리고 시청자만 있을 뿐이지요.
You know, even with a hit show like ‘C.S.I.’ there’s a lot of cooks in the kitchen. There is a lot of interference and a lot of rules. With YouTube I will have a very small crew, and we are trying to keep focused on a single voice. There aren’t any rules. There’s just the artist, the content, and the audience.
메이저 프로세스의 엄격한 구조물 하에서도, 개인 단위, 팀 단위로 내려오게 되면 이런 독립제작자적인 마인드가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제작자가 하고 싶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매스의 틀이 아니라 니치의 자유가 누릴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유튜브가 주는 가장 큰 가치일 것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즉각적 유통 구조, 트래픽에 따른 광고 수익 배분 등 노력 여하, 그리고 운에 따라선 대박 신화도 가능하다는 환상이 있죠. 유튜브 동영상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도 제법 생겨나고, 이 분야에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있는 투자자 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시도가 유튜브가 처음은 아닙니다. 인터넷에서의 프로페셔널 오리지널 컨텐트 제작은 초창기부터 있었습니다. 유튜브의 이런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유튜브는 동영상 사이트의 절대 일인자입니다. 전 세계적 동영상 강자가 나섰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튜브는 선구자라기보다는 지배적 지위를 고려한 기대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이 이런 관심을 등에 업고, 고품질 오리지널 컨텐트를 성공적으로 유통하는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기존 메이저들도 자신들의 유통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시점이 문제이지, 기존 유통 구조가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데 동의하신다면, 유튜브 채널이 그 견인차 구실을 할 수도 있습니다.
광고는 유일한 수익 모델이자 최대의 약점이다
유튜브가 컨텐트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전략은 현명한 것입니다. 컨텐트 제작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고위험입니다. 다른 통계는 찾기 어렵고, 아쉬운 대로 영화진흥위원회의 국내 통계 자료를 보면 2010년 한국 영화 평균 수익률이 -8%입니다. 이 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항상 대박 신화를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가 아니라 거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죠. 유튜브가 직접 제작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컨텐트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들이 생태계의 중심이므로, 유튜브가 위험을 빗겨간다고 해서 해결책은 아니죠.
유튜브의 수익 모델은 광고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딜레마입니다. 유튜브는 현재의 TV처럼 대규모 트래픽을 동시에 일으키는 고단가 광고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KT가 삼성 스마트TV를 차단하면서 내놓았던 이상한 논리가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 불가능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IPTV가 실시간 방송을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600Mbps의 대역폭으로 일정하게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는데 반해, 똑같은 컨텐트를 유니캐스트로 동시에 보내면 무려 550Gbps, 약 917배에 이르는 폭발적 트래픽이 발생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비교지요. 유튜브 같은 대부분의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는 온디멘드(on-demand)로, 여러 컨텐트를 시간과 시청자로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혹시나 어떤 컨텐트가 인기가 폭발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요청이 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서버와 전달망을 운영해야 할 유튜브로서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죠.
따라서 유튜브는 태생적으로 다양한 컨텐트를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한 컨텐트당 광고가 노출될 기회는 TV와 비교할 수도 없이 작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작 비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져가 몸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죠. 그리고 이 값싼 광고 단가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바로 시청자 타게팅이죠. 유튜브는 규모는 작지만 타게팅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10배의 단가 상승-예를 들면 CPM $2가 $20으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광고 효과 프리젠테이션의 사례는 주로 보기 드물게 극단적인 성공 예인 것을 고려하면, 광고로 컨텐트 제작자들에게 항상 충분한 수익을 보장해줄지는 의문입니다.
다른 뚜렷한 대안은 없습니다. 물론 살라 카만가는 CP 자체의 수익 모델-예를 들면 유료 가입자기반 모델-을 접목할 수도 있다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업자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어쨌든 비디오는 검색하고는 다릅니다. 검색 광고 같은 모델이 비디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비디오 하단에 튀어나오는 배너 광고는 짜증까지 납니다. 비디오는 말 그대로 극단적으로 비쥬얼한 서비스입니다. 애드워즈를 적당히 끼워 넣으면 되는 검색 광고가 아닙니다.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경험을 잘 설계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잘 나가는 몇몇 제작자가 아닌 평균 제작자의 수익을 유튜브가 어느 정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컨텐트 제작자들은 이 플랫폼에 곧 흥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 오리지널 컨텐트를 수급하는 일이 둥근 수레바퀴 테를 만드는 일이라면, 수익 모델은 바퀴살 같은 것입니다. 두 가지가 서로 잘 맞물려야 바퀴가 굴러가겠죠.
컨텐트 탐색도 역시 큰 숙제
유튜브의 장점이 방대한 롱테일의 틈새 컨텐트라면, 단점도 역시 그 방대한 라이브러리입니다. 보고 싶은 컨텐트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 검색하거나 탐색을 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으나, TV 시청이라는 것이 항상 계산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아니 보통 거의 개념 없이 틀죠. 심심하니까 뭔가 있나 싶어서. 사실 유튜브가 사이트 리디자인을 한 것이 비디오 시청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탐색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입니다.
구글TV의 차기 버전에서는 사용자에게 맞는 컨텐트를 잘 전달해주는 추천과 개인화에 대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유튜브가 얘기하고 있는 추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그리고 이것은 컨텐트를 잘 전달해주는 목적이 광고 전달의 목적과 100%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애당초 구글이라는 회사의 본질이 그렇습니다. 구글의 거대한 네트워크는 온갖 프라이버시 문제를 몰고 다니면서도 사용자의 이용 행태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잠시 소비자 입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시스템에 의한 개인화 추천이 여러분을 만족하게 해준 사례가 도대체 존재한 적이 있었습니까? 저는 자동화된 개인화 추천 로직은 아직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추천은 인간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최상입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언급되는 소셜 큐레이터(Curator)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지인들이 올리는 링크가 주는 신뢰도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소비 유통 흐름의 자국은 분명합니다.
이런 큐레이터 모델을 서비스로 만들어 내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쇼유(ShowYou), 리덕스(Redux), 칠(Chill) 같은 서비스가 그런 예입니다. 하지만 소셜 큐레이터 모델은 컨텐트 제작자나 전문 유통 업체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모델이 아닙니다. 소셜 연결 고리를 잡아내는 것도 힘들고, 그를 통한 뚜렷한 수익 모델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큐레이터 모델의 또 다른 문제점은 큐레이터의 품질에 있습니다. 보통 전문적인 풀타임 큐레이터가 아니라면, 그 컨텐트 초이스의 품질이 일관되고 꾸준할 수 없죠. 즉,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주류가 될 수는 없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발전된 형태는 전문적인 채널 브랜드화와 사용자의 자발적 채널 개인화입니다. 역시 TV 채널처럼, 신뢰도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 브랜드들이 있고, 사용자 자신이 그 채널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유튜브의 채널 시스템이 바로 그런 개념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TV를 대신해 인터넷 비디오를 보자고 유튜브 홈페이지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보다 접근성을 고려한 사용자 경험이 필요하죠. 플립보드(Flipboard)가 텍스트 기반 컨텐트들에 대해 멋진 UI와 매체 브랜드, 그리고 사용자의 채널 선택으로 훌륭한 소비 패턴을 만들어 냈듯이, 비디오 컨텐트도 비슷한 개념의 경험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나우박스(Nowbox), 프리퀀시(Frequency), 덴소(Denso) 같은 아이패드 앱들이 이런 개념에 대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 결전은 TV에서 일어나게 되어있다
이런 유튜브TV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안정적 수익모델과 이를 통한 제작자들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죠. 스트리밍 품질에 대한 문제도 완전히 해결될 정도로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도 아닙니다.
경쟁 플랫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의 팟캐스트(Podcast)는 독립형 오픈 소스로서 이미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의 <나는 꼼수다>같은 컨텐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유튜브의 잠재적 경쟁 상대는 (뜻밖에) 팟캐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가 모든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 반해, 팟캐스트는 서버 비용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약점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는 모바일에 특화되어야 하는 퍼스널스크린의 한계 때문에 소비 환경은 유튜브보단 팟캐스트가 유리합니다. 유튜브 컨텐트의 평균 재생 시간이 3분이라는 점과 최근 인기 있는 <나는 꼼수다>, <뉴스타파> 등의 팟캐스트 재생 시간이 회당 1시간 내외의 장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존 올드 미디어 거물들의 대대적인 뉴미디어 이동도 큰 걸림돌입니다. 너도나도 스트리밍 온 디멘드 서비스와 아이패드 앱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죠. 사실 이미 TV를 장악하고 있으면서 뉴미디어로의 확장을 하는 셈이니, 대안 TV를 꿈꾸는 유튜브TV의 행색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IPTV, 케이블 등 방송망 사업자의 견제도 빼놓을 순 없겠죠. KT의 삼성 스마트TV 차단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TV는 컴캐스트(Comcast)의 대체재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 유튜브는 넷플릭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스스로 최대의 경쟁자를 HBO로 꼽고 있을 정도로 케이블회사보다는 TV 네트워크 대체재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터넷 동영상을 부가하는 역할이라면 모를까, 미래 TV 대체재가 감춰진 유튜브 목마를 망 사업자가 달가워할 리 없습니다.
유튜브로선 결국 TV로의 진입을 가장 큰 고민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구글TV용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미 유튜브 린백(lean-back)이라는 TV형 UI를 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구글TV의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가 본격적인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전지가 TV인 것은 맞으나, 그건 단순히 TV 스크린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싸움은 결국 기존의 TV 플레이어와의 싸움이 될 것이고, 그 무대는 TV 스크린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 포스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미래 TV의 큰 흐름 중에는 ‘퍼스널 TV’의 트렌드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 방향으로의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digxtal.com/?p=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