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참관했던 컴퓨텍스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제품이 거의 없는 전시회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컴퓨텍스를 다녀오는 이들 가운데 별다른 제품이 안보인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요. 신기술 경연보다 출품된 제품의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인데다 제품 하나, 부품 하나에 집중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새로운 제품이 보일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그 별다른 것을 모으면 트렌드가 보입니다. 그 별다른 것들을 모아보니 태블릿과 3D,
대형화/고급화된 노트북, USB 3.0으로 추려지더군요. 먼저 컴퓨텍스의 태블릿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컴퓨텍스도 태블릿이 대세긴 했다
키보드 없이 펜이나 터치로 다루는 태블릿 장치는 매년 컴퓨텍스에 있었지만, 아이패드의 성공적인 출시로 인해 올해는 더욱
다채롭고 많은 제품이 전시된 것 같습니다. 운영체제 또는 하드웨어 플랫폼에 따라 지금 개발 중인 제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대부분은 직접 조작을 할 수 없도록 유리관 안에 고이 모셔둔 제품들이라 눈으로만 둘러볼 수밖에 없었지요. 컴퓨텍스에서 확인한
태블릿만 세어보면 거의 20여 종은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10~12형에 1024×600이나 1366×768 해상도를 가진
멀티터치 화면을 갖고 있었고, 곧바로 출시해도 좋을 만큼 높은 외형적 완성도를 가진 제품도 많았습니다. 물론 이 제품 가운데
무엇이 성공작으로 남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요.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들은 눈에 보입니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반영한 곳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플랫폼 업체, 그리고 이들과
관계를 맺은 일부 제조사지요. 때문에 대부분의 태블릿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인텔에 전시되어 있었고, 그 중 일부만 각
업체의 독립 부스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MS는 하드웨어에 상관 없이 윈도 7이나 윈도 CE 7을 탑재한 태블릿을, 인텔은 아톰
기반 하드웨어 위에서 윈도 7이나 미고(meego) 운영체제로 돌아가는 태블릿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아수스와 MSI, 몇몇
ODM 업체들이 각자 부스에서 자사가 준비중인 태블릿을 공개했는데,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있기는 했지만 서너 가지를 빼면 이곳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대만 업체들이 인텔과 MS의 영향력 안에 놓여 있는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그래도 이번 컴퓨텍스에서 둘러본 태블릿은 사실 어느 하드웨어나 특정 운영체제에 치중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MS 윈도 7 기반의 태블릿 PC라면 아톰 Z 시리즈 같은 저전력 인텔 계열 프로세서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넷북용 아톰 N 시리즈와 코어 2 듀오 태블릿도 있었습니다. 윈도 7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LG와 빌립이 윈도 기반 태블릿을 출품했습니다. LG는 사흘 째 되는 날 전시된 제품을 거둬간
모양이더군요.
인텔 부스에 공개된 태블릿도 하드웨어 플랫폼은 MS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윈도 7 뿐만 아니라 노키아와 함께 만들고 있는 미고를
얹은 태블릿을 공개했더군요. 미고가 넷북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태블릿 같은 터치 장치에서 능력은 조금도 검증되지 않은
터라 사실 걱정이 됩니다. 전시된 제품도 프로토타입이라 이를 통해 전망하기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인텔이 태블릿 시장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관련 제품이 없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컴퓨텍스에 발을 내딛지 않는 ARM으로 인해 한 자리에서 ARM 기반 태블릿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ARM 기반이라면 대개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는 태블릿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 몇몇 ODM 업체들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빼면 거의 없었지요.
더구나 이 업체들의 기술력이 문제인지 원활한 모습을 보여주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터라 딱히 할 말은
없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과 운영체제의 태블릿, 어떻게 쓰느냐의 해법은 어디에…?
컴퓨텍스가 여러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볼 수 있어 좋기는 했지만, 가끔 숙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컴퓨텍스에 선보인 태블릿의 제조와 유통 방식은 종전 PC 시장과 같은데, 이는 태블릿 제조사가 자체적인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외형적 완성도와 채택한 부품의 성능 차이를 빼면 쓰는 법은 모두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쓰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제품의 개성을 논할 때에는 가장 부족하게 다가오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컴퓨텍스의 태블릿들은 손에 들고 쓰는 태블릿의 성격을 살려내기 위한 고민이 아직 덜 담겨 있는 듯
보였습니다. 책을 보든, 영화를 모든, 음악을 듣든, 인터넷을 하든 태블릿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PC와 분명 다른 장치인데, 이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 제품이 없었다는 것이죠.
물론 이들 태블릿 제조사들은 하드웨어의 완성도만 집중하고 그 외의 활용에 대해서는 다른 컨텐츠 사업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해결하기를 바라겠지만, 이에 앞서 다양한 활용의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습니다. 이 태블릿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여러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명확한 해답은 이번 컴퓨텍스에서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하는
한, 당분간 컴퓨팅 업체들의 태블릿 장치는 꽃을 피우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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