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최근 새로운 개념의 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Virtual Cable Operator’ 가 그것이다. 말 그대로 ‘가상의 케이블TV’를 말한다. 케이블TV 처럼 다채널 서비스를 월정액 또는 알라까르떼(A-La-Carte : 채널당 판매 방식) 상품을 Virtual 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Virtual’의 의미는 무엇인가?
케이블이나 IPTV는 법적으로 제도화, 규격화 되어있는 기술 표준에 따라 정해진 네트워크로 서비스가 된다. 방송의 품질이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모든 방송 상품은 이용 약관을 가지고 정부 기관에 신고 또는 승인을 얻어야 제공이 가능하다.
기존의 레거시(legacy) 한 플랫폼의 핵심은 이용자 가정까지 연결된 보장된 네트워크인데 ‘Virtual’ 은 인터넷 기반의 다채널 서비스를 뜻한다.
OTT(Over The Top) 서비스, 인터넷TV등 기존의 개념와 유사하지만 ‘Virtual Cable Operator’ 라는 주장은 기존의 유료방송 플랫폼과의 대체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점에서 ‘Virtual Cable Operator’가 가지는 상징성이 있다.
케이블, IPTV 가 아니더라도 OTT 기반으로 다채널 방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Virtual Cable Operator’은 이론적으로는 고전적인 케이블방송에 비해 저렴한 번들링 상품 제공과 인터넷 서비스과의 연동등 다양한 서비스 오퍼가 가능하다.
인텔은 이를 위해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콘텐츠 업계와 접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텔의 주장은 아직 까지 설익은 개념에 불과하다.
인텔은 PC칩셋 벤더로는 선두이지만 모바일, 태블릿, 스마트TV 등에서 다소 뒤지는 형국이다. 구글TV 1.0의 칩셋(CE 4100 모델)으로 선택받은 인텔은 구글TV 2.0 에서는 ARM에게 그 자리를 내 주기도 했다.
인텔은 홈엔테인먼트 허브 등 새로운 개념을 선도적으로 던져온 전례가 있다. ‘Virtual Cable Operator’도 유사한 이슈 선점 전략이다. 구글, 애플, 스마트TV 제조사들에게 던지는 구애의 메시지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이 현실화 되기에는 미국의 미디어 질서는 아직 이르다. 기존의 TV 시장에서 광고 수익과 콘텐츠 판매 수익을 잃지 않고 있고, PC, 스마트모바일등 N-Screen 공간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고 있는 미디어 플레이어들이 수익의 원천인 기존 방송 시장을 허물어뜨릴 ‘Virtual Cable Operator’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다가 인텔이 주장하는 ‘Virtual Cable Operator’은 ‘TV와 연결된 셋톱박스’라는 고전적인 기술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혁신성도 적다.
‘Virtual Cable Operator’는 의미있는 이슈 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개념의 서비스가 한국에 있다. CJ가 제공중인 티빙이나 지상파 방송국들이 만든 푹은 방송 채널을 N-Screen 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방송채널은 티빙이 200여개 이상으로 우위에 있고 푹은 곧 티빙과 유사하게 유료 미디어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0여개 이상의 방송 채널과 수만편의 VOD를 N-Screen으로 제공되는 몇 안되는 서비스 중 하나가 ‘티빙’이다.
앞서 설명한 ‘Virtual Cable Operator’는 케이블 시장인 가정(house)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한국의 티빙등은 개인(person) 미디어를 지향한다. 특히 스마트 모바일의 진화와 성장을 동기화 하고자 한다.
이점에서 ‘Virtual Cable Operator’ 의 적합한 시도가 티빙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화된 유료 방송 시장 질서를 새롭게 써내려갈 시도로 티빙의 발걸음은 눈여겨볼 시도이다.
그렇다면 티빙은 ‘Virtual Cable Operator’ 로서 케이블, IPTV등 기존 유료 방송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용자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도 별 불편함이 없다. ‘Virtual Cable Operator’ 로 진화를 준비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숙제는 이용자들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여 TV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든 사례가 있다. 1972년 미국에서 기존의 방송 채널의 틈새를 비집고 ‘HBO(home box office)’가 문을 열였다. 유료채널인 HBO는 1972년 당시 370명의 가입자로 출발하여 현재는 3천5백만 이상의 가구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 드라마의 전성 시대를 연 HBO는 ‘선별성, 세련미, 독특성, 특권을 누리는 느낌’ 이라는 방송 컨셉으로 드라마, 스포츠, 코미디등의 장르를 특별하게 제공하면서 스스로 ‘부티크 텔레비전’으로 위상을 얻어나갔다. 특별한 문화적 코드를 생산하고 전파함으로써 1996년 이후 HBO 의 슬로건이 된 <It’s not TV. It’s HBO>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채널과 콘텐츠의 전송 기술 만으로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TV 는 대중 문화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시청 방식 변화를 위한 개인화등 기술 및 UX 혁신, 롱테일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수요층의 창출, 영상과 정보를 결합한 검색과 SNS의 TV서비스 결합등 새로운 문화 소통 수단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티빙은 최근 퍼스널 미디어로서 ‘소셜TV’ 등 새로운 미디어 경험 제공을 선언하였다. 기존의 TV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위한 미래 전략으로 보인다.
포스트(Post) TV 시대에 등장할 ‘Virtual Cable Operator’는 누가 될것인가? 미디어 소비 경험을 새롭게 창출하는 사업자가 명성을 얻게 될것이다.
글 : 제레미
출처 : http://jeremy68.tistory.com/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