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두바이에서 열린 The PR World Congress(PRWC) 2012를 다녀왔습니다. PRWC는 IPRA(International PR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이번이 20번째 Congress였습니다. 저로서는 PRSA(Public Relations Society of America)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에는 몇 차례 가봤지만, PRWC는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참석하게 된 것은 이번 컨퍼런스 중의 한 세션이었던 “Next Practices in Public Relations: Communications in 2022″에서 패널로 초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무대위에 패널 멤버로 초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저의 ‘딸리는 영어’와 경험의 부족으로 만족할만한 토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Congress에 참여하면서 중국,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PR 동료들과 인터뷰를 하고 의견을 나누었는데요.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느낀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봅니다.
1. PR업계의 최근 변화와 미래 변화 방향
국내 PR agency업계를 볼 때, 최근 5년-10년 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리서치와 컨설팅 기능의 강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 홍보 컨설팅에 대한 외주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라고 보는데요. 긍정적인 변화이면서도, 아직 PR 컨설팅의 질(質)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는 더욱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전통적 media relations에 집중한 서비스에서 벗어나 특화한 서비스들이 에이전시 내부에 생기거나, 혹은 전통적 media relations를 제외한 다른 서비스만으로 특화한 부티크들이 생겨났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는 PR의 전문화 움직임과도 상관이 있습니다.
인하우스 PR부서를 놓고 보면 큰 변화는 소셜 미디어 기능이 생겨났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CEO나 타부서 임원들의 홍보팀에 대한 인식은 전통적인 ‘기자와의 관계부서’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래에는 PR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요? 저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번째, 앞으로 우리 사회에 커뮤니케이션(소통)에 대한 전문적인 필요성은 점차 늘어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해 소통의 양은 증가하지만, 소통의 질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은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둘째, 하지만, 소통에 대한 전문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트렌드가 PR 실무자의 길이 반드시 밝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소통에 대한 니즈가 늘어날 수록,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이란 영역에 뛰어들게 되고, PR이 확고한 소통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런 흐름에서 PR 실무자들은 ‘기자 관계 전문가’라는 좁은 의미로 축소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미 경영컨설팅, 리더십 코칭, HR 컨설팅, 심지어 파이낸스 컨설팅 사에서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고, 이러한 움직임은 PR 전문가들로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PR 전문가들의 이러한 도전에 대한 타결책은 ‘전문화’에 있다고 봅니다. PR 부서에, PR 에이전시에 상사나 고객이 원하는 것만 공급하는 역할만 하다가는 앞선 전문화를 이루기 힘들 것입니다. CSR, International PR, Crisis management, Internal communication 등등에서 확고한 전문성을 쌓아나가야지, “저 PR 10년했는데요…”라는 것은 앞으로 커리어에서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저 CSR 5년간 집중적으로 경험해왔습니다”라는 것이 더 큰 비중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Harold Burson은 PR 서비스가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있지 못하다(underpriced)라고 지적했는데, 저는 이것을 전문화와 연결지어 생각합니다.
2. 향후 PR이 해야 할 일
전문화와 더불어 PR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Value of PR: PR의 ROI(Return On Investment)나 평가 모델등의 정교화는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CEO와 CFO가 PR의 새로운 가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PR 분야 뿐 아니라 PR외의 분야(경영학, 회계학)등과도 협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한 회사의 노력으로는 힘들 것이고, 협회 등의 차원에서 fund를 모아서 공동으로 노력을 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Communication POV: 경영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시각을 PR하는 사람들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경영의 문제점들을 소통의 원리와 기술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경영의 구루(guru)는 몇 사람을 손쉽게 떠올릴 수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PR의 구루는 해외나 국내에서 사실 일반 비즈니스맨들에게 물어보면 잘 모를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PR인들이 사회와 비즈니스업계를 향해 우리만의 독특한 시각 제시에 소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Social Media Communication에서의 리더십: 작년 말 MIT의 Technology Review는 소셜 미디어 특집을 내면서, 향후 소셜 미디어에 담긴 여론을 읽어낼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PR이 Technology 기업과 손을 잡고, 소셜 미디어에서의 여론을 제대로 해석해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evidence based consulting을 하는 것 역시 향후 큰 흐름이 되어갈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면…
Harold Burson은 PR을 커뮤니케이션 산업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영층이 제대로 된 behavior를 할 수 있도록 조언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 behavior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PR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PR산업이 기업이나 CEO등의 behavior에 대한 영향력은 제대로 행사하지 않거나 못하고(즉, policy decision making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만 하는 것에 대한 경고를 한 것이었습니다. 경영층에게 behavior에 대한 자문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아닐가 싶습니다. 그것이 없이는 어쩌면 PR은 다른 부서에서 부탁하는 ‘보도자료를 만들어주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수준’에서 계속 머무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커져가고 있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PR의 중요성은 꼭 거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고, PR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번 PRWC 2012에서 느낀 가장 큰 핵심이었습니다.
글 : 김호
출처 : http://www.hohkim.com/?p=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