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일이란 고달픈 것일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이와 같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묘사된 것처럼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밥을 마주하고 앉은 자가 느끼는 밥벌이의 슬픔과 아이러니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또 어디 있을까? 정말 그의 자조적인 말대로 ‘대체 나는 왜 이것을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일까?
얼마전 mbablogger님이 쓴 ‘세상에 행복한 회사원이 있을까?’라는 글을 읽고 Mihaly Csikszentmihalyi(미하이 첵센트미하이) 교수의 FLOW(몰입)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을 시작하면서 미하이 교수는 한 가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하지만) 과연 일을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무엇을 하면 즐겁겠는가? 넉넉한 돈으로 큰 근심없이 1년 365일이 휴가 같은 삶이 과연 우리들에게 진정한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있다면 언제까지?
놀면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삶이 어려운 것은 인간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에 대한 답으로 미하이 교수가 제시하는 것이 몰입(FLOW)이다.
돌이켜 보면 행복했다, 즐거웠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은 뭔가 본인이 즐거워하는 일에 오롯이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라고 말했던 때가 아니었던가 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물음을 한평생 연구한 학자로, 최적경험(optimal experience)과 몰입(flow)이라는 말로 우리가 좀 더 자주 몰입이라는 상태를 경험할수 있도록 의식을 질서화하면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상태에서 몰입에 빠져 들게 되는가? 그는 몰입을 위한 몇가지 필요조건을 제시하는데,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수행하는 과제에 대한 명확한 목표
- 즉각적인 피드백
- 본인이 완성시킬 가능성이 있는 과제 (개인이 가진 기술과 과제의 도전성이 균형을 이룬 상태)
- 본인의 상황과 행위에 집중하고, 통제감을 느낌
- 몰입을 경험하게 되면 시간개념에 왜곡이 일어나고 자의식 상실, 하지만 몰입후에는 자아감과 성취감이 강해진다.
나는 HR을 하는 사람이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가 조직원들을 더욱 자주, 혹은 더욱 강력한 몰입의 상태로 이끌수 있을까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게나마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면 행복한 회사원까지는 못되어도 불행한 회사원은 되지 않을 것이며, 업무뒤에 씁쓸한 고단함 보다는 노곤한 뿌듯함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맥락에서 What really motivates workers (HBR 2010 January)란 글도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유의미한 힌트를 제공한다. 이 글은 12,000명의 화이트 칼라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통해 직원들을 진정 동기부여 시키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나 업무성과에 대한 인정, 승진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전적인 보상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은 이미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비밀은 바로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에 대해 progress를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행복한 회사원’이란 주제란 오롯이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일까?
다시금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행복한 회사원이란 주제는 오롯이 개인의 문제일까?
일정시간 이상을 우리는 회사라는 곳에 가서(혹은 속해 있으면서), 동료라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게 된다. 일의 효율성을 높여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인다한들 조직에 속해 있는 한 조직생활이라는 기본 프레임은 벗어날 수가 없다. 일의 효율성을 방해하는 각종 요인들, 전략적 방향성을 잃은 왔다리 갔다리하는 업무전개,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일을 전후 맥락없이 한 마디 말로 엎는 관리자들로 인해 오늘도 회사원들의 마음은 공허해진다. 조직문화라는 부서가 있지만 회사내 각종 행사를 담당하거나 조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치어리더 역할을 수행하기 일쑤이다.(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히 과장된 이야기일수도 있다.)
감히 이야기하건데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공감과 실천이 일류기업과 이류기업을 구분짓고, 글로벌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차별화시키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게리 하멜 교수의 말대로 어찌 지난 100여년동안 기술의 발전에는 그렇게나 눈부신 발전을 이룬 기업들이 관리와 조직문화에 있어서는 19세기 말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글 : HKLee
출처 : http://mbablogger.net/?p=3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