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고; 개방 대 엔드-투-엔드에 대한 은유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이번 봄방학 기간에 완독하였다. 워낙 두꺼웠던 탓에 영문판으로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고, 한글판으로는 미국에서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 iBook으로 출시되기를 기다렸다가 구매하였다. iPad를 이용해서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으니, 그의 전기를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읽고 있는 것 같아 꽤나 뿌듯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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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전기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은 나에게 아래와 같은 topic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 리더십: 잡스의 리더십은 올바른 리더십인가
  • 조직 구조: 기업의 전략과 조직구조의 align
  •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요소
  • 개방 대 엔드-투-엔드: 컴퓨팅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 중에서도 마지막, 개방 대 엔드-투-엔드에 대한 감상을 간략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탁월하게 통합하여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책 전반에 걸쳐 기술되어 있다. 이에 반대하는 인물의 대표 주자로 빌 게이츠가 등장하는데,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게이츠의 관점 보다는 그를 비판(욕?)하는 잡스의 관점이 중점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개방 대 엔드-투-엔드라는 컴퓨팅에 대한 두 사람의 철학은 마치 민주정과 전제정에 대한 정치 체제 논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개방론자들은 민주정파, 스티브 잡스는 전제정파라고 도식화하면 너무 억지 비교일까?

스티브 잡스는 철인이 통치하는 최고의 전제정치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의 국가는 일인이 모든 시스템을 창조하고 통제하며, 국민은 그 철인이 만들어 놓은 탁월한 시스템 안에서 최고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시스템이 불만이라면? 국가를 떠나야 한다. 시스템은 결코 바꿀 수 없으니까. 반면 개방론자들은 기본적인 시스템의 얼개만을 제공할 뿐이며, 그것을 집단의 필요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하는 것은 그 집단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민주정치라는 틀 안에서 세부적인 제도는 국민들이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컴퓨팅 상황에서 애플은 최고의 전제국가인 반면, 다른 한 쪽은 최악의 민주국가라는 점이다. 좀 더 극단적이고 체험에서 우러난 비교를 위해 (나는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를, 태블릿으로 iPad를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 사용 환경으로 초점을 맞추면, 애플의 디바이스는 (애플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는) 최적화된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반면, 안드로이드 계열은 말 그대로 쓰레기와 다름 없는 최악의 사용자 경험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는 근원적인 자유는 제거되었지만 최고로 효율적인 전제정치를 택할 것인가, 자유라는 가치를 천명하고 있으나 실상은 비효율의 극단인 최악의 민주정치를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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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애플의 대결"; 구글 이미지 검색
‘최고의 전제국가’라는 표현은 반드시 ‘철인’의 존재를 가정할 수 밖에 없다. 전설의 요순시대가 태평성대였던 것은 요와 순이 탁월한 군주였기 때문이지, 그 체제가 필연적으로 그리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최악의 민주국가’는 체제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효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나는 당장은 지금까지의 사용 경험으로부터 잡스가 창조한 최고의 전제정에 끌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애플이라는 최고의 전제국가를 만든 그 철인은 세상을 떠났다. 그 철인이 없는 전제국가는 어떻게 바뀔까? 여느 평범한 전제국가와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될까?

전제정 대 민주정이라는 무리한 은유로부터 생각해 보건데, 지금은 애플이 승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안드로이드(혹은 그를 대체할지도 모를 다른 개방적인 운영체제)가 승리할 것이라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철인이 없는 전제정치는 너무나 쉽게 타락하는 반면, 최악의 민주정치는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발전한다고 믿고 싶다.

글 : M
출처 : http://mbablogger.net/?p=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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