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벤처는 거품이다’라는 오해이다. 대한민국은 1995년 12월 벤처기업협회 출범이후 불과 5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만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가 놀란 질풍노도와도 같은 현상이었고, 그 바탕은 1996년의 코스닥과 1997년의 ‘벤처기업 특별법’의 바탕위에 펼쳐진 강력한 벤처 드라이브 정책의 결과였다. 그리고 2001년 미국의 IT버블이 꺼지면서 한국의 벤처 버블도 동시에 같은 형태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의 현황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매출 천억이 넘는 벤처기업이 2년 전 315개를 돌파하고 작년 말 350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매출만 70조에 달한다. 대한민국 산업역사상 30년간 거의 나오지 않았던 1조 기업이 벤처를 통해서 우후죽순같이 쏟아지고 있다. 2년 전 이미 6개를 돌파하고 있다. 이중 절반은 제조, 절반은 서비스업이다. 벤처기업 전체 매출액은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200조원이 넘는 것 추정된다. 불과 17년만에 이룩한 엄청난 성과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벤처가 거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 동안 대기업이 줄인 고용인력을 벤처가 흡수하면서, 대기업과 더불어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벤처의 현황을 잠시 들여다 보면, 2002년 이후에 새롭게 설립된 기업 중 천억 벤처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수 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2001년 이전에 설립된 기업들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2001년 IT버블 붕괴의 잿더미에서도 피닉스와 같은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바로, 벤처 거품을 없앤다고 도입된 ‘벤처 건전화’정책의 결과인 것이다. 적어도 벤처는 거품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거품이라 생각하고 도입된 정책 이후에 우수 벤처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
두 번째 오해는 벤처의 모럴 해저드에 관한 것이다. 벤처기업 사장들은 주 평균 100시간을 일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에는 노조가 없다. 내부 정보가 개방되고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인들은 성실하고 개방적이다. 벤처인들은 이익 그 자체보다는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다.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모럴해저드의 문제가 나오는가? 소위 이용호 정현준 게이트 등 소위 벤처 4대 게이트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물어보자. 그들은 기업사냥꾼이지 벤처기업인들은 아니다. 이러한 기업사냥꾼들은 불법인수와 주가조작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문제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벤처인들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이 제도로서 해결해주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강도를 당한 시민들에게 치안유지를 해야 하는 제도권에서 시민들을 비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벤처게이트는 벤처인들의 귀책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세 번 째 한국에는 미국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주커버그와 같은 롤 모델이 없다고 오해한다. 한국의 NHN, 휴맥스, 넥슨 등은 전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한국의 벤처기업들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롤 모델이 되기를 한사코 거부한다. 롤 모델이 되는 순간 기업에 곱지 않은 시선이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이 롤 모델로 나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전파해야 한국의 청년 기업가 정신이 왕성해 질 것이다. 벤처는 실패와 성공이 교차하는 산업이다. 벤처는 실패를 먹고 자란다. 실패한 벤처인들을 비난하면 성공벤처는 움추러 든다. 이제 그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지 우리가 몰라줄 뿐이다. 이제 오해를 풀고 불편하지 않은 진실을 알아주자. 벤처의 성장이 혁신 국가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글 : 이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