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국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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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래 세계역사상 유례없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난 7년 간에 걸쳐서 국민소득 2만불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불과 40여년 사이에 200배의 1인당 GDP 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7년 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성장이 분배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장 없는 분배는 갈등을 야기한다. 최선의 분배는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점에서 성장의 정체에 대한 분명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정체 현상은 구조적 요인인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가?

Stel. 등이 전세계 70개국의 연구조사를(GEM) 통해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국민소득 2만 불까지의 성장은 요소투입에 의해서 이루어지나, 4만 불을 뛰어넘는 선진국 진입은 기업가 정신에 의한 혁신만이 가능하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의 2만불대 정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그 언저리에서 좌절했던 변곡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처방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진단의 핵심은 한마디로 요소경제에서 혁신경제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전략에서 개척자(1st Mover)전략으로의 탈바꿈인 것이다.  요소경제는 선진국을 재빨리 모방하는 경제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효율이다. 효율을 뒷받침하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인간상, 대기업 중심의 효율중심 사고, 일사 분란한 업무 체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방적 갑을 관계, 가치 증대가 아닌 원가절감전략 등의 특징으로 설명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배제하려는 불패(不敗)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이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잘못된 것이 없애자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이었고, 이러한 중진국 진입 게임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성공사례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은 분명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방경제로서는 뒤따라오는 중국, 인도 등을 뿌리치는 데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를 뿌리칠 수 없다면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이제는 스티브 잡스나 주커버그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나와야 한다. 바로 개척자 전략이(1st Mover)라는 혁신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경제는 창조성에 의해서 활성화 된다.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성실한 인간상, 일사 분란한 업무체계, 수직적 갑을 관계가 아니라 창조적 인간상, 다양한 토론 문화, 수평적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이 절대적인 과제가 된다. 이제는 닫힌 대기업중심의 생태계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생태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탈바꿈을 하지 않으면 한국도 여타 국가들과 같이 중진국에 머무르는 평범한 국가가 될 것이다.

이제 한국경제가 혁신경제로 전환하는데 핵심적인 사상을 살펴보자. 아마 기업가 정신 함양, 창조성 발현, 열린 생태계까지는 총론적 반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 바탕에 있다. 바로 실패에 대한 시각이다. 요소경제에서 실패는 불성실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사회로부터 축출하는 불패의 경제이었다. 그러나 혁신경제는 창조적 도전을 바탕으로 하기에 혁신과 실패는 손바닥의 앞뒤와 같다. 실패가 없는 도전은 도전이 아니다. 새롭게 가는 길에 어찌 실패가 없겠는가? 혁신국가로 가는 첫 번 째 단추는 ‘실패에 대한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성실한 인재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인 것이다. 이러한 인재는 실패를 통한 학습으로 양성된다. 정답이 아니고 오답을 통한 교육이 창조성을 기른다. 빠른 시간에 정답을 찍는 현재의 수능 시험은 창조성을 죽이고 있다. 창조적 도전을 하고 실패로부터 학습을 해나가는 사고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혁신경제에서는 문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오답을 통한 궁극적 해답을 찾아나가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이 필수적이다. 콘텐트가 아닌 맥락(context) 중심의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요점이다.

기업가 정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실패를 지원하는 국가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 실패를 죄악시 하는 국가는 기업가 정신이 시들어간다. 한국의 현 제도하에서 10만의 창업은 5년후 5만의 고급 신용불량자 양성을 의미한다. 창업 후 재도전이 보장된다면 창업하겠다는 학생은 현재의 5배 규모다. 연대보증 제도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구조는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 요소경제는 10명이 각각 1억식 10억을 버는 구조라면, 혁신경제는 10명이 도전하여 2 명만이 성공하나 성공한 두 명이 20억을 버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전체로서는 혁신경제가 효율적이다. 그러나 혁신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적 도전에 실패한 사람들이 재 도전할 수 있어야 선순환 발전한다. 바로 실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이 혁신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개인차원의 실패지원, 교육차원의 오답 위주의 교육, 기업차원의 재도전 등 ‘부분의 실패를 통한 전체의 성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혁신이 전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을 가진 조직과 손을 잡아야 한다. 미국의 과학기술재단 연구에 의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연구개발 생산성은 1:4:24라고 한다. 혁신의 주역은 벤처이다. 그러나, 벤처는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대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벤처의 혁신역량이 결합하는 것이 혁신국가로 가는 두 번째 단계이다. 한국은 다행히도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나라이다. 각각의 요소는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삼성 현대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 한국은 이미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매출액에 도달하는 벤처산업이 있다. 이들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성되면 혁신국가로 도약해 나갈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혁신국가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달려있고, 혁신국가는 실패에 대한 지원과 혁신과 시장의 선순환 구조 이 두 가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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