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YCombinator의 Demo Day가 있었다. 실리콘밸리를 넘어서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벤쳐 인큐베이터의 발표인 만큼 많은 버즈가 뒤따랐고, 전 TechCrunch 창업자인 Michael Arrington 역시 멋진 날이라 칭송했다.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Pair라는 팀이 선보인 커플만의 공유를 위한 소셜네트워크로, 앞서 말한 Arrington – 현재 벤쳐캐피탈 CrunchFund 소유 – 이 바로 앤젤투자를 했고, 150명 이상의 AngelList 팔로워를 얻으며 하루만에 미디어 관심도 폭주했다. (문득, 한국서 일찌기 런치한 비슷한 서비스 between이 떠올랐고, softbank에서 투자도 받았지만,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닥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 참고: AngelList(angel.co)는 창업자와 앤젤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소셜네트워크로 주목받는 서비스
벤쳐투자는 아이디어보다 팀이라고들 했는데, 이런 걸 보면서 팀보다 어쩜 ‘실행력+연줄‘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투자할 곳을 찾아헤매는 풍부해진 자금력과 (앤젤, early stage VC) 이미 여러차례 exit을 경험한 유수 인력에 (개발 및 사업 전문가) 테크 저널리즘의 써포트까지 준비된 지금의 상황에서, 뜰 아이디어라는 재료만 있으면 언제든지 ready-go!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구나 Consumer Internet, mobile 분야 중심인 요즘의 벤쳐 환경에서 2등은 의미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고, 또 어떤 혁신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빠르게 선두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기도 쉽지 않다. 진입 장벽 또한 이제 매우 낮아서 특정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제품 런칭까지 몇개월 심지어 몇주면 충분하다.
문제는 YCombinator 같은 벤쳐인큐베이터 투자 모델이 범람하면서, ‘winner takes all’ 내지는 파벌싸움 같이 발전하는 듯한 점이다. YCombinator – Arrington(angel)- super engineers/ biz guru- tech media로 하루만에 확산되는 임팩트를 보면, 경쟁 벤쳐가 더 빨리 런치한 제품과 좀 더 많은 유저풀이 있었다고 해도 과연 게임이 될까 싶다. 모 창업자가 오랜 세월 고민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막 관심을 받으며 키워가려는 상황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광속으로 실행할수 있는 사단이 금방 Made in Silicon Valley로 내놓을 때 자릿수가 다른 규모의 성공까지 이뤄내기란 어찌보면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Samwer bros.(Inside the clone factory: The story of Germany’s Samwer brothers)는 아예 이걸 사업 모델로 삼아서 미국서 뜬 서비스를 유럽에서 찍어내고 있다. (사실 몇몇 해외 인큐베이터 역시 근간이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펀드/ 커넥션 조달 능력되는 멤버들이 모여, 오로지 그들의 한정된 재화인 ‘시간’만 커버해줄 젊은피(창업자)만 있으면 꽂아줄 아이디어는 어찌보면 세상이 널린 것이다. 연예인들이 앤젤로 나서는 것(Ashton Kutcher, Jessica Alba 등)도 ‘미디어 관심’을 동원하는 능력이 있고 그 자체가 초기 비즈니스 성장에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이라 본다.
물론, 이 트렌드에 속 개개인의 꿈과 열정과 비젼을 의심할 뜻은 전혀 없다. 창업 자체가 활발해지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고, 문제점은 자체 정화될 수도 있다. 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 수익율이 높으니 이러한 골드러쉬가 일어나고 있고, 자금/ 팀/ 언론의 관심은 마련됐으니 그저 아이디어와 창업자를 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살짝 우려가 된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큰 비젼을 품고 창업에 뛰어들고자 할때 이제 더이상 컴공과 친구와 가라지에서 씨름할 게 아니라, 우리 팀을 키워줄 ‘라인’에 잘 낄 수 있게 네트워킹를 하고 다녀야 맞는게 아닌가 싶어 바람직한 벤쳐생태계란 뭘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글 : 안우성
출처 : http://mediaflock.tumblr.com/post/20076596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