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브랜딩을 한다는 곳들은 사랑하고, 감사하고, 내일을 위하고, 사람을 향하고, 창조, 혁신, 미래, 좋은 세상… 거창한 이야기,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해대고 어느 기업이 해도 이상하지 않을법한 비슷한 캠페인으로 포장한다.
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가치니까 그렇다 치는데… 회장일가는 거대한 스캔들에 휘말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하고 노조는 탄압하고있으면… 대체 실체와의 괴리는 어쩌려는지…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기업 브랜딩은 그럴싸한 말을 만들고 공감 못하는 사람들에게 반복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져야할 철학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무엇이든 꾸준하고 BOLD하게 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전 마음에 드는 기업 브랜딩 사례를 찾았다.
‘타니타(Tanita)’라는 체지방을 측정하는 체중계로 유명한 일본 기업인데… 체지방·혈압·맥박·당뇨 등 건강관리를 위한 기기를 생산하는 회사답게 구성원들의 건강을 챙기위해 사원식당을 혁신하기 시작했다. 혁신의 컨셉은 한마디로 하면 ‘슬로우 푸드’. 500칼로리를 넘지않는 저염분 식단이지만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공했고, 20분동안 꼭꼭씹어가며 먹으라고 알람까지 두었다.
그렇게 약 10여년간 사원들을 만족시킨 결과, 그들만의 사원식당은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그간의 노하우를 담은 ‘체지방계 타니타의 사원식당, 500kcal의 배부른 정식’이란 이름의 레시피책을 출간하는데… 400만부 이상이 팔리며 대히트를 기록한다. 즉 이 레시피책을 통해 타니타라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들의 노력을 전 일본에 알리기 시작한 것.
덕분에 타니타의 기업브랜딩은 힘을 받았고, 그들이 확보한 가치, 그리고 접점을 확장해나가는 작업을 지속하는데… 첫번째로 그들의 레시피를 그들이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도쿄 중심가인 마루노우치에 오픈했다. 레시피에 등장하는 음식을 800~900엔 정도에 판매하고 타니타의 체중계 판매뿐만 아니라 무료로 건강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결과는 연일 장사진!
그리고 편의점으로 접점을 넓혀 ‘타니타’의 이름을 붙인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했고, 최근엔 사원식당에서 틀고있는 음악들을 엮어 음반발매까지…그들이 가진 건강을 제대로 챙기는 사원식당이란 자산을 바탕으로 타니타라는 기업의 브랜딩, 그리고 브랜딩을 넘어 신규사업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처음엔 브랜딩과 같은 거창한 것을 고민하진 않았던듯 보인다 고객의 건강을 챙기는 기업이라면 응당 구성원의 건강도 챙기는게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중요한 것을 누구보다 잘 하려는 노력이 타니타의 브랜드 자산을 키웠고,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알아챌만큼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타니타의 사원식당 http://www.tanita.co.jp/company/shokudo/index.php)
국내엔 꼭 들어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PR에이전시 프레인(Prain)의 ‘파스타 프로젝트(www.pastaproject.co.kr)’가 떠올랐다. 백여명의 여직원들을 위해서 섹시하면서 편안한 구두를 만들어 선물했고, 남자직원들에겐 ‘이렇게 입었으면 하는’ 정장을 제작해 선물했으며 일부 물량은 한정수량으로 외부에 판매도 했다. 또 사원식당을 외부에 공개해 ‘퓨어아레나(Pure arena)’란 이름의 카페로 운영 중 인데, 여기서 파스타를 조리해먹을 수 있는 파스타 기프트세트를 판매하고, 와인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들만의 색을 보여주고 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자문하고, 그들만의 프로젝트로 자답한 것이 그들에게 자산이 되고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프레인의 컨설턴트라면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무엇이 생길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패션 또는 외식 브랜드라면 왠지 프레인과 좀 더 말이 통하리라 생각하지 않을까?
이렇듯 기업 브랜딩을 위해 그럴싸한 말과 캠페인들로 포장하는건 차선인 것 같다. 정말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진짜 자산을 만들어낸다. Fundamental이란 단어를 대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보여줘야 섹시한게 아니다. 진짜 섹시한건 보지 않아도 알아챈다”
글 : Gomting
출처 : http://theothers.tistory.com/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