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새로운 아이맥을 발표하는 이벤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보고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CNET의 기자인 몰리 우드(Buzz out loud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아주 유쾌한 여성)가 “애플의 가격정책과 디자인을 보면 넓은 대중고객층을 위한 제품이라기보다 좁은 특정사용자층만 겨냥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마켓쉐어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은데 당신의 목표가 PC의 마켓쉐어를 따라잡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한다. 즉, 몰리 우드의 질문의 뉘앙스는 “그런 식으로 특정사용자층만 겨냥하는 제품 라인업으로 어느 세월에 PC의 마켓쉐어를 따라잡겠느냐”는 것이다. (내가 해석하기로는) 너무 조심스럽게 제품을 내는 애플을 책망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뉘앙스의 질문에 좌중의 폭소가 터져나온다. (참고로 2007년은 아이폰이 처음 선을 보인 해이고 이 이벤트는 첫번째 아이폰출시후 불과 한달여뒤에 가진 것이다. 당시 맥의 시장점유율은 미국에서 5%정도도 안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감탄한 것은 이 바로 다음 부분이다. 살며시 미소를 지은 잡스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Let me tell you what our goal is”라며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한다.
“Our goal is to make the best personal computers in the world and make products we are proud to sell and recommend to our family and friends. We want to do that at the lowest prices we can.
우리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판매할 수 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권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가장 낮은 가격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But there’s some stuff in our industry that we wouldn’t be proud to ship, that we wouldn’t proud to recommend to our family and friends. And we just can’t do it. We can’t ship junk,”
하지만 우리 업계에는 우리로서는 내놓기에 자랑스럽지 못한 제품들이 좀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권할 수 없는 제품들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못합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쓰레기를 내놓을 수 없습니다.
“There are thresholds we can’t cross because of who we are. But… We want to make best personal computer in industry.”
우리의 정체성때문에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습니다. 우리는 업계에서 최고의 개인용컴퓨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하 중략~
타협하지 않는 좋은 제품을 내놓겠다는 생각이 평소에 얼마나 확고했으면 질문을 받자마자 이렇게 주저하지 않고 명료하게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권할 수 있는”이라는 정말 이해하기 쉬운 비유에서 “Product first”인 그의 철학이 엿보인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제품을 정말 순수하게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게 최고다”라고 추천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매출과 이익을 조금 더 올리기 위해서 불필요한 기능을 넣고 쓸데없는 복잡한 모델을 양산하고 각종 crapware들을 끼워넣고 고객을 혼란시키는 업계에서 리더의 이런 확고한 철학은 임직원들에게 명확한 길을 제시해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He knows what he’s doing”이란 말이 들어 맞는 보스다.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잡스를 옆에서 힐끗힐끗 쳐다보는 필 쉴러 제품마케팅담당부사장의 모습에서 이런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에 대한 존경심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라이코스에서의 내 경험하나도 떠오른다. 라이코스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임 CEO들이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나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래전 CEO중 한명이 전체직원미팅에서 발표한 슬라이드를 꺼내서 읽어봤다. 회사의 목표, 비전, 골 부분에서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무슨 복잡한 삼각형 도형안에 ‘미디어’가 들어있고 “세계최고의 미디어를 만들자” 뭐 어쩌고 하는 내용이 있었다. 뭘 하자는 것인지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회사에 오래 다녔던 직원에게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의 대답. “That’s bullshit. He didn’t even know what he’s talking about.”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goo.gl/JQS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