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특이한 일면

요즘 ‘인사이드애플’을 번역하는 관계로 본의아니게 스티브 잡스에 대한 글을 많이 쓰게 됐다. (이 책의 한글판은 4월말 청림에서 출판예정.) 스티브 잡스 전기를 열독한데 이어 ‘인사이드 애플’을 번역하고, 저자 애덤 라신스키를 인터뷰해서 기사를 쓰고, 그와 관련된 많은 글을 읽고 예전 키노트 컨퍼런스 등의 동영상까지 보니 이제는 잡스의 말과 행동에 어떤 일관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너무나도 솔직했고 “세상을 바꿀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신의 신념에 무서울 정도로 집중했던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We don’t ship junk 참고)

이번주 샌프란시스코-컬럼비아 미주리-샬롯으로 이어지는 긴 여행을 다니면서 우연히 애플의 전직 임원을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됐다. 존 스컬리가 CEO였던 당시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후 등 두번에 걸쳐 애플에서 일하신 분이다. 이 분과 이야기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리더쉽과 애플의 문화에 대해서 또 몇가지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잊기 전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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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처음 선보이는 스티브 잡스
-애플 내부에서도 초기에 아이폰이 성공여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아이폰이 2007년 1월 맥월드 키노트에서 발표됐지만 실제로 그 터프한 휴대폰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직원들이 회의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6월말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2만여명? 정확치는 않다) 전 애플직원에게도 공짜로 아이폰을 나눠줬다고 한다. 직원들은 실제로 사용해보고 “아, 이게 정말 대단하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고 느끼고 잡스의 방향을 믿고 다시 따라가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 분만의 생각일 수는 있다.)

-애플의 세일즈 담당직원들 수백명이 모인 워크숍에 스티브 잡스가 왔었다고 한다. Q&A시간에 한 직원이 손을 들고 건의를 하나 했다. 세일즈맨들에게 지급되는 영업용 회사차를 환경친화적인 프리우스 같은 차로 바꾸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잡스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아니, 나도 회사차를 안타는데 당신들이 회사에서 지급하는 차를 타고 있었단 말이냐. 어떻게 그럴수가 말도 안돼.” 뭐 이런 분위기로 말했다는 것 같다. 나도 처음 알고 놀랐는데 스티브 잡스의 벤츠는 회사차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란다. 아마 모든 임원들도 개인적으로 구입한 차를 타고 회사를 출퇴근하는 듯 싶다. (미국이라고 다 이런 것은 아니다. 회사별로 다 다르다.)

순간적으로 전체 직원들의 분위기가 싸~~해졌고 당황한 세일즈담당 부사장이 일어나서 “내가 처리하겠다”고 직원들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사실 회사가 세일즈맨들에게 회사차를 지급하는 것은 따로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직원들이 자기차를 영업용으로 이용한 만큼 유류비용 등을 정산해주는 것보다 세금처리 등 면에서 회사전체로 보면 더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든 부사장이 따로 잡스에게 사정을 설명해서 직원들이 영업용차를 안빼앗기고(?) 무사히 넘어가긴 했지만 당시 얼굴이 하얘져서 흥분하던 잡스의 모습을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잊지 못한다고 한다. 어떻게 세계적인 갑부인 사람이 그런 별 것 아닌 일에 시기심을 보이며 흥분할 수가 있을까. 자기차는 회사차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텍사스 오스틴에는 애플의 Q&A, 고객상담 콜센터 등 해서 3천명정도의 직원이 있다고 한다. 하루는 담당임원이 잡스에게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서 한번 오스틴에 가서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딱 잘라서 나온 잡스의 반응. “안간다. 내가 거기 왜 가나. 텍사스는 내 평생 한번도 간 일이 없고 앞으로도 안 갈 것이다.” (정말 한번도 안갔는지 팩트체크는 못했지만 어쨌든 이런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한다.) 가기 싫어도 거기 있는 직원들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좀 돌려서 이야기하지 이렇게 직선적으로 답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정말 성격 고약하다.

잡스는 모든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폭스콘공장에 한번도 간 일이 없다.  자신이 관심이 있고 흠모했던 소니 등이 있는 일본에는 자주 갔다. 심지어는 가족 여행으로도 갔다. 자신에 관심을 두는 것에는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아예 무시한다. 심지어는 입을 옷을 고르는 것도 귀찮아서 매일 같은 옷을 입지 않았나. 정말 성질이 고약하다 싶기는 하지만 그런 무서운 집중력이 그 놀라운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낳지 않았나 싶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시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estima.wordpress.com/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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