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정책판단을 위한 도구 – 5P 프레임웍 (Framework)

이번학기에 켈로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 하나를 듣고 있다. 바로 David Besanko 교수의 “Public Economics for Business Leaders: Federal Policy” 라는 과목이다.

과목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과목은 공공경제학 및 공공정책학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미국 연방 정부에서 주요 정책들에 대한 결정을 어떠한 의사결정에 따라서 이루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 배운다.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 또한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의료/복지 정책에 대한 입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거론되는 MIT의 경제학자 Jonathan Gruber 의 책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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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ber 교수의 홈페이지: http://goo.gl/cYzYr
Gruber 교수의 위키피디아 프로필: http://goo.gl/dt9hn
물론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이야기만 다루지는 않고, 미국의 예들이 좀 더 많이 다뤄질 뿐이다. 이미 지난 2시간의 수업에서는 아프리카의 아동 소아마비 문제와 같이 국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 다루기도 했다.

이 수업이 켈로그의 수업 평가에서 항상 최고의 수업으로 꼽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David Bensako 교수가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해 온다는 점. 따라서 세시간짜리 수업에서 요구되는 100 페이지 가량 되는 리딩을 거의 모든 학생들도 성실히 해 오는 것 같다. 그렇지않으면 교수의 cold call에 기습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오늘이 선거인만큼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수업에서 배운 5-P Framework 을 소개하려고 한다. 베산코 교수는 이 프레임웍을 사용해서 지적으로 중립적인 (Intellectually Honest)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에서 정책을 판단해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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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가르치시는 David Besanko 교수님
지적 중립성 (Intellectually Honest) ?

정책이라는 것은 항상 많은 데이터를 통해서 결정을 하지만, 가끔은 다양한 데이터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해 줄 때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때에는 우선순위에 따라서 다른 시급한 정책들이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매출증대 및 수익창출이라는 비교적 한 방향으로 정리된(aligned) 기업에서 의사결정상의 우선순위와는 달리 공공정책의 경우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나타나게 마련이고, 우선순위의 상위와 하위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예컨대 FTA를 실행할 경우에는 혜택을 보는 계층과 피해를 입는 계층이 나오게 마련이며, 4대강 사업을 할 때에는 무상급식을 못할 수도 있다.

거기다가 그러한 공공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돈이 다름아닌 세금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문제는 더 복잡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결국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의 논리에 입각해서,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많은 사회적 잉여(social surplus)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제학적 분석의 배경에는 – 모든 경제학 이론이 그렇듯이 – 소비자/생산자의 효용을 수치화해서 계산할 수 있고, 수요/공급 등에 대해서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가정이 항상 들어가지만 말이다.)

그루버 교수와 베산코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서 어느정도 중립적으로, 지적으로 정책의 효용을 계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돕기 위해서 프레임웍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Five-P Framework

그렇다면 어떤 질문들을 던져야만 이러한 분석이 가능할까? 그 대답이 바로 5-P framework인데,

1. Problem : 어떤 이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인가?
2. Priorities : 어떤 우선순위를 가지고 접근하는가?
3. Public Advantage : 시장의 해결이나 민간의 해결에 맡기지 않고, 반드시 정부가 나서는 장점은 무엇인가?
4. Policy Evaluation : 어떤 과정으로 평가를 내려야 하는가?
5. Potential substitutes : 더 나은 대안은 없는가?

이렇게 다섯가지의 앞글자를 따서 5P 라고 부른다.


I. Problem (문제 정의)

첫번째로 던질 질문은 우리가 시장에 개입해서 풀려고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어떤 문제점/개선점을 우리가 해결하는가? 를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대답의 유형으로는

1) Market Imperfection (시장의 불완전성):
– 외부효과(externalities)
– 공공재 문제 (public goods problems, 혹은 일명 무임승차 효과)
– 자연적 독과점 문제(natural monopoly,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독과점의 이슈들, 혹은 독과점을 용인해야 더 효율적인 이슈들)
– 불완전 경쟁 (imperfect competition)
– 비대칭적 정보구조(asymmetric information, 한마디로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문제)

2) Distribution inequities (분배의 불평등성): 이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는 굳이 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듯

3) Economic insecurity (경제적 불안정성): 사회 전반의 취약점 (질병, 노령화, 실업률 등)을 해결하는가?

4) Macroeconomic stabilization (거시경제 안정성):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이슈를 해결하는가?

5) Public Finance (공공 재무): 즉, 정부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가?
6) 기타: 도덕성의 문제, 사회적 차별, 인종, 국가 안보 등의 이슈를 다루는가?

수업에서는 위의 이슈들 안에 만약 문제가 들어오지 않으면 다시 한번 assess해보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략 공공 정책적인 모든 문제는 위의 이슈들 중에 하나로 귀결된다고 보는 듯 하다. 나도 막상 더 이상의 다른 이슈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II. Priorities (우선순위)

공공 정책들이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1) Social Efficiency (사회적 효율성): 앞서 언급한 최대 다수의 최대 효용을 창출하는가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한정된 자원을 통해서 이를 최대화 하기 위해서 분배의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므로 social efficiency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2) Dynamic Efficiency (역동적 효율성): 앞서 언급한 사회적 효율이 분배의 효율을 강조한 것이라면 역동적 효율성은 창업가 정신이나 혁신, 생산성 향상 등을 일컷는다. 예컨대 아마도 한국이 70년대 재벌들에게 모든 사회적 자원을 몰아준 것은 사회적 효율성을 우선시했다기 보다는 역동적 효율성을 더 우선시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3) Distributive Justice (분배 정의):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이 항상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방법은 아니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이 분배 정의가 아닌가 생각되어서 긴 설명은 생략하겠다.

4) Sustainability (지속 가능성): 예컨대 후대가 누릴 수 있는 자연환경과 자원 등에 관한 이슈.

5) Social responsibility for economic security (사회안정을 위한 사회적 책임): 사회적 약자 및 노약자, 장애인 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

6) Macroeconomic stability : 위에 언급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경우

7) Fairness: 공정성,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프로세스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법칙을 따라서 자원이 배분되는 것

8) Personal responsibility (개인적 책임): 개인이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저야 한다는 것

9) Liberty and Freedom (자유): 개인의 자유가 최상위의 우선순위라는 생각

10) Morality (도덕성):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 사회적/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우선시 하는 것.

III. Public Advantage (공공 우위)

기업에 있어서 competitive advantage 즉 경쟁우위와 유사한 개념으로 국가가 나서서 할 경우에 더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1) Unique Government Powers: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들 – 세금 거두기, 통화 발행, 전쟁, 조약체결, 선거 실행 등
2)
Social Incentive alignment: 입법, 사법, 행정 등의 절차를 통해서 사회적 잉여를 최대화 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
3)
Soft budget constraint: 기본적으로 정부는 쉽게 파산하지 않는다는 가정.
4)
Economies of scale: 규모의 경제, 예컨대 무상급식이나 무상의약품 지원 등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구매해서 일괄적으로 배급하게 되면 더 싼 가격에 음식자재나 의약품을 살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함

IV. Policy Evaluation (정책 평가)

위의 단계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정책인지 판단했다면, 그 다음으로 아래 세가지 유형으로 정책을 평가해 볼 수 있다.

1) Social Benefit-cost analysis: 사회적으로 비용대비 효용을 측정해 보는 것
2) Distribution Analysis: 분배적 정의가 실현되었는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당신이 처음에 생각했던 분배정의와 승자와 패자는 일치하는가?
3) Economic Impact Analysis : 거시적인 경제에 대한 임팩트를 측정해 봄. 예컨대 4대강 같은 경우 환경문제나 부실공사 논의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거시경제에 대한 임팩트조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점을 떠올려 볼 수 있다.

V. Potential Substitutes (잠재적 대안)

마지막으로 물어봐야 할 것은, 바로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서 정책을 판단해 보았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잠재적 대안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며..
 

사실 이 수업은 굉장히 heavy 하게 분석적이다. 경제학 수업이 heavy하게 분석적이라고 함은, 수요곡선, 공급곡선 등을 그린 그래프가 빼곡하게 슬라이드를 채우고 한계효용, 한계 비용 등에 대한 계산식이 엄청 나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업을 듣다보면 결국은 몇가지 원칙에 따라서 정책을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가치판단’의 시간이 온다.

30대 중반의 한국 사람으로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무래도 이러한 ‘최대다수의 최대효용’식의 분석과 가장 사회적으로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고, 가장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미국식 교육이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미국의 어느 MBA에서라도 그렇겠지만, 교실내에서의 다양성이라는 부분이 이러한 우려를 조금은 불식시켜준다. 즉, 분배정의와 거시경제적 안정성이라는 측면, 혹은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주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오늘 투표를 하러 가시는 분들이나 혹은 내일이라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의 공약을 꼼꼼하게 보실 기회가 있는 분들은 이 포스팅을 통해서 한번쯤 관심 후보들이

1) Problem –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하려고 하는지,
2) Priorities – 어떤 우선순위를 가지고 접근하는지,
3) Public Advantage – 그것을 왜 꼭 기업이나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공공우위의 요소가 존재하는지,
4) Public Evaluation – 사회적 효율성, 분배의 효율성, 거시경제의 안정성 등,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책을 평가하는지,
5) Potential Substitutes –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글 : mbablo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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