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 세상에 대한 지식이 생기고 나서 죽을 때까지 답을 얻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왜 살지?”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이 질문의 답을 찾은 사람이라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나도 “왜 살지?”라는 의문을 항상 달고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종결자에 가까운 답을 아직 찾고 있지 못하다. 다만 궁극에 가서 찾으리란 기대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
답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지만, 초등학생이나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 회사를 다니는 가장, 은퇴한 직장인. 가릴 것 없이 이 질문을 던지고 날마다 답을 찾으려고 한다. 어느 순간에는 이 질문의 답을 찾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한 순간의 신기루였단 느낌이 든다. 그래서 “왜 살지?”라는 질문은 최대 미스테리다.
“왜 살지?”란 질문을 달고 살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상업적인 술수의 일환으로 보이는 화이트 데이와 발렌타이 데이에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료한 일상을 OOO데이를 향해서 준비하고 그 날을 즐기고 OOO 데의 추억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상업적인 날들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의미가 부연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자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이다. 그게 생물학적 이유든지 아니면 신경작용의 부산물이든지, 그 기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은 그냥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자신의 삶이 하찮은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관리자들 가운데 인간의 이런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팀에 떨어진 일이고 어차피 월급 받자고 하는 일이니 그냥 밑의 직원들에게 일을 시킬 뿐이다.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항상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서 기쁨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자연스럽지 않은 업무 지시 방법이다.
여기서 우리는 관리자가 갖추어야 할 최대? 덕목 하나를 배울 수 있다. 조직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의해서 떨어진 일이든 정말 회사의 생사 여부를 결정 짓는 일이든, 일을 해야 하는 원인을 떠나서 그 일을 맡아서 수행한 직원들에게 그 일이 직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회사 입장에서 그 일을 추진해야 하는 당위와 연결해 주어야, 제대로 된 관리자라 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냥 시키는 일이니까 해. 이건 정말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자신의 존재 근원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 사춘기 자녀가 숨막힐 것 같은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려고 부모에게 한 “왜 살아야 하죠?”란 질문에, “배부른 소리하지 말고 시키는 공부나 해!”라고 말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