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듣고 있는 social dynamics & network 라는 수업에 대한 이야기. 이 수업에 대한 과거 포스팅은 아래 참조:
나만의 페이스북 네트워크 “제대로” 그려보기: http://mbablogger.net/?p=3489
사례연구법(Case Method) 무용론(?): http://mbablogger.net/?p=3440
Small World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하버드의 사회 심리학자 Stanley Milgram 가 했던 실험으로 유명하며, 말콤 글래드웰의 책 Outlier 에서 더 유명해진 이야기이다. 즉,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몇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라는 이야기이다.
Facebook에서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친구를 맺었는데 Mutual Friends라 몇명이나 뜨는 경우도 있고, 굳이 인터넷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서로 만나서 고향을 묻고, 출신 학교를 묻고, 일했던 곳 등등을 물어보다 보면 아는 사람 한둘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참 세상 쫍다’ 라고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바로 그 현상이다.
6 Degree Phenomenon (여섯 단계 현상)
이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는 위에 언급한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교수가 오마하 (미국 중서부의 도시)에서 보스톤에 있는 특정한 사람까지 편지가 전달되려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해본 실험이 유명하다. 즉,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들에게 보스톤에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줄 것을 요구했고, 만약 직접적으로 모르면, 그 사람을 알만한 사람에게 그 편지를 보내서 다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방식으로 편지를 계속 전달, 전달하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불과 여섯단계만에 (평균값) 편지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얻은 교훈은
1. 생각보다 그 단계가 짧았다. (평균 6 단계, 참고로 오마하와 보스톤은 매우 멀다)
2. 그리고 도달된 편지들의 공통점은 중간에서 몇몇 공통적인 broker(인맥이 풍부한 사람)를 거쳐서 결국은 전달되었다는 점. (즉, 시작은 서로 다른 여러 점에서 했지만, 보스톤으로 들어올 때 즈음에는 몇개의 특정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
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실험의 한계는
1. Survivor bias. 편지가 끝까지 전달된 것으로만 결과를 판단했다. 즉, 중간에 편지 전달을 포기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카운트가 되지 않았다는 점.
2. 미국내에서 편지라는 특정한 미디어를 통해서만 실험이 이뤄졌으므로, 이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몇단계만에 서로 안다고 결론내리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케빈 베이컨 놀이
이와 비슷한 토픽으로 유명한 또 다른 이야기는 바로 “케빈 베이컨 놀이” 이다. 이 놀이는 원래 미국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간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케빈 베이컨이라는 영화배우와 무작위로 선택한 다른 배우를 여섯단계 안에 함께 출연한 작품을 매개로 서로 연결시키는 게임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배우가 케빈 베이컨인데, 아마도 이름을 듣고 몰랐던 사람들도 얼굴을 보면 ‘아~ 이사람’ 이라고 생각할만한 배우이다. 즉, 매우 다작을 했고,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했다. 따라서 헐리우드의 모든 배우들이 최대한 여섯 단계만 거치면 이 사람과 연결이 된다는 것. 여기서 “단계”의 정의는 같은 영화에 출연한 것을 뜻한다.
예컨대 마이클 더글라스와 케빈 베이컨을 연결해보자면, 마이클 더글라스와 블레어 브라운이라는 배우가 센티널이라는 영화에 2006년에 같이 출연을 했고, 블레어 브라운은 2005년에 러버보이라는 영화에 케빈 베이컨과 함께 출연했으므로 2단계만 건너면 케빈베이컨과 마이클 더글라스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업에서 교수가 재미있는 사이트를 가르쳐 주었다. The Oracle of Bacon 이라는 사이트인데, 이 사이트는 실재로 배우들의 이름을 넣으면 그 배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The Oracle of Bacon: http://oracleofbacon.org/help.php
재미있는 점은 전혀 무명의 황당한 배우를 넣어도 4단계 이상을 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며, 인도 친구들만 아는 발리우드(인도의 헐리우드) 배우들을 넣어도 4단계 이상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옛날 배우에 속하는 찰리 채플린도 단 두단계만에 케빈 베이컨과 연결이 된다.
그래서 나도 집에 와서 이병헌, 하정우, 최민식 등등 우리나라의 유명 배우들의 이름도 넣어봤는데, 거의 3단계를 넘기기 힘들었다. 아래의 그림은 이병헌을 넣었을 경우의 결과이다. 이병헌이 2008년에 ‘나는 비와 함께 간다’라는 영화에서 함께 출연했던 배우가 2001년에 케빈 베이컨과 함께 작품을 했음을 볼 수 있다.
맺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다리만 건너면 모두 친구’라는 말이 있는데, 이스라엘 친구들도 ‘이스라엘 사람 둘이 만나서 10분만 이야기하면 서로 아는 사람을 한명 이상 찾을 수 있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세상 참 좁다’ 라고 느끼는 것은 비단 좁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뿐 아니라 보편적인 느낌인 것 같다. 미국친구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두개쯤 갖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좁은 세상이나 넓은 인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닐까? 정작 필요할 때에는 한다리만 건너도 어려운 일을 부탁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넓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이렇게 좁아져만 가는 세상에서 서로 더 복잡하게 얽힐수록, 내 주변에 정말 소중한 사람들 한두명에 대해서 더 중요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Everybody’s friend is nobody’s friend’ 라는 말이 있는데, 결국 모두가 모두의 친구인 상황에서, 정말 나에게 더 중요하고, 나 또한 그에게 더 중요한 관계는 우리 주변에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인 순간에 내 편이 되어줄 그런 사람 또한, 내 인맥이 넓게 퍼져 나가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해 지는 것 같다.
글 : mba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3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