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TV의 역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셋탑박스 제조사인 가온미디어, 옵티컬 트랙패드 및 리모컨 솔루션 업체인 크루셜텍과 합작회사 ‘다음TV’를 설립한 것은 작년 4월 21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딱 1년이 되는 날에 ‘다음TV’는 실제 물건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1년의 노고로 보이지만, 다음TV의 노력은 그보다 역사가 훨씬 더 깊습니다.

다음은 이미 2004년에 ‘DaumTV.net’이라는 브랜드명으로 TV포털 사업 추진을 천명한 바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홈 미디어의 중심인 TV 스크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그것은 항상 TV포털로 귀결되었습니다. 그 통신사들 주도의 초기 시장에서부터 다음의 TV 공략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2006년 디지털TV포털 포럼(DPF)에 회원사로 참여하기도 하고, LG전자와 제휴하여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진행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KT-삼성전자, 하나로-이레전자와 더불어 다음-LG 연합이 TV포털의 3파전을 형성하는 양상으로 평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당시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합동으로 시행한 IPTV 시범사업자에 KT가 주도한 통신사 중심의 C-Cube 컨소시엄과 더불어 다음의 컨소시엄이 당당히 선정됩니다. 같은 컨소시엄 참여사인 LCD 업체인 디보스와 협력하여 ‘Daum Go TV’라는 포털 서비스를 TV 일체형으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 시범가구를 실제로 모집하던 모습이 다음TV 블로그(아쉽게도 이 블로그는 현재 발표된 그 ‘다음TV’는 아닙니다)에도 소개되어 있더군요.

2007년에 들어서, 애초 다음이 초기 회원사로 참여했었던 DPF에서 ’365°C’라는 브랜드의 개방형 TV포털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SK텔레콤이 주도하고 삼성, LG의 두 거물 제조사가 참여한, 당시로선 제법 큰 TV포털 프로젝트였음에도, 다음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다음은 통신사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인 모델을 더 선호했던 것으로 보이며, 곧 시작될 IPTV 사업자 선정에 더 힘을 쏟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2008년 벽두에 마이크로소프트, 셀런과 연합하여 ‘오픈IPTV’라는 개방형 IPTV 서비스 추진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IPTV가 통신사의 이해를 반영한 사업 모델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다음이 너무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IPTV 사업자 선정은 KT, 하나로, LG의 통신업체 위주로 판이 짜입니다. SK텔레콤이 주도하던 개방형 TV포털 ’365°C’도, 하나로통신을 SK가 인수하면서 흐지부지 사라지죠. IPTV를 추진하지 못할 때야 개방형의 TV포털이었지만, IPTV를 할 수 있게 된 마당에 TV포털을 진행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게 IPTV는 전적으로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가입자 기반 밥줄의 연장 선상에서 고려가 되었던 겁니다. 다음의 ‘오픈IPTV’는 너무 순진하게 접근을 한 것이지요. 물론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였던 촛불문화제에 다음의 아고라가 큰 역할을 한 것에 대한 보복성 탈락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다음의 오픈IPTV가 전혀 의미 없는 시도였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오픈IPTV가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였을 때 폐쇄적인 IPTV만을 지향하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는 IPTV라는 TV의 차세대를 준비하면서, 기존 서비스와 똑같은 형태에, 다만 네트워크만 바뀌는 근시안적 모습을 보인 것이죠. 지금의 IPTV 사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시면 아마 이해가 되실 겁니다. 통신사들이 폐쇄적으로 소싱해 오는 비디오 보는 것 말고, 기존 케이블방송과 뭐가 다릅니까.

물론 오픈IPTV가 성공을 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분명히 시기상조였습니다. 망중립성, 컨텐트, 기술, 그 어떤 것도 무르익지 않았던 시점이었죠. 사실 현재에도 어느 것 하나 깨끗이 해결된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뭔가 모험을 하는 데에는 시기상조란 없습니다. 2007년에 이미 애플TV(Apple TV)가 시작되었고, 2008년에 로쿠(Roku) 박스가 발표되었습니다. 미쳤죠. 하지만 오늘날 그나마 가장 잘 나가는 양대 TV 박스가 바로 그 둘입니다.

그렇게 다음의 오픈IPTV는 청산되었고, 이후 다음은 검색, 뉴스 등의 서비스들을 케이블 등의 TV 플랫폼에 올리는 수준의-다른 포털들의 행보와 다름없는- 사업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김지현(@oojoo) 다음 모바일 부문장의 의미심장한 글이 올라옵니다.

다음이 모바일에 큰 꿈을 꾸고 다양한 킬러앱을 만들었던 것처럼 스마트TV 세상에 어울리는 차세대 다음TV 서비스로 부활의 날개를 펼치려 합니다.

이후, 다음TV 합작사가 설립되고, 그로부터 딱 1년이 흐른 뒤 ‘다음TV’가 발표된 것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아 보입니다. OS가 무려 안드로이드 ‘진저브레드’에 많지 않은 컨텐트와 앱, 그리고 깨끗한 보도자료용 사진 파일은커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홍보 페이지, 개발자 지원 사이트는 언감생심. (1년이라는 기한 목표를 맞추려다 보니?)

성공하기도 쉽진 않을 겁니다. TV박스 선배격인 애플TV, 로쿠, 박시(Boxee), 구글TV(Google TV), 어느 하나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케이스는 아직 없습니다. 전망이 밝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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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즐겁게 다음TV 출시일(4월 30일이라죠?)을 기다려 봅니다. 가온의 뛰어난 기술력, 크루셜텍의 안정적인 인터페이스, 다음의 탄탄한 서비스 능력이 어떻게 조화롭게 융화되었는지 빨리 보고 싶습니다. 몇 가지 의견(쓴소리)을 덧붙일까 하다가, 보지도 않고 헛소리할까봐 일단 참았습니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 열심히 씹어(!) 드릴 테니, 개선해 나가시면서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digxtal.com/?p=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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