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장 안 좋은 예부터 차례대로 써보면,
1. 처음 연락하는데, 핸드폰으로 무작정 전화(cold call)하는 경우
가끔 핸드폰으로 이런 전화를 받습니다. 스타트업 미팅과 미팅 사이에 잠깐 짬이 난 상황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스타트업 A: “임지훈 대표님, 잘 지내시죠? 저는 3년전에 B컨퍼런스에 임대표님을 뵈었었는데, 기억하시죠?”
보통 이런 분들은 앞뒤 자세한 설명 없이 무조건 언제 시간 되냐고, 미팅을 하자고 하십니다. 저도 모든 분들을 다 만나드리고 싶지만, 너무 아쉽게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또 저희 내부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시간을 내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저희가 투자할 수 있는 분야인지를 서류적으로 간단하게 리뷰하는 작업이 필요하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핸드폰이라는 것은 약간은 더 ‘편한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최소한 한번쯤은 대면해서 미팅을 한 이후면 모르겠는데, 갑작스럽게 모르는 분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주시면 살짝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 좋은 첫인상이 남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회사전화로 바로 연락을 하는 것도 핸드폰에 적용되는 ‘친밀도’ 부분만 제외하고는 동일하게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2. 처음 연락을 문자/카톡 등으로 하는 경우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조금 나을 수는 있지만, 비슷한 이유로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처음 연락을 하면서 문자나 카톡으로 계속 답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사업계획서 발송하였으니 확인부탁드립니다’ 정도면 괜찮은데, 자꾸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사업은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나요?’ 등) 문자/카톡으로 제가 답을 어떻게 드릴 수 있을까요?
거기에다가 밤 10시 이후, 주말 등에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는데, 이건 좀 아니지 싶습니다.
3. 처음 연락을 소셜미디어(트위터/페이스북)로 하는 경우
일단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압박’을 덜 준다는 점에서 위에 1번/2번 보다는 양호한 것 같고, 또 요즘에 소셜미디어를 워낙에 편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라는 서비스 자체가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공식 제안을 하는데에 적합한 서비스가 좀 아닌 것 같고, 저 같은 경우에는 소셜미디어를 잠깐 잠깐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각종 쪽지나 멘션 등은 묻힐 가능성이 좀 높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당히 올드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메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이메일은 뭔가 공식적이라는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있고, 또 상대방에게 ‘압박’을 덜 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무난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K Cube Ventures도 기본적으로 bplan[at]kcubeventures.co.kr 로 들어오는 모든 메일에 대해서 답을 해주게끔 되어 있습니다 (만일 아직 답변을 못 받으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약간의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리고, 만일 아쉽게도 당장 미팅을 잡지 못했을 경우에도, 이후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왔을 때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내용을 이메일로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락을 하고 싶은 상대방 (투자자가 되었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었던)이 잘 아는 분이 그 상대방에게 연락을 직접해서 추천을 하게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 검증(social proof)’인데, ‘별로 좋지 않은 회사’를 추천을 하면 자신의 명성(reputation)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필터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내가 믿는 사람이 추천을 하면 어느 정도 믿을만하다’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스타트업 업계 여러분, 앞으로는 투자자 및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더 ‘스마트’하게 연락을 하셔서 좋은 성과를 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