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잘 쉬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다. 이전 직장에서 경험인데, 입사하고 나서 계속해서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몇 년 미친듯이 일에 파묻혀 지낼 때였다. 출장지에서 계속 야근을 했다. 현업들은 다 퇴근한 저녁 시간이었지만, 일을 마칠려면 얼마나 걸릴지도 잘 가늠이 가지 않았다. 같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심적으로 괴롭지 않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앞으로 몇 년 계속 일하다가는, 정말 일하다가 죽을 수 있겠단, 생각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몸도 많이 안 좋아졌다.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서 주말이면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하루 종일 집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고 나서, 삶의 균형추를 일에서 개인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취미생활로 할만 한 게 뭐가 있나 살펴 보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러다 번역도 하고 결국 책도 썼다. 개인적인 일에 매진함으로써 몇 년 동안 일로 가 있던 삶의 균형추를 개인의 영역으로 옮겨 놓을 수 있었다.
몇 달 사이에 신상에 변화가 많아서 이것 저것 처리하다 보니 슬슬 무리하기 시작했다. 일을 미루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무리해서 일과 개인 일을 처리했고, 그 사이에 초봄과 초여름을 하루 사이에 왔다갔다 한 날씨 덕분에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결국 감기 몸살 덕분?에 그동안 쉬지 못한 것을 몰아서 쉴 수 있었다. 감기 몸살에서 회복한 주말밤… 새로울 것 없는 깨달음이지만, 확실히 지속적으로 뭔가를 성취하려면,난 몰아서 쉬어서는 잘 안되는 타입이다. 날마다 쌓이는 피로는 그날 바로 풀어주어야 한다.
한때 지속가능한 경제가 유행했다. 지속가능한 경제란 무엇인가, 복잡한 개념이지만 내가 이해한 것을 토대로 쉽게 말하자면, 발전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 놓고 해먹는 것이다. 이걸 개인의 영역으로 옮겨 놓자면, 현재의 내가 잘 해보자가 미래의 내가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써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유대인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늘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두 가지 요소 때문인 것 같다. 하나는 이자를 받는 것을 금기시 하지 않았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안식일을 철저히 지켰다는 점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와 같은 대표적인 종교에서 이자를 금기시함으로써, 자본주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본의 축적과 운영을 억제했다면, 유대교에서는 이것에 대해 관대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이자를 활용한 자본의 확대 생산이 가능했다. 반대로 이런 자본의 팽창에 따른 방종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안식일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절대적인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을 종교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자칫 과열될 수 있는 삶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그런 쉼을 기반으로 더욱 창의적인 걸 만들 수 있었다.
유대인의 이야기까지 했지만, 그렇게 세계적인 참고문헌을 찾지 않더라도 쉼은 무언가를 이룰려는 이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는 걸, 개인적으로 재체험한 한주였다. 다들 무리하지 않는 한주를 보내시길!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