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종전보다 더 커지고 고급화된 노트북과
USB 3.0 이야기를 함께 해보지요.
더 작아진 게 아니라 더
커지는 노트북, 왜?
노트북은 지금까지 갖고 다닌다는 개념이 매우 강한 장치였습니다. 데스크탑 PC보다 성능이 낮아도 어디에서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모든 부품을 작은 틀 안에 가둔 것이 바로 노트북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성능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동성이 좋으면
그것으로 보상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노트북에 그러한
해석을 내놓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사실 ‘노트북=이동형 PC’라는 개념은 몇 년 전부터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는데, 이번
컴퓨텍스에서는 확실히 그 개념을 깨는 노트북들이 더욱 많아진 때문입니다. 노트북이 이제는 이동형 PC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데스크탑을 대체하는 것 이상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화면 크기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형으로 분류되는 38.1cm(15인치) 이상의 화면 크기를 지닌 노트북들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40.64cm(16인치)와 43.2cm(17인치)의 화면을 가진 노트북이 상당히 늘었고, MSI는
거의 모든 노트북에 HD LED 화면을 써 선명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화면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부피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이처럼 덩치 큰 노트북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냥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성능도 대폭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좀더 고성능의 부품을 얹을 수 있게 됐는데, 노트북용 인텔 코어 i7을 비롯해
코어 i5나 AMD 페놈 2 쿼드 코어, 여기에 ATi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 칩셋까지 실어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특히 큰 화면에 성능만 겸비한 것이 아니라 다이나 오디오 등으로 내장 사운드를 보강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해진 사운드로 THX 인증까지 받은 노트북도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큰 노트북은 대개 게이밍 시장이나 거실 PC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빠른 처리 능력이 필요한 3D 게임을 즐기거나
블루레이 영화 등을 부드럽게 재생할 수 있는 성능과 부가 기능을 갖춘 것이지요. 큰 덩치에 애매한 성격을 갖는 것보다 확실한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구매층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것이 컴퓨텍스에 등장한 대형 노트북들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대형 노트북의 추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업습니다. 데스크탑 판매량을 노트북이 넘어섰다는 말은 앞으로 더 많은 노트북이 데스크탑 PC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컴퓨텍스에 드러난 단면은 단순히 모니터와 화면이 분리된 형태의 데스크탑만 대체하는 게 아니라 좋은
성능을 요구하는 게이밍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금
데스크탑 PC가 가진 성능이라는 장점 뿐만 아니라 하나의 몸에 통합한 다양한 부가 기능, 여기에 세련된 외형까지 고루 갖춰
데스크탑을 넘어선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고성능 노트북들이 그 자체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면 대형화된 노트북이 고성능 PC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대체 속도는 더욱 빨라지겠죠. 대형 노트북의 고급화는 결국 PC를 고르는 소비자의 성향이 바뀌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꽃망울 수준의 USB
3.0, 열쇠는 내장 칩셋
지금 PC에서 주변 기기를 연결할 때 쓰고 있는 인터페이스는 USB(universal serial bus) 2.0입니다.
USB 2.0은 Hi-Speed 모드에서 이론적으로 초당 480Mbits(60MB)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론치라 이 속도보다는 덜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병목 현상을 없애고 성능을 개선한 칩셋이 등장해 1초당 최대
120~180MB까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보다 편하고 빠르게 주변 장치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이 가속화되고
데이터가 점점 커지다보니 USB 2.0은 전송 속도의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2000년 4월에 나왔던 USB 2.0 규격이 지금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이죠. 더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 받을 인터페이스에 대한 필요성이 나타남에 따라 USB 2.0을
개선해 10배 빠른 초당 5Gbits(625MB)로 전송하는 USB 3.0 규격이 2008년 11월에 발표되었고, 올해부터 3.0
제품이 출시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올해 3.0 규격의 USB 제품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USB 3.0을 채택한 노트북도
나왔고, 각종 저장 장치 위주의 주변 장치 가운데 USB 3.0 인터페이스를 갖춘 것도 제법 많았습니다. USB 3.0으로 외부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확장 카드는 물론 USB 하드디스크와 랙, USB 메모리 등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요. 대부분의
메모리 업체들은 USB 3.0 제품을 2가지 이상 전시했고, USB 3.0과 관련한 부스 행사도 많았습니다.
컴퓨텍스에서는 USB 3.0에 대한 홍보가
많았던 편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USB 3.0 장치가 쏟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PC의 인터페이스가 당장 3.0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지요. 지금 당장 USB 3.0을 쓰려면 따로 USB 3.0 칩셋을 얹은 메인보드를 쓰거나 확장 카드를 꽂아야
하는데, 소비자가 이러한 부담을 할만큼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닙니다.
USB 3.0 주변기기 시장이 이제 시작하는 터라 쓸만한
3.0 제품도 적은 데다, 이들 제품이 빨리 나와야 할 계기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지요. 결과적으로 USB 3.0을 쓸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메인보드 칩셋이 나와서 빨리 보편화 되어야 USB 3.0의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은 꽃망울의 생김새 정도를 보여준 수준입니다.
내년도 컴퓨텍스쯤 가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 많은 USB 3.0 제품들을 보게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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