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에게 배우는 창조적 조합의 기술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여러 달의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그가 가지고 있던 존재감 때문인지 지금도 어디선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세상을 빨리 진보시킨 사람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와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없었던 컴퓨터를 대중화 시킨’ Apple I’ , GUI의 대명사 애플 ‘매킨토시’, 최초의 장편 디지털 영화 ‘토이 스토리’, 음악의 혁명인 ‘iTunes’와 ‘아이팟’,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그가 인류에게 남긴 유산은 셀 수도 없다. 30년간 세상을 바꾸었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창조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업적을 이야기 하면서 그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은 그의 탁월한 리더쉽이다. 독재자라고 비난도 많이 받았던 그였지만 이제 세상은 그의 나쁜 면들은 다 잊어버리고 스티브 잡스의 좋은 면만을 기억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결과가 좋았으므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일화나 경영에 얽힌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스티브 잡스 리더쉽’을 주제로 한 책들이 꽤 많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스티브 잡스 리더쉽을 배우자는 책 뿐 아니라 강연도 많았는데, ‘스티브 잡스 리더쉽’ 붐이었던 것 같다.

스티브 잡스 리더쉽 관련 책들을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스티브 잡스는 정말 탁월한 리더였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 탁월한 리더쉽을 다른 사람은 결코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 그대로 스티브 잡스의 리더쉽은 ‘잡스에 의한, 잡스를 위한, 잡스의 리더쉽’이지 그걸 보면서 일반 사람들이 어설프게 따라 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스티브 잡스의 리더쉽을 따라하자는 류의 강연이나 책이 쏙 들어갔다. 따라 할 수도 없거니와 따라 한다 해도 스티브 잡스가 아니면 효과가 없다. 비슷한 류로서 ‘스티브 잡스의 협상력’ 같은 책들도 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티브 잡스 개인의 개인기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범인들이 배우고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두 번째로 많이 이야기 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 이야기이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애플이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인문학을 이야기를 꺼낸다.


‘ 애플은 변함없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이 말을 할 때 ‘LIBERAL ARTS’라는 팻말과 ‘TECHNOLOGY’ 라는 팻말이 교차하는 배경의 위치에 스티브 잡스가 인상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 아이패드 프리젠테이션 이후 언론은 온통 ‘애플의 성공비결은 인문학이다’ 라는 논조의 기사가 넘쳐 흘럿고 여기 저기서 인문학 전문가를 자처하며 인문학을 파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한방으로 갑자기 인문학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LIBERAL ARTS’를 이야기 한 것은 ‘디자인’이나 ‘UI’, ‘UX’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약간 돌려서 또는 멋있게 표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인문학을 말하자면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문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TECHNOLOGY 의 교차점이라 했으니 모든 학문이 포함된다.


인문학은 [ humanities , 人文學 ]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自然科學)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language)·언어학(linguistics)·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 – 교육학 용어사전

인문학을 중시하는 경향은 그리이스와 로마를 거쳐 근세에 이르는 동안 고전교육(classical education)의 핵심이 되었고 특히 18세기의 프랑스, 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의 교양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었다.  스티브잡스가 ‘인문학을 통해 애플이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대입 수능 전체 수석이 ‘수업시간에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 할 때 그의 강력한 리더쉽과 함께 천재적인 창조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스티브 잡스 성공의 비결을 인문학에서 찾는 것 보다는 그의 창의성이나 창조성에서 찾는 것이 맞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성에 대해서 와이어드(Wired) 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무엇인가 진짜 잘 설계하려면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완전히 파악하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전념해야 합니다. 그저 대충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꼼꼼하게 심사숙고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일에 시간을 들이지 않습니다. 창의성은 그저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했냐고 물으면 실제로 자기가 한일이 별로 없어서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저 무엇인가를 발견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해 보였을 뿐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연관지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합성해 냅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창의성의 핵심은 ‘자신의 경험을 연관지어 새로운 것을 합성해 내는 것’ 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다시 풀어서 해석해 보면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의 개념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기존의 무엇인가를 새롭게 합성 해내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일생을 되집어 보면 이 말에 대해 자신 스스로 얼마나 충실 했는지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액이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던 첫번째 PC인 Apple I은 세계 최초의 PC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애플I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Mits에서 Altair 8800이라는 PC를 팔고 있었으며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액은 Altair 8800을 보고 영감을 받은 후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컴퓨터 설계 경험을 토대로 Altair 8800보다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PC를 만들었던 것이다.

아이팟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팟이 처음 나왔던 2001년에 이미 MP3플레이어는 전세계에 보급되어있던 상태였다. 한국의 아이리버나 코원, 미국에서도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의 리오 등 수백 개의 MP3 플레이어 회사들이 이미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었으며 아이팟은 그 중에 가장 나중에 시장에 선보인 제품이었던 것이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MP3Player 시장을 애플 아이팟이 장악하였다.

아이팟의 성공요인은 깔끔한 디자인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이튠즈’를 통한 콘텐츠의 공급 전략이 주효했다. 이전의 모든 MP3 플레이어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저 음악이 플레이되는 하드웨어만을 만들고 있었는데 애플은 플레이어와 콘텐츠를 동시에 공급하였다.

잡스가 아이팟에 아이튠즈를 같이 엮어서 새로운 개념으로 제품을 만든 것은 두가지 경험을 기반으로 새롭게 시장을 창조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가지는 픽사스튜디오의 경험을 통해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으며, 애플매킨토시를 통해 얻은 좋은 콘텐츠를 폐쇄적인 플랫폼에서 운영할 때의 강점이라는 경험을 아이팟에 적용한 것이다.

2007년 처음 아이폰을 발표 할 때 애플은 휴대폰 관련한 제품을 처음 내놓았다. 휴대폰처럼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분야에서 모토로라에 비하면 50년을, 삼성에 비해서도 10년 이상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휴대폰을 만들고 있는 회사이다.

아이폰의 성공은 아이팟의 성공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패드의 성공은 아이폰의 성공이 뒷받침한 것이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는 이미 2000년대 초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리가미 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여러 회사들이 줄줄이 말아먹은 제품인데 모든 제조사가 포기했던 시장에 아이패드가 등장하자 곧바로 태블릿 PC시장이 생겨났다.

아이패드까지 성공하자 사람들은 열광했고 스티브 잡스가 손대는 모든 일들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화를 창조하기에 이른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10년이 넘는 동안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했으며, 직원들 역시 뭔가 마음에 안 들어도 ‘스티브 잡스가 시키는 일이면 결국은 성공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 리더쉽의 근원이 바로 이것 ‘성공에 대한 믿음’ 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에 50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아이폰과 같은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 했을까?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을 우리는 ‘답습’이라고 한다. ‘창조’와 ‘답습’의 차이는 과거의 경험을 이용하는데 있어 ‘통찰’이라는 과정을 거쳤느냐는 것이다. 모토로라는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 ‘답습’을 한 것이고 스티브 잡스는 과거의 경험과 통찰을 조합하여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게 배우는 창조적 조합의 기술은 그가 이야기 한대로 과거의 경험을 새로운 분야에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고 연결하라는 것이다. 이 본질을 파악하는 행위를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이후 애플은 스티브잡스 생전에 나왔던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가지고 있던 창조적인 DNA가 애플을 더욱 혁신적인 회사로 이끌어가길 기대해본다.


글 : 니오
출처 : http://nweb.kr/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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